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들 지구온난화 논란… 한반도 생태계 위협
[Science] 폭설… 한파… 홍수… 지구촌 기상이변 왜?
올 겨울 들어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에 25.8㎝의 눈이 내려 기상 관측 역사 103년 만에 서울시내 최대 적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아시아와 남미, 호주, 유럽을 비롯한 지구촌 곳곳에서 폭설과 한파, 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30년 만의 한파로 도시 곳곳이 상당 부분 마비됐다.

스코틀랜드 등 영국 북부지방에서는 지난 5일(현지시간) 15㎝ 안팎의 눈이 내렸다.

벨기에, 이탈리아 등 전 유럽이 눈과 추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동부에서는 폭설로 71명의 노숙자가 동사하고 강물이 불어나 둑이 터졌다.

고립된 마을 주민들은 한파 속에 홍수까지 만나 큰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기상 이변의 원인으로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과연 현재 한반도의 온난화는 어디까지 진행돼 있을까?

⊙ 한반도 대표 수종인 소나무를 볼 수 없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애국가 2절은 몇 십년 안에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진행되면 남산 위에서 소나무를 못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기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기온은 섭씨 0.7도 정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1.7도가 오르는 등 한국의 평균기온 변화는 전 세계의 변동 폭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20~30년은 지금까지 올라간 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00년 뒤에는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한반도의 겨울 풍경도 대폭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2년부터 2008년까지 기온이 1.7도 상승했고 강수량은 약 19% 증가했다.

이에 겨울과 봄의 기온이 높아졌고 겨울은 한 달 정도 짧아졌다.

그래서 여름이 더 빨리 오고 길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기온이 올라갔으므로 얼음이 어는 결빙일과 서리가 내리는 날도 줄어들었다.

대신 밤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늘었으며 강수량은 특히 여름에 증가하고 있다.

이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육지에서는 사과나 농작물의 재배지역과 곤충이나 새들의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특히 사과의 재배 한계선은 기존 경북지역에서 강원도 영월과 평창, 영서북부 지역인 양구까지 올라갔다.

바다에서는 명태 등의 한류성 어종이 줄고 오징어와 같은 난류성 어종이 늘어났다.

유엔 산하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의 4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06년부터 2005년 사이에 지구의 평균기온은 0.74도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21세기의 온난화 진행 속도가 20세기보다 3~6배 또는 그 이상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자연재해와 생물의 멸종 등 전 지구에 심각한 영향이 생길 것이 짐작되는 상황이다.

IPCC의 예상처럼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100년 뒤인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000년의 2배가 된다.

따라서 한반도의 기온은 4도 정도 올라가고 강수량은 17% 정도 증가하게 된다.

남부지방뿐 아니라 중부내륙을 제외한 지역도 '아열대 기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론 2100년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주 먼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청소년들이 2100년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한다면 기후변화 문제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4도가 큰 변화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람의 체온이 4도 이상 상승하면 어찌되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 어떻게 바뀔 것인가?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정도 올라가게 되면 남부지방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겨울을 볼 수 없다.

부산의 기후는 지금의 홍콩과 비슷해져 비가 잘 오지 않고 맑고 쾌청한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연히 겨울에 난방에너지 수요는 줄고 여름에 냉방에너지 수요는 늘어난다.

상점에서 파는 과일이나 야채의 종류도 나오는 시기가 달라진다.

사과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하거나 북한에서 수입해 온 것을 판매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열대 과일 종류를 재배하게 될 것이다.

또 부산의 동백섬에선 동백이 종려나무와 같은 아열대 수종으로 바뀌고,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곤충이나 새들 대신 아열대에서 사는 생물종이 부산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100년 뒤 중부지방의 기후는 현재의 제주도 서귀포 모습을 떠올려보면 된다.

현재 서울과 서귀포의 평균 기온 차이가 4도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겨울철만 해도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스케이트장과 한강 얼음 위에서 썰매 타는 아이들은 과거의 사진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또 스키나 보드가 겨울철 스포츠라고 하던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생태계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 생물종은 멸종하거나 북쪽으로 서식지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염병과 병충해의 종류도 달라지고 식량 확보를 위해 새로운 품종을 도입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이나 풍습도 변한다.

겨울방학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방학은 길어진다.

또 항상 신선한 채소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김장을 하는 모습도 살펴볼 수 없다.

차례상에서 북어는 사라지고 사과나 배가 아닌 망고나 파파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온난화가 지속되면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증가하게 된다.

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해 홍수뿐 아니라 산사태도 많아지고 또 강수량의 증가가 뚜렷하지 않은 겨울과 봄에는 기온 상승으로 가뭄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해 태풍의 세기가 강화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 해수면이 상승해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점이다.

1990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0% 증가했으며 최근에는 IPCC가 정한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A1FI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배출량이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배출이 증가할수록 기온 상승폭은 커진다.

전문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기후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지도 모른다.

<참고: 과학기술통합정보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