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한 국가의 실질GDP는 자본,노동,총투입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TFP)에 의해 결정되며,그 관계는 다음 그림과 같다고 가정하자.
[논술 기출문제 풀이] 서울대학교 2010학년도 정시논술 문제 풀이 <2>
앞선 제1문항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가볍게 몸을 풀었으니 이제 제2문항에서 본격적으로 달려야 한다.

제2문항에서는 도표가 등장했다. 물론 제1문항을 풀 때도 그래프가 나왔지만,제1문항에서의 그래프는 간략한 예시자료였다. 하지만 제2문항의 도표는 첫 번째 논제를 푸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된다.

우선 논제 1번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리하자.

논제 1번의 요구사항은 ①제시문 (가)의 그림을 이용하여 표에 있는 국가들의 경제성장 특성을 설명하고,②이 특성이 향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장기적으로도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하여 논하라는 것이다.

일단 5개국의 경제성장 특징을 설명할 수 있어야(요구사항 ①),그 특성이 유지됨을 가정할 때 장기적 경제성장 가능성(요구사항 ②)도 논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 미국 5개국의 경제성장 특성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이라고 흔히 불렸던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4개국과 미국의 실질GDP 연평균 신장률은 주어진 <표1>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1960년대 중반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비교하여 실질GDP도 당연히 낮았거니와,총투입생산성 역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966년부터 1990년까지의 경제지표를 나타낸 <표1>은 25년간의 족적을 보여준다.

요즘의 브릭스(BRICs: Brazil,Russia,India,China)처럼 동아시아 4개국은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한국은 10%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동아시아 다른 국가들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속도를 자랑했다.

고도성장을 보인 4개국과는 달리 미국은 안정화된 선진국답게 연평균 3%의 성장률로 꾸준히 경제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GDP의 변화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의 오른쪽 칼럼에 정리된 '성장 기여도'이다.

그리고 이 성장 기여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라고 출제자는 제시문 상단에 실질GDP와 자본,노동,총투입생산성의 관계를 미리 설명해 두었다.

<그림1>과 <그림2>는 이들의 함수관계를 쉽게 이해하게끔 한다.

실질GDP,즉 총생산이 y축에 표시되어 있고,자본과 노동이 각각 <그림1>의 x축,<그림2>의 x축을 의미한다.

노동과 자본이 결합하여 생산이 산출되며,이는 수학적으로 'Y=f(L,K)'의 함수관계(L;노동,K:자본 Y:생산량)로 간단히 정리된다.

그리고 총투입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은 자본과 노동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에 대한 전체산출의 비율로서,총투입생산성이 높으면,같은 투입량으로 더 많은 생산이 이루어진다.

주어진 <그림>에서도 TFP가 높은 경우,생산과정의 전반적인 효율성 상승으로 생산함수의 상방이동이 나타났다.

TFP가 높으면 'Y/L'이 커지며,'Y/K' 역시 증가한다.

동일한 규모의 노동력이나 자본이 투입되어도 산출결과가 증대한다.

쉽게 말해서 경제 '체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표1>로 돌아가자.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에 있어 상대적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노동(43.8%)>자본(39.6%)>총투입생산성(16.6%)' 순이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자본과 노동의 대규모 투입에 의해 이루어져 왔음을 의미하며,특히 총투입생산성의 기여도가 낮다는 사실은 생산요소 투입에 비해 실질GDP 증대로 이어지는 효율성이 저조함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자본(64.6%)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가장 두드러진다.

자본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은 한 점은 홍콩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TFP의 성장 기여도가 2.3%로 비교국 중 가장 낮은 싱가포르에 비해 홍콩의 경우는 TFP의 성장 기여도가 31.5%로 매우 높다.

대만은 노동(38.7%)과 자본(33.6%),TFP(27.7%)의 비교적 고른 기여도를 보였고,미국은 노동(42.3%)>자본(37.9%)>TFP(19.8%)의 기여도를 나타냈다.

간략하게 국가별 특성을 정리하자면 싱가포르는 자본주도형 성장을 했으며,한국과 미국은 노동 · 자본의 결합형 성장,홍콩은 자본과 TFP에 의한 성장,대만은 각 요소의 고른 기여에 의한 성장을 했다.

자,그렇다면 주어진 도표의 패턴을 파악했으니 논제가 요구한 두 번째 사항으로 넘어가자.

논제는 '이 특성이 향후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 장기적으로도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한지' 논하라고 요구한다.

물론 주어진 <표1>은 이미 20년이 지난 1990년까지의 경제지표이지만 이것이 향후 그대로 이어진다면 어떠하겠느냐는 것이다.

즉,추세연장(extrapolation)을 통한 예측을 요구하고 있다.

도표에 드러난 패턴의 의미를 꼼꼼하게 분석하라는 요구이다.

각 국가들의 경제성장 가능성을 타진하자면 홍콩과 대만은 긍정적이며,싱가포르는 위험성이 있고,미국은 전망이 밝지만은 않으며,한국의 경우 주어진 성장 기여도가 고정될 경우 경제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홍콩과 대만은 TFP의 성장 기여도가 각각 31.5%와 27.7%의 수치로 높다.

이들 국가는 경제 '체질'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도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경우 자본의 성장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TFP의 기여도는 극히 낮다.

싱가포르는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국제금융 요지이다.

지리상의 이점과 금융시장이 꽃 핀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자본의 유입과 활발한 투자가 계속되리라 예상되지만,TFP가 너무 낮기 때문에 만약 자본과 노동의 생산요소 투입이 조금이라도 경색(梗塞)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노동>자본>TFP'의 순서로 상대적 성장 기여도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비해 TFP가 그나마 높아서 경제 '체질'이 상대적으로 앞선 편이며,무엇보다도 자본과 노동의 생산요소 투입에 있어 월등히 유리하다.

미국의 자본과 노동 투입 전망은 무리가 없으나 한국은 TFP도 상대적으로 낮을 뿐더러 자본과 노동 투입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은 이미 안정적 위치를 점한 선진국인 데다가,기조통화를 찍어낼 수 있는 '달러공장'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노동 투입에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

반면 한국은 자본 투입이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미국만큼 쉽지 않으며,'코리안 드림'을 바라는 이민자가 계속 이어지기는 하나 최근의 급격한 저출산 · 노령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노동 투입에 상당한 문제가 예상된다.

더욱이 중국이나 인도처럼 값싼 대규모 노동력을 투입할 수 있는 국가의 등장은 위협적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TFP가 낮다는 것은 미국의 경우보다 더욱 치명적으로 분석된다.

<표>에 정리된 동아시아 4개국은 고도성장으로 인해 한때 '유교 자본주의'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국가들이지만,경제성장 특성이 제각기 다르므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모두 다르다.

특히 한국은 TFP가 낮아서 국가의 경쟁력이 우려된다.

이번 논제는 1990년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한 추세연장(extrapolation)을 요구했는데,실제로도 현재 우리나라의 TFP는 무척 낮은 편이다.

선진국들이 TFP 주도형 경제성장을 지속해온 반면 한국은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 등 TFP 향상보다는 여전히 요소 투입 확대에 의존한 결과 아직 우리 경제는 노동과 자본의 요소 주도형 성장에서 총 투입 생산성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어쨌든,도표에 드러난 패턴을 찾고,그 패턴의 의미를 추세연장을 통한 미래예측에서 확실히 분석하라는 [논제1]의 요구사항은 위와 같이 해결 가능하다.

도표가 분석 대상으로 주어진 경우,더욱 적극적으로 변해야 그 함의(含意)를 발굴할 수 있다.

평소 도표의 특징적인 면을 찾은 다음에 그 두드러지는 특징의 의미가 무엇인지 본인이 곰곰이 숙고하여 뜻을 부여하는 습관을 키우자.

논제 2

두 제시문을 기초로 하여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로 등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되,다음 사항에 대한 판단을 포함하시오. (1000±100자)

① 현재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기에 족한가?

② 제시문 (나)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아닌 가장 아름다운 나라를 소원하는 글쓴이의 생각이 현재 시점에서 타당한가?


해제 2

논술은 제시문도 물론 중요하지만 논제를 더욱 더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논술은 일방적 글쓰기가 아니라,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상호소통형 글쓰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는다면 대답 또한 이상해진다.

그런데 [논제2]는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로 등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무작정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우선 명확히 해야 할 사항이 있다.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본인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는 그저 비유에 불과한 표현이지 정확한 뜻을 전달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이 표현을 그냥 놔두고 대충 넘어간다면 이후 작성하는 글도 엉성하게 전개된다.

그러므로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가 정확히 어떠한 나라인지에 관한 자신의 잣대(criteria)를 명확히 가져야 한다.

논의의 대상이 되는 개념을 확실히 정리해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부력(富力)'과 '강력(强力)'으로 표현되는 하드 파워가 우리에게 유의미한지,'높은 문화의 힘'으로 제시된 소프트 파워가 가치 있느냐이다.

제시문 (나)에 인용된 '나의 소원'을 집필한 백범 김구는 "우리 민족이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의 힘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력과 군사력은 필요 한도로만 갖추면 되고 문화적 힘을 배양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물론 김구의 가치관을 당연히 수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는 논제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출제자는 "글쓴이의 생각이 현재 시점에서 타당한지를 논하라"는 조건②를 설정해 김구의 견해는 답안 작성에서 참고사항으로 활용됨을 명확히 했다.

자신의 주체적 가치관을 드러내라는 요구이다.

또한 조건①에서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충분한 수준인지에 관한 평가도 잊지 말 것을 주문한다.

이처럼 [논제2] 답안에는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현실에 대한 판단과 그에 근거한 구체적 방안이 서술되어야 한다.

학생 각자의 고유한 가치관에 따라 모두 다른 답안이 전개되겠지만,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비율 배분에 관해서는 반드시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로 인정받는 힘은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대표되는 하드 파워(Hard Power),그리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정당성 및 매력적인 문화로 드러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나뉜다.

한때 스탈린이 "교황 휘하에는 몇 개의 사단이 있는가?"라고 비웃었으나,스탈린의 비웃음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바티칸은 전성기 소련의 군사력에 못지 않은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수천년 동안 행사하고 있다.

이는 김구가 말한 '문화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이다.

또한 미국도 견줄 데 없는 세계1위의 군사력을 갖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패권주의적 태도로 인해 반미에 시달렸다.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을 운운하며 일방적 정책을 추진하는 순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허물어졌다는 평도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미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소프트 파워를 배양하려 절치부심 노력 중이다.

만약 자신의 견해가 이처럼 문화의 힘을 강조한다면,한국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를 개선하고 다른 국가로부터 존경을 얻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잦은 혐한기류를 조성하는 세태를 근절하는 대처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겠으며,'한류' 강화 방안에 관해서 논의한다거나 영화제 유치 등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무형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글을 쓴다면,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조건①을 답안에서 풀어낼 때,한국은 군사경제적 측면에서 아직 노력해야 하나 소프트 파워 배양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는 방향의 글이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하드 파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면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아주 냉정히 평가하는 답안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충분한 수준'의 군사력이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60년 전 한국전쟁의 경우도 북한의 자체군사력만으로 도발한 것은 아니므로 주변국이 침략전쟁을 개시한다고 할 때 한국의 방어능력은 확실하지 않다.

한국의 국방은 군사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조정이나 북한의 핵무기 위협,주변국의 군사대국화 경향 등 많은 고민거리가 있다.

또한 세계 무대에서의 대외적 '발언권'은 경제력에서 나온다.

일례로,일본의 세계적 영향력은 일본이 UN에 출연하는 자본에서 비롯한다.

또한 국가가 돈이 부족하면 두뇌 유출 문제마저 생겨,문화적 경쟁력 역시 잃기 쉽다.

타국 이민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국력 감소 우려라든가,인재 유치 경쟁에 몰입한 각국의 이야기들은 하드 파워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처럼 경제력과 군사력은 한 국가가 미치는 영향력을 판단할 때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다.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면 김구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경제와 군사의 힘에 집중하자는 논리의 답안이 작성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기 줄기에서 가장 무난하고 뻔한 내용만 담았다.

한국이 '세계 무대의 주연 배우'가 되기 위한 방안은 책을 몇 권 써도 모자랄 주제이다.

수험생은 시험시간 안배를 잘 하여,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잘 활용한 독창적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고침 = 지난호 서울대학교 정시논술 풀이 1편은 '서울대 논술의 특징'을 먼저 설명하고 이후 논제를 풀이하는 순서로 원고가 작성되었으나,게재하는 과정에서 전후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과 같은 표현이 문맥에 맞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를 감안해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