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간형 로봇기술 두각… 일상생활 활용 가능성
잠에서 깬 주인에게 로봇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겠느냐고 묻는다.
주인이 '토스트'라고 말하자 로봇은 부엌에 있는 다른 로봇에게 주인의 명령을 전한다.
명령을 전달받은 로봇이 토스트기에서 빵을 꺼내고 전자레인지 속에 데운 우유가 담긴 컵을 꺼내 접시에 담는다.
주인 곁에 있던 로봇은 그릇을 가져다 주인에게 전해준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5일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 박사 연구팀이 KIST 서울 본원에서 개최한 시연회에서 인간형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와 '마루-M'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두 발로 걷거나 뛰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집안일을 돕는 로봇은 처음 개발된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기술은 로봇을 걷거나 뛰게 하는 데 집중돼 있었는데 이번 기술개발은 인간형 로봇이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이 KIST 측 설명이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간형 로봇.
우리나라의 인간형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 로봇의 역사
'로봇'은 고된 일 또는 노예노동이란 뜻의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 말이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 희곡에서는 주인공인 한 과학자가 단순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인 로봇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봇이 실제 우리생활에 등장한 것은 채 50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이라는 말에 내재돼 있는 인간의 명령을따르는 무생물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투스가 만들어낸 금으로 된 기계 여인을 묘사한 바 있다.
유대 전설에 등장한 '골렘'은 주인이 주문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진흙덩어리로,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로봇이다.
현대적이며 실재하는 로봇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나타나게 된다.
1939년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는 웨스팅 하우스 일렉트릭 사에서 기계인간 '일렉트로(Electro)'와 기계로 만든 개 한 마리를 만들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계로 만든 물건에 불과할 뿐 현재의 로봇과는 차원이 달랐다.
결국 1950~1960년대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가 발명되고 나서야 과거 기계에 불과했던 것들에 두뇌라고 불릴 수 장치를 탑재하면서 현대적인 로봇의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
현대적인 로봇의 시초는 1960년대 말 스탠퍼드 연구소에서 디자인한 '샤키(Shakey)'라는 이름의 실험용 로봇이다.
1970년대 중반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매사추세스 공대의 빅터 셰인만(VIctor Scheinman) 교수가 개발한 모터 운동식 기계 팔인 'PUMA'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
'PUMA'는 로봇 역사에 있어 진정한 로봇 시대의 개막을 연 역사적 개가로 꼽힌다.
이후 1997년 처음 일본에서는 최초로 소형 축구로봇들이 출전한 축구 토너먼트가 열렸고 최근에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나오면서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 한국은 인간형 로봇기술 선진국이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두발로 걷거나 뛰는 로봇을 개발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다.
일본의 '아시모'와 KAIST의 '휴보', KIST의 '마루' 등이 대표적인 2족보행 로봇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두 발로 걷거나 뛰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이 30년가량 뒤져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동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는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2'의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이 시연됐다.
로봇을 뛸 수 있게 하는 것은 '인간형 로봇기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는 인간형 로봇 개발은 세계적으로 2004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와 지난 8월 공개된 도요타의 '파트너'에 이어 세 번째다.
휴보2는 보통 성인이 여유있게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사람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키 120㎝,몸무게 37㎏(배터리 제외)으로 최대 시속 3.6㎞,최대 보폭 30㎝로 1초에 3보 이상을 뛸 수 있다.
로봇이 두 발로 뛰는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로봇 선진국인 미국, 유럽에서도 성공 사례가 없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로봇이 달린다는 것은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달리는 로봇을 만드는 데 실패한 이유는 로봇이 공중에 떴다가 착지할 때 무게 중심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은 아랫배에 균형센서를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한발짝 뛸 때마다 20~30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동안 공중에 떠 있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속도 부문은 개선할 점이 남아 있다.
휴보2의 걷는 속도는 시속 1.8㎞로 휴보1의 시속 1.2㎞보다 빨라졌지만 달리는 속도에서는 일본 아시모의 최대 속력인 시속 약 6~7㎞에 비해 다소 느리다는 것.
더 빠르게 달리고 방향전환도 하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KAIST 측 설명이다.
앞서 말한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와 마루-M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로봇이다.
특이한 것은 두 로봇이 분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마루-M은 바퀴를 이용해 이동하고 마루-Z는 두 발로 걷는 로봇이다.
두 로봇은 LAN선을 통해 연결돼 명령받은 내용을 주고 받도록 설계돼 있다.
마루-M이 주인에게 물건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으면 네트워크를 통해 마루-Z에게 전달한다.
주인이 원하는 물건을 마루-Z가 마루-M에게 가져다 주고 다시 마루-M이 주인에게 옮겨다 주는 식이다.
로봇 한 대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나눠하도록 한 것은 장기적으로 원격지에 있는 로봇에게 주인 근처의 로봇이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마루 역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마루-Z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집안 지도 및 주방기기의 위치정보,집안 천장 곳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부착해 둔 전자위치표지(Marker)를 인식,주방기기를 찾기 때문에 주방기기의 위치가 바뀌면 프로그래밍을 다시해야 한다.
마루-Z가 할 수 있는 작업은 가전기기의 스위치를 누르거나 컵, 토스트, 빵, 바구니 등을 집어 옮길 수 있는 정도다.
또 걷는 속도가 시속 1.5㎞에 불과할 정도로 느린 것도 단점이다.
향후 인간형 로봇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서비스로봇'은 물론 미지,위험,오염 지역에 인간형 로봇을 보내 인간을 대신해 작업하게 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잠에서 깬 주인에게 로봇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겠느냐고 묻는다.
주인이 '토스트'라고 말하자 로봇은 부엌에 있는 다른 로봇에게 주인의 명령을 전한다.
명령을 전달받은 로봇이 토스트기에서 빵을 꺼내고 전자레인지 속에 데운 우유가 담긴 컵을 꺼내 접시에 담는다.
주인 곁에 있던 로봇은 그릇을 가져다 주인에게 전해준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15일 유범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 박사 연구팀이 KIST 서울 본원에서 개최한 시연회에서 인간형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와 '마루-M'이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그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두 발로 걷거나 뛰는 인간형 로봇을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집안일을 돕는 로봇은 처음 개발된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기술은 로봇을 걷거나 뛰게 하는 데 집중돼 있었는데 이번 기술개발은 인간형 로봇이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것이 KIST 측 설명이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인간형 로봇.
우리나라의 인간형 로봇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 로봇의 역사
'로봇'은 고된 일 또는 노예노동이란 뜻의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 말이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Karel Capek)의 희곡 '로섬의 만능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 처음 등장한 이 단어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 희곡에서는 주인공인 한 과학자가 단순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인 로봇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나온다.
로봇이 실제 우리생활에 등장한 것은 채 50년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이라는 말에 내재돼 있는 인간의 명령을따르는 무생물이라는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머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투스가 만들어낸 금으로 된 기계 여인을 묘사한 바 있다.
유대 전설에 등장한 '골렘'은 주인이 주문으로 생명을 불어넣은 진흙덩어리로,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로봇이다.
현대적이며 실재하는 로봇은 20세기에 들어와서 나타나게 된다.
1939년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는 웨스팅 하우스 일렉트릭 사에서 기계인간 '일렉트로(Electro)'와 기계로 만든 개 한 마리를 만들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기계로 만든 물건에 불과할 뿐 현재의 로봇과는 차원이 달랐다.
결국 1950~1960년대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가 발명되고 나서야 과거 기계에 불과했던 것들에 두뇌라고 불릴 수 장치를 탑재하면서 현대적인 로봇의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
현대적인 로봇의 시초는 1960년대 말 스탠퍼드 연구소에서 디자인한 '샤키(Shakey)'라는 이름의 실험용 로봇이다.
1970년대 중반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매사추세스 공대의 빅터 셰인만(VIctor Scheinman) 교수가 개발한 모터 운동식 기계 팔인 'PUMA'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
'PUMA'는 로봇 역사에 있어 진정한 로봇 시대의 개막을 연 역사적 개가로 꼽힌다.
이후 1997년 처음 일본에서는 최초로 소형 축구로봇들이 출전한 축구 토너먼트가 열렸고 최근에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나오면서 인간에 가까운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 한국은 인간형 로봇기술 선진국이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두발로 걷거나 뛰는 로봇을 개발한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정도다.
일본의 '아시모'와 KAIST의 '휴보', KIST의 '마루' 등이 대표적인 2족보행 로봇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두 발로 걷거나 뛰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이 30년가량 뒤져 있지만 기술력에서는 동등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는 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휴보2'의 두 발로 달리는 모습이 시연됐다.
로봇을 뛸 수 있게 하는 것은 '인간형 로봇기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는 인간형 로봇 개발은 세계적으로 2004년 일본 혼다의 '아시모(Asimo)'와 지난 8월 공개된 도요타의 '파트너'에 이어 세 번째다.
휴보2는 보통 성인이 여유있게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사람처럼'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키 120㎝,몸무게 37㎏(배터리 제외)으로 최대 시속 3.6㎞,최대 보폭 30㎝로 1초에 3보 이상을 뛸 수 있다.
로봇이 두 발로 뛰는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로봇 선진국인 미국, 유럽에서도 성공 사례가 없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로봇이 달린다는 것은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이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이 달리는 로봇을 만드는 데 실패한 이유는 로봇이 공중에 떴다가 착지할 때 무게 중심을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은 아랫배에 균형센서를 넣어 문제를 해결했다.
한발짝 뛸 때마다 20~30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동안 공중에 떠 있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속도 부문은 개선할 점이 남아 있다.
휴보2의 걷는 속도는 시속 1.8㎞로 휴보1의 시속 1.2㎞보다 빨라졌지만 달리는 속도에서는 일본 아시모의 최대 속력인 시속 약 6~7㎞에 비해 다소 느리다는 것.
더 빠르게 달리고 방향전환도 하는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KAIST 측 설명이다.
앞서 말한 가사도우미 로봇 마루-Z와 마루-M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로봇이다.
특이한 것은 두 로봇이 분업을 할 수 있다는 것.
마루-M은 바퀴를 이용해 이동하고 마루-Z는 두 발로 걷는 로봇이다.
두 로봇은 LAN선을 통해 연결돼 명령받은 내용을 주고 받도록 설계돼 있다.
마루-M이 주인에게 물건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으면 네트워크를 통해 마루-Z에게 전달한다.
주인이 원하는 물건을 마루-Z가 마루-M에게 가져다 주고 다시 마루-M이 주인에게 옮겨다 주는 식이다.
로봇 한 대로도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나눠하도록 한 것은 장기적으로 원격지에 있는 로봇에게 주인 근처의 로봇이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연구팀 측 설명이다.
마루 역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마루-Z는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집안 지도 및 주방기기의 위치정보,집안 천장 곳곳에 일정한 간격으로 부착해 둔 전자위치표지(Marker)를 인식,주방기기를 찾기 때문에 주방기기의 위치가 바뀌면 프로그래밍을 다시해야 한다.
마루-Z가 할 수 있는 작업은 가전기기의 스위치를 누르거나 컵, 토스트, 빵, 바구니 등을 집어 옮길 수 있는 정도다.
또 걷는 속도가 시속 1.5㎞에 불과할 정도로 느린 것도 단점이다.
향후 인간형 로봇은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서비스로봇'은 물론 미지,위험,오염 지역에 인간형 로봇을 보내 인간을 대신해 작업하게 하는 데 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