중국쪽에서 매연과 섞여 한반도로 날아와 호흡기 질환 주범
[Science] 하늘이 또 누렇네!… ‘황사’ 때문에 봄이 반갑지 않아요!
3월20일께까지 눈이 오는 등 올해 겨울은 유달리 길었고 눈도 많이 온 데다 춥기까지 했다.

추위 속에서도 거리의 개나리들은 푸릇한 이파리를 내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예년 이맘때 같았으면 벌써 벚꽃 개화 시기가 뉴스가 될 터다.

늦긴 했지만 우리 곁에는 서서히 봄이 찾아왔다.

하지만 봄이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봄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봄과 함께 찾아오는 두 가지 불청객 때문일 것이다.

춘곤증과 함께 봄의 불청객인 황사. 누런 시야와 매캐한 목막힘을 만드는 반갑지 않은 '봄 손님'이다.

벌써 3월 중순 대규모 황사가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기상예보 관계자들은 올해도 역시 대규모 황사가 몇 차례 한반도를 지나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황사가 나타나면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비인후과에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머리카락에 가는 흙입자가 잔뜩 끼고 입안이 텁텁한 것은 물론 호흡기 질환까지 일으키는 황사.황사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 황사의 원인과 역사

황사 현상이란 중국과 몽골에 있는 사막과 황토 지대의 작은 모래나 흙먼지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누런 흙먼지가 날아오면 모두 황사일까?

국제적으로 통하는 용어는 '아시아먼지'다. 황사가 아시아먼지로 불리는 이유는 세계 각지의 사막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황사는 중국 황하강 상류의 알라산 사막, 몽골과 중국 사이에 있는 건조 지대와 고비 사막, 중국 북서부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한반도에서 가까운 만주 지역 등에서 생긴 흙먼지를 칭한다는 것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흙이 봄이 되면서 녹고 작은 모래먼지로 변한다.

이것이 강한 바람을 타고 모래폭풍이 돼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황사의 발생 원인이다.

이 모래폭풍이 아주 심하게 불 경우 자신의 손바닥도 안 보일 정도다.

이렇게 하늘에 떠오른 흙먼지 가운데 굵은 것은 바로 땅으로 떨어지고 작은 흙먼지들은 봄철 중국에서 한반도 방향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타고 수천㎞를 날아 한반도와 일본, 멀리는 미국까지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조기인 봄철에 많이 볼 수 있지만 요즘에는 겨울에도 자주 생기고 있다.

근래 들어 황사 피해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황사가 비단 최근에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황사 현상을 일으키는 먼지인 황토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황토는 신생대 제4기인 180만년 전에 생겨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황사 역사는 어떻게 될까?

역사적으로 신라, 백제, 고구려시대의 문헌에도 황사 현상은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나 증보 문헌비고를 보면 서기 174년 신라에서는 음력 1월에 '흙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또 서기 379년 백제 근구수왕 때는 '흙가루가 비처럼 하루 종일 내렸다'는 기록과 서기 644년 고구려에서는 음력 10월에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도 마찬가지다. 고려사 명종 16년 기록에는 '눈비가 속리산에 내려 녹아서 물이 되었는데 그 색이 핏빛과 같았다'고 전하고 있고 조선시대 문헌에도 '흙비'라고 기록된 황사 현상이 나온다.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황토는 중국, 중앙아시아, 아르헨티나, 미국의 대평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황사의 주성분은 무엇일까? 황사는 모래 성분인 규소, 철, 칼륨 등의 산화물로 구성돼 있고 지름은 0.001~0.01㎜정도다.

황사가 흙먼지이기만 하다면 건강에 그다지 큰 영향은 없다.

최근 황사가 봄철 호흡기 질환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는것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매연이 황사에 섞여 한반도로 날아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황사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납, 카드뮴, 알루미늄, 구리 같은 중금속과 발암 물질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정밀하고 예민한 기계를 사용하는 항공기, 자동차, 전자 장비 등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농작물과 식물의 기공을 막아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3~4월에 관측된다.

1990년대에는 1년에 3~6일 정도에 그쳤지만 2001년에는 서울에서만 27일이나 관측된 것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약 40회 이상의 크고 작은 황사 현상이 나타났다.

황사가 자꾸 심해지는 이유는 황사를 일으키는 사막의 면적이 커지는 이른바 '사막화 현상' 때문이다.

사람들이 농경지와 땔감을 얻기 위해 자꾸만 나무를 베고 숲을 없애고 도시가 커지면서 숲이 있던 자리에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사막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숲이 없어지면 땅은 햇볕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시키게 돼 온도가 낮아지고 밤에는 더욱 온도가 떨어진다.

이처럼 차가워진 땅 위에는 건조한 하강기류가 생기므로 갈수록 비가 오지 않아 나중에는 식물이 자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비가 조금만 와도 홍수나 산사태가 나기 쉽고 동식물이 살 수 없어 생태계가 파괴된다.

전문가들은 사막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나무 심기를 꼽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를 심는 속도보다 나무를 베는 속도가 더 빨라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브라질 아마존 일대의 숲은 약 3분의 1이 없어졌을 만큼 심각하다.

⊙ 황사 현상이 발생했을 때 건강관리법

전문가들은 우선 황사 현상이 생겼을 때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되 외출시 보호안경과 황사대비용 특수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 손 발 등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노약자,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 활동을 삼가야 한다.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의 농수산물은 충분히 씻어서 먹어야 한다.

황사가 지나간 뒤에는 주변 환경을 철저히 청소해 흙먼지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필요하다.

황사에 좋은 음식도 있다. 중금속 함량이 많은 황사를 마셨을 경우 몸 밖으로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Detox) 식품'이 추천된다.

디톡스 식품으로는 돼지고기, 녹차, 클로렐라, 미나리, 미역, 마늘, 양파 등이 꼽힌다.

특히 돼지고기와 녹차가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에 들어 있는 '메티오닌'과 '시스틴' 등의 함황아미노산(황이 함유된 아미노산)이 납 등의 중금속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

또 돼지고기에 포함된 유황 성분은 중금속과 결합해 수용성 물질로 바뀌어 체외로 배출된다.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성분은 중금속과의 흡착성이 강해 중금속의 체내 유입을 억제하고 체외 배출을 돕는다.

미역도 중금속을 빨아들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