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硏 국내 최초로 ‘온간성형 기법’ 이용해 생산단가 대폭 낮춰
[Science] 항공기·우주선 만드는데 쓰이는 타이타늄합금 볼트 기술 개발
항공기,우주선 등에 사용되는 타이타늄 소재의 비싼 가격 문제와 성형 및 가공상의 어려움을 개선해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생산기술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지난 24일 재료연구소는 염종택 구조재료연구본부 박사팀이 ‘온간성형 기법(냉간과 열간의 중간 온도인 400~600℃에서 성형)’을 이용해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제조비용과 생산시간을 최대 30%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 타이타늄합금이란

항공기,선박 등에 활용되는 타이타늄합금은 일반 탄소강,스테인리스,특수합금강 보다 강도 및 내식성이 높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또 타이타늄은 지구상에 채굴 가능한 다양한 금속 중에서 알루미늄,철,마그네슘 다음으로 풍부한 금속이다.

따라서 산업계에서는 기존의 철강 소재를 타이타늄으로 대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수행되고 있으며 군수장비와 민간산업에서 급격한 수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는 몇몇 중·소규모의 볼트 생산 업체가 있으나 대부분 탄소강,스테인리스강,특수합금강 등 철계 합금에 국한해 생산하고 있다.

성형하기 어려운 타이타늄 합금을 기반으로 일부 볼트 개발을 시도한 경험은 있으나,생산 공정 증가로 인한 단가상승과 품질상의 문제로 국산화에 실패해 국내 양산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향후 국내·외 타이타늄합금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타이타늄 합금은 가공 난이도가 높고,가공구간(process window)이 좁기 때문에 현재 일부 골프클럽,안경테,산업용 부품에 한정돼 사용되는 상황이다.

반면 국외에서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2차 대전 이후 군수,항공,우주 분야에서 타이타늄 볼트가 꾸준히 개발돼 왔으며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타이타늄합금 볼트가 항공기 뿐만아니라 고급 자동차에도 사용되고 있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타이타늄합금 볼트가 상용화돼 생산되고 있으며,냉간성형기술을 이용해 타이타늄 볼트의 생산 단가를 낮추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는 재료연구소를 중심으로 일부산업에 국한된 타이타늄 부품 생산 방식을 연속 공정 방식으로 개선, 향후 전 산업 분야로 응용이 확산될 수 있도록 생산비용을 낮추는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 타이타늄합금 볼트 성형이 어려운 까닭은
[Science] 항공기·우주선 만드는데 쓰이는 타이타늄합금 볼트 기술 개발
타이타늄합금 볼트는 일반적으로 성형성이 좋지 않아 냉간 단조(상온이나 0℃에서의 성형)는 여러 번의 공정이 필요한 데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다.

또 열간 단조로 제조된 타이타늄합금 볼트는 표면산화층으로 인해 균열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절삭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 단조금형을 이용할 때 금형 내부와의 마찰과 타이타늄 소재 특유의 특성으로 인해 단조금형의 파손에 따른 관리 비용이 급증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단조 성형된 타이타늄합금은 높은 경도(단단함)를 갖기 때문에 후가공시 성형기의 기계 마모량이 급증해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제조 원가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상온에서 타이타늄의 제한된 성형성을 극대화시키고 단조 후 경화에 의한 난삭의 단점과 절삭량의 과다문제로 오는 절삭공구의 수명과 소모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양산성과 경제성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온간성형기법을 기초한 타이타늄합금 볼트 저비용 생산기술이 절실히 요구돼왔다.

염 박사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 열간 단조 후 기계가공을 거치는 생산과정 중 기계가공을 없애고 열간 단조보다 성형이 쉬운 온간성형기법으로 대체한 것.

여기에 성형이 잘 되게 하기 위한 금형설계기술과 코팅 및 윤활기술 등 후처리 기술을 접목했다.

타이타늄합금 볼트의 경우 제조 비용 중 원소재 비율이 50%,나머지가 성형 및 기계가공에 따른 부담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기계가공이 필요 없어 타이타늄합금 볼트(M7기준,개당 가격 5000원) 생산시 개당 1500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제조 원가 측면에서 얼어붙었던 타이타늄합금 볼트시장이 활성화돼 국산화에 의한 수입대체 효과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염 박사팀은 이번 기술 개발이 최근 항공기와 차량, 선박 등 분야에서 친환경 및 경량화가 강조되면서 철이나 스테인리스 볼트 등에 비해 비강도가 높은 타이타늄합금 볼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낸 것이라 향후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 항공, 우주용 볼트 양산할 것

현재 타이타늄합금 볼트 등 파스너(fastener)의 세계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국내시장은 전체의 10% 정도인 1500억원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해외업체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도 원소재 수입 후 단순 기계 가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이번 기술개발은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과제로 선정돼 국가의 지원을 받았으며 스테인리스강 볼트 및 너트류 생산업체인 (주)신진(대표 곽종숙)과 약 2년 동안 공동연구 활동을 벌였다.

염 박사팀은 최근 신진과 국내·외 특허를 출원했으며 파일럿 플랜트 시설을 갖추고 타이타늄합금 볼트를 분당 20개씩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타이타늄합금 볼트 대량생산을 위한 상용화기술 및 설비를 보완해 내년 상반기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타이타늄합금 볼트를 양산할 경우 신진은 연 2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염 박사는 “타이타늄합금은 높은 비강도와 우수한 파괴인성 및 부식저항성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원소재 가격이 비싸고 성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조비용이 상승해 항공우주,에너지,화학플랜트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이번 기술개발을 통해 그동안 가격을 이유로 시도되지 않았던 구조 및 기능재료 분야에서 철합금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기존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