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혈액 같은 ‘자금’을 잘 돌게 만드는 게 금융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4) 금융 이야기- ① 금융이란 무엇일까?
최근 중고등학생들과 얘길 나누다 보면 '난 펀드매니저가 꿈이다' '외환딜러가 되고 싶다' 등의 금융 전문가를 꿈꾸는 친구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학생들 중에서 금융이 무엇인지,금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는 극히 드믄 것 같다.

이번에 6회에 걸쳐 연재할 '금융 이야기'가 학생들이 금융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금융이란 쉽게 말해 자금을 빌려주고 빌리는 것을 말한다.

각 경제주체들 간에 이러한 자금 거래가 발생하는 이유는 자금 거래를 통해서 각자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 즉 자금의 공급자는 어떠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보자.

개인이 여유 자금이 생겨 이를 집 앞마당에 묻어 두었다면 그 사람은 이 자금을 통해서 아무런 이익을 거둘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가 상승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유 자금은 적절히 투자할 때 손해를 막을 수 있고,더 나아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이때 가장 손쉬운 투자 방법 중 하나가 돈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다.

자금을 빌리려는 사람인 자금 수요자의 경우를 살펴보면,확실한 사업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자금이 없어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이러한 사람의 경우 자금을 빌려서라도 사업을 시작해 빌린 자금에 대한 이자 지급액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수만 있다면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처럼 금융거래는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이처럼 유용한 금융거래도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을 찾아야 하며,희망하는 자금 거래 규모와 거래 방식이 유사한 상대방을 찾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쉽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설사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돈을 잘 갚을 만큼 신용 있는 사람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금융거래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어렵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하더라도,서로의 원하는 바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거래는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원활한 금융 거래가 형성되는 데 장애를 주는 요인들을 제거하고,안전한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금융기관의 이러한 기능을 금융중개기능(financail intermediation)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만나 금융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지만,대부분의 금융거래는 금융기관을 거쳐 수행되고 있다.

이는 금융거래를 수행할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금융기관은 원하는 방식으로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금 공급자의 경우 자신의 여유 자금이 아주 소규모라 적절한 자금 수요자를 찾지 못할 수 있으며,자금의 수요자 역시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빌려주려는 사람을 직접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자금의 공급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빌려주기 때문에 각 경제주체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거래 상대를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다음으로 금융기관은 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경우 자금의 수요자가 돈을 갚지 않을 위험을 고스란히 자금의 공급자가 전부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자금을 빌려주려는 다수의 공급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다수의 수요자에게 빌려주기 때문에 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

금융기관을 통한 금융거래는 금융거래비용을 낮춰준다.

금융기관은 금융거래에 있어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거래 당사자들을 대신해 거래 상대방의 신용 확인과 거래 이후 신용 변동까지 확인해 준다.

따라서 거래 당사자가 직접 상대방을 감시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금융거래 체결시 필요한 여러 법률적 서비스도 금융기관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금융거래가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직접적인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금융기관을 통해 금융 거래가 활성화되면,자금의 공급자들은 금융거래로 얻게 된 이자 등의 이익으로 소비나 투자 활동을 하게 되며,이 과정에서 국민 경제는 활성화된다.

자금의 수요자 역시 금융 거래를 통해 차입한 금액을 가지고 기업을 확장하고,고용을 창출함으로써 국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것이 금융거래와 금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이유임과 동시에 금융거래와 금융기관이 법과 제도를 통해 가장 많이 규제를 받는 산업 분야인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회사처럼 많은 법적 규제와 감독 속에서 기업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사업 분야는 좀처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금융거래의 신뢰가 깨지거나 한 금융기관이 망했을 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한 금융회사의 부도가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왔는지만 보더라도 금융기관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와 금융 관련 감독기관들이 금융거래에 있어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오히려 원활한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해 국민경제가 성장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국민경제에 있어 자금을 우리 몸의 혈액으로 비유하곤 한다.

우리 몸에 혈액이 적절히 순환되지 않으면 병에 걸리듯이 국민경제에서도 자금이 원활히 제공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제공된다면 경제에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자금을 국민경제에 제공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금융이자 금융기관이다.

때문에 앞으로 여러 학생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 금융과 금융기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는 개인의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박정호 KDI 책임전문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