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세계최초 개발… 무선으로 전력 공급받아 운행
[Science] 충전 걱정없는 온라인 전기자동차 만들었대요!
국내 연구진이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운행하는 온라인 전기자동차(On-Line Electric Vehicle · OLEV)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KAIST(총장 서남표)는 지난 9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지금까지 디젤기관으로 운행돼왔던 무궤도 코끼리 열차를 온라인 전기자동차로 제작해 시범운행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 전 세계는 전기자동차 개발 열풍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석유에너지 고갈과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중이다.

세계 각국 정부는 △그린카 기술개발 △전기자동차의 구입 지원 △탄소가스 배출에 대한 과세 △연비 향상 의무화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자동차업체들은 친환경 자동차, 특히 전기자동차 개발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개발된 순수한 전기자동차는 배터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중량과 부피가 지나치게 크고 비용이 과도하게 증가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배터리를 국가가 소유하고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거나 구입 초기 세제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전기자동차의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과다한 배터리 유지보수 비용 등 아직까지 배터리 문제와 충전 인프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일반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문제와 충전 인프라 문제,배터리 유지보수 과다 부담금 문제 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개념이 주행 중 도로 바닥에서 전기를 받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온라인 전기자동차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일반도로에 안전하고 견고하게 보호된 전선을 매설하고 차량 아래쪽에 별도의 집전장치를 부착해 도로에 매설된 전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집전장치를 통해 효과적으로 모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원리다.

집전장치를 통해 모아진 전력은 주행 중 모터로 바로 연결되어 쓰이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자동으로 배터리에 충전된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일반 전기차와 비교해 약 5분의1 수준의 배터리를 장착하고도 자유로운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싼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별도의 충전소가 필요 없기 때문에 충전인프라 문제 또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 기술을 일반 노선버스에 적용할 경우 버스 시점,종점,정류장,교차로 및 주차장 등 전체 버스 운행노선의 20%가량에만 전선 인프라를 구축하더라도 충전 걱정 없이 편리한 운행이 가능하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전송효율 달성

KAIST 연구팀은 지난해 2월 1㎝ 간격에서 전력 전송시에도 80%의 효율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으며,7월에는 자체 개발한 급전장치 및 집전장치를 개조된 하이브리드 버스에 장착해 세계 최초로 간격 17㎝ 이상에서 최대 70% 이상의 전력 전달 효율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에는 20㎝ 이상에서 최대 효율 80%에 이르는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전력 전달 원리인 비접촉 자기유도 방식 충전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돼 일반도로에서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현재 운행되는 자동차의 환경에 맞게 도로 바닥에서 차량 하부까지의 지상고를 법적 기준치(한국 12㎝)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높은 효율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 연구팀인 PATH팀은 8년을 연구해 최고 60%의 효율을 달성했지만 KAIST 연구팀은 8개월 만에 버스 및 SUV에서 72% 효율을 달성해 세계적으로 일반 도로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구현했다.

이번에 개발된 전기자동차는 서울대공원에서 호수 순환도로 총길이 2.2㎞ 구간을 운행한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KAIST는 온라인 전기차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고 온라인 전기차의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

⊙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도 커

KAIST는 도로,IT,자동차,전기,전자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융합연구팀을 가동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현재 120건 이상의 관련 특허가 출원된 상태다.

KAIST는 서울시와 협의해 서울대공원의 나머지 코끼리열차 7대를 추가로 개조해 운행할 계획이다.

또 제주도 중문단지,서울 상암 월드컵 공원 순환도로 등에도 온라인 전기버스 시험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편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 관련 급집전 핵심 기술과 결과물은 타산업과의 융합 연구를 통한 활용 및 파생기술 보급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그룹에서 비접촉 충전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수요 창출을 준비하고 있다.

급집전 기술의 주요 활용 분야로는 △노트북,휴대폰,휴대플레이어 등의 휴대기기 분야 △TV · 가전제품,청소기 등의 가정용 전기기기 분야 △가정용,산업용,군용 등으로 활용이 가능한 로봇 분야 △사파리,보트,물놀이 공원 등 레저 분야 △시내버스,마을버스,고속버스,택시,승용차,골프카,대규모 단지 내 이송차량,트럭 등 자동차 분야 △BRT/PRT,경전철,지하철,고속철도 등 철도 분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온라인 전기자동차 개발을 통해 전기자동차시대를 혁신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국가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

조동호 온라인 전기자동차사업단 단장은 "주차장,버스 정류장,교차로 등 전체 전용버스 노선의 20% 수준에 온라인 전기버스용 비접촉 충전 인프라를 구축해 온라인 전기버스 보급 촉진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험사업 및 시범사업을 추진해 제한된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 중심 대중교통 시스템을 우선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