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로봇·음향 등 이용한 다중 조류퇴치 시스템 국내 개발

항공기 안전의 치명적 위협 요인인 조류 충돌 사고(버드 스트라이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개념 공항 조류 퇴치 시스템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다.

지난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주관 연구기관으로 LIG넥스원,경원훼라이트공업,한국환경생태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국내 군 및 민간 공항 내 조류 충돌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반자율 이동로봇과 극지향성 음향 송출을 이용한 공항 내 조류 퇴치 시스템’(과제책임자 김창회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 박사)을 2012년까지 개발하기로 하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 조류는 항공기의 적


[Science] 새가 항공기에 부딪쳐 일어나는 사고 크게 줄인다
공항에서의 조류 퇴치는 국제적인 미해결 과제다.

조류충돌 사고는 인적,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공항의 이미지 실추 등 다양한 형태로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2003년 보고에 따르면 조류 충돌 사고(버드 스트라이크)로 400명 이상 사망하고 420대의 항공기에 치명적 파손이 발생했으며 조류충돌사고의 90% 이상이 이착륙시 발생했다.

이는 국내 공항에서도 비슷하다.

사고 발생 높이는 주로 지상으로부터 약 300m 이하에서 발생했으며 사고 발생시간은 40%이상이 야간에 발생했다.

FAA(미연방항공청)는 2004년 6360건의 조류충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으며 그 통계에 따르면 민항기 관련하여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약 8만 건의 조류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전체 비행 편과 비교해보면 약 1만번 비행할 때 한번씩 조류충돌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적은 사고 빈도에도 불구하고 사고의 종류에 따라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가져온다.

대표적으로 1995년 9월 22일 알라스카 엘멘돌프 공항을 이륙하던 미 공군 E-3 조기 경보통제기(E-3 AWACS기)가 35마리의 캐나다 기러기 떼와 충돌로 기체가 추락해 24명이 사망했다.

또 최근에는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에서 이륙한 US Air 1549편이 기러기 떼를 만나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 이륙한 지 불과 수 분만에 인근 허드슨 강으로 불시착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1994년 제주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 KE326편 엔진에 꿩 한 마리가 빨려 들어가 화재 발생 및 엔진 파손을 일으키며 4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김포공항의 경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총 항공운항 62만1208회 중 86건의 충돌사고가 발생했고 이밖에 공군 및 주한 미군 비행장에서도 항공기 조류 충돌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 공항의 경우 42%가 엔진에 조류충돌이 발생되고 있는데 소형 조류에서는 피해가 미미하나 중대형 조류는 엔진 파손을 일으켜 운항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중대형 조류의 항공기 충돌은 조류의 무게와 항공기의 속도가 더해져 항공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 세계 최초의 다중 조류 퇴치 시스템

이번에 개발되는 ‘공항 조류 퇴치 시스템’은 극지향성 음향 송출 장비와 레이저 송출 장비,주·야간 컬러 카메라,열영상 카메라,음향 탐지 장비,레이저 스캐너 등 조류 탐지 및 퇴치 장비를 무인 이동 로봇에 탑재,원격 이동 명령에 의해 공항 내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며 주·야간 전천후로 조류를 퇴치할 수 있는 무인 반자율 이동 조류 퇴치 시스템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 시스템을 2012년 5월까지 개발 완료한 뒤 군 당국과 협의를 거쳐 전국 군 공항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민간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와 긴밀하게 협력,운용성 사전평가 등을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 해결함으로써 민간공항에도 조속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항 조류 퇴치 시스템’은 공항 내 조류의 위치와 종류를 음향과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탐지한 뒤 조류가 로봇임을 학습하지 못하도록 불규칙한 패턴으로 이동 접근해서 음향과 레이저,LED 조명장치 등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조류를 퇴치하는 세계 최초의 다중 조류 퇴치 시스템이다.

현재 국내외 공항의 조류 퇴치는 △폭음기,확성기 등을 이용한 재래식 퇴치 △공항 조류퇴치팀(BAT·Bird Alert Team)의 활동 △조류가 싫어하는 기피음을 이용한 음향 퇴치 △레이저 이용 퇴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특히 재래식 방법은 소음으로 인한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고정식 장비일 경우 조류의 학습 능력으로 효과가 떨어진다.

또 레이저 장비는 조도가 높은 주간에는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따라 여러 종류의 퇴치 시스템 체계를 융합해서 사용함으로써 개별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고 주·야간 전천후로 조류를 퇴치할 수 있는 새로운 퇴치 시스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 조류 퇴치율 60% 달성한다

새로 개발할 시스템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한 원자력 발전소 원격 감시 및 제어 기술,고출력 레이저 기술과,강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각종 점검 및 감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개발을 통해 축적한 이동 로봇 플랫폼 및 제어 기술과 LIG넥스원이 보유한 탐지·인식 기술 및 첨단 IT 기술,경원훼라이트공업이 보유한 극지향성 음향 설비 기술, 한국환경생태연구소의 조류 관련 전문 기술을 융합해 탐지-이동-퇴치를 운전원이 무선 통신으로 원격 제어함으로써 조류 퇴치 효과를 극대화하되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개발될 시스템은 현재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외국 레이저 퇴치 시스템(프랑스 Lord Ingenierie사 제품)의 퇴치율인 40%보다 20% 이상 높은 퇴치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로봇 4기와 원격 통제 스테이션 1기를 한 시스템으로 구성해 운전원 한 명이 운용함으로써 조류 퇴치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새로 개발될 시스템을 국내 군 공항 및 민간공항에 적용할 경우 조류 충돌 사고 저감을 통해 항공기 및 승객 안전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핵심 기술은 무인 지상 정찰 차량,무인 지뢰 탐지 차량,무인 보급 차량 등 무인 전투체계 구축 뿐 아니라 과수 농가용 소형 조류 퇴치 로봇 개발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