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를 많이 벌어 들일수록 좋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42) 국제수지(上) - 경상수지
올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400억 달러를 넘어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403억 7000만 달러)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월 경상수지는 49억 4000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1~10월 중 누적 경상수지는 약 370억 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11월에도 4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므로 연간 누적 흑자 400억 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된다는 소식은 학생들도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통해 많이 접하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경상수지란 용어 대신 국제수지 혹은 무역수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들 용어 사이에서 혼동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

3가지 용어가 마치 같은 용어인 것처럼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 용어는 구분을 하여 사용함이 옳다.

국제수지,경상수지,무역수지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수지(收支)’란 수입과 지출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많은 가정에서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기 위해 가계부를 작성한다.

그리고 기업은 수입과 비용을 파악하기 위해 회계 장부를 작성한다.

국가의 경우에도 외국과의 여러 형태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을 기록ㆍ정리한 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제수지표는 이러한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에 한 나라의 거주자와 다른 나라에 있는 비거주자 사이에 이루어진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표로 정의한다.

‘일정 기간 동안에’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수지는 한 시점에서의 축적된 양을 가리키는 저량(stock) 개념이 아니고 GDP와 같은 유량(flow) 개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수지표는 한국은행이 월별로 작성하여 1년 단위로 종합하고 있다.

국제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대상 기간 중 나라 안으로 들어온 외화가 나라 밖으로 나간 외화보다 많았음을 의미하며,국제수지 적자는 반대의 경우를 의미한다.

‘한 나라의 거주자와 다른 나라에 있는 비거주자’는 경제주체들을 그들의 국적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경제활동에 있어서의 이익의 중심(the center of interest)이 어디에 있느냐를 기준으로 구분한다는 것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경제주체가 1년 이상 어떤 나라에서 경제활동 및 거래를 수행하거나 그러한 의도가 있을 경우 이익의 중심이 그 나라에 있다고 본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외국인이나 외국기업은 우리나라의 거주자로 분류한다.

반면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나 우리기업은 비거주자로 분류한다.

국제수지표에 기록된 거래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해야 엄밀한 정의가 되지만 편의상 ‘국가 간’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모든 경제적 거래’란 재화와 서비스의 이동뿐 아니라 자본의 이동을 포함한 일체의 대외거래를 포괄한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수지표가 포괄하는 대외거래는 크게 경상거래와 자본거래로 구분된다.

경상거래는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거래를,자본거래는 자금이 유입되고 유출되는 거래를 가리킨다.

경상거래의 결과로 벌어들인 외화와 지급한 외화의 차이는 경상수지라 하며,자본거래의 결과로 들어온 외화와 나간 외화의 차이는 자본수지라 한다.

일반적으로 국제수지라 할 때는 자본수지를 제외한 경상수지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이는 경상수지에 기록된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이 국민소득,고용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다시 ‘상품수지’,‘서비스수지’,‘소득수지’ ‘경상이전수지’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상품수지(재화수지)는 재화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와 재화를 수입할 때 지급한 외화의 차이를 나타내며 과거에는 무역수지라고 불렀다.

보통 국가 간의 수출입에 있어 서비스보다는 재화의 수출입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경상수지를 무역수지라 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행 통계에서 무역수지란 용어는 사라졌으며,관세청에서 발표하는 무역수지는 한국은행의 상품수지와 차이가 있다.

한국은행의 상품수지는 소유권이 이전돼야 수출입으로 간주하지만,관세청의 무역수지는 통관기준으로 수출입을 계상(計上)한다.

통관기준 수출입이란 상품이 우리나라의 관세선을 통과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수출입으로서,여기서 관세선(tariff line)이란 무역에 있어 우리나라와 외국의 구분이 되는 선을 뜻하는데 대체로 정치적 국경과 일치한다.

수입의 경우 상품이 선적항에서 본선으로 인도되어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관세선을 통과하기까지는 운임,보험료 등의 비용이 수반되므로 통관기준 수입액수와 소유권이전 기준 수입액수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다음으로 서비스수지는 운수ㆍ여행ㆍ통신ㆍ보험ㆍ특허권 등의 각종 서비스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와 지급한 외화의 차이를 말한다.

국제수지표의 서비스수지 항목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외화를 취득한 경우에는 수입(收入)으로 기록하고,서비스 이용을 통해 외화를 지급한 경우에는 지급(支給)으로 기록한다.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를 합한 것은 상품 및 서비스수지라고 하는데,거래된 재화와 서비스를 모두 당기에 생산된 것이라 본다면 상품 및 서비스수지는 국내총생산의 구성항목인 순수출과 동일하다.

소득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오고 간 노동과 투자의 대가를 기록한 것인데 ‘급료 및 임금수지’와 ‘투자소득수지’로 세분할 수 있다.

급료 및 임금수지는 거주자가 외국에 단기간(1년 미만) 머물면서 일한 대가로 받은 돈과 국내에 단기로 고용된 비거주자에게 지급한 돈을 차이를,투자소득수지는 거주자가 외국에 투자하여 벌어들인 배당금ㆍ이자와 비거주자에게 국내투자의 대가로 지급한 배당금ㆍ이자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

소득수지는 과거에는 서비스수지와 함께 무역외 수지라 불리웠다.

끝으로 경상이전수지는 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에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주고받은 외화의 유출입 차이를 말한다.

재외동포나 외국의 자선단체로부터 기부금이나 구호물자를 받았다면 경상이전수지의 수입이 될 것이며,반대로 해외로 우리가 원조를 했다면 경상이전수지의 지급이 될 것이다.

일부 학생들은 상품수지,서비스수지,소득수지,경상이전수지를 합한 경상수지의 흑자는 외화의 국내 유입을 뜻하므로 경상수지 흑자는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이 늘어 경상수지가 전체적으로 흑자를 기록했다면 이는 국내 생산이 증가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또한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게 되면 외국에 진 빚을 갚을 수 있어 외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버는 이유는 외국으로부터 좋은 물건들을 수입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므로 수입감소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증대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너무 커지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무역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으므로 경상수지 흑자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시간에는 국제수지표를 구성하는 또 다른 항목인 자본수지와 준비자산증감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