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아리랑·백두·온누리 등 공해상 4곳 우리말로
우리 영토 연상 효과… 해양 자원 개발 주도권 확보
매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는 태풍.
2000년 이후 태풍의 이름은 서양식이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쓰는 지명이나 인명에서 따온 것이 대부분으로 바뀌었다.
1999년까지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가지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고 북한에서도 '기러기' 등 10개의 이름을 냈다.
최근 수달이라는 태풍의 피해가 커서 이름을 '미리내'로 바꾸기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 심심찮게 '한국산 태풍'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장보고, 아리랑, 백두, 온누리는 뭘까?
이 단어들은 모두 지난 9월 정식 국제지명으로 채택된 한글로 된 땅이름이다.
그러면 이런 이름이 붙여진 곳은 어디일까. 바로 태평양 한가운데 바다 속이다.
최근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제22회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SCUFN) 회의에서 태평양 해역 북마리아나 제도와 마셜 군도 사이에 위치한 해산 4곳의 이름을 장보고 해산과 아리랑, 백두, 온누리 평정해산으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직접 신청해 우리말 이름을 붙인 공해상 해저지명이 정식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도 아닌 태평양에 한글이름을 붙인 사연은 무엇일까.
⊙ 해저지명은 어떻게 붙여지는 것일까?
항해술이 발달하기 전 태평양처럼 먼 바다에서 항해를 할 때는 해와 달, 또는 계절별로 바뀌는 별자리의 모양에 의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다의 사나이'들은 대양에서 선박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바다의 지도가 필요함을 인식했고 1903년 모나코의 알베르트 왕자 1세가 최초로 대양수심도(GEBCO)를 제작했다.
이를 계기로 대양의 해저지형에 이름이 붙기 시작했고 2009년 1월까지 전 세계 바다에 3467개의 공식 해저지명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보통 한 나라의 영해로 불리는 12해리이내의 바다까지는 각자 그 나라의 고유 지명이 있다.
하지만 12해리 밖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포함한 공해상에는 조사한 기구나 나라가 지명을 제정해 국제수로기구(IHO) 산하기구인 해저지명소위원회에 명칭에 관한 심의를 요청한다.
여기서 채택되면 정식 국제해저지명으로 인정받게 되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바다 속 지도인 해도에 기록된다.
물론 해저지명과 그 지역에 관한 한 나라의 영유권은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이름을 갖느냐는 영토 문제에 정서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다.
2006년 울릉분지를 쓰시마분지로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했던 일본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해저지명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해양지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해를 탐사하고 해양지명을 붙이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 한글 해저지명이 붙게 된 사연은?
해저지형은 육상지형에 비해 부분적인 기복이 적고 경사는 완만하다.
깊이에 따라 대륙붕, 대륙사면, 심해저, 해구와 해연으로 나뉜다.
대륙붕은 수심 35~240m의 지역으로 전 세계 대륙붕의 평균수심은 128m정도로 알려져 있다.
바다 쪽에서 기울기가 급변하는 부분은 대륙붕과 대륙사면의 경계다.
대륙사면은 비교적 급한 기울기를 가지는 해저지형으로 평균수심이 3660m에 달한다.
심해저는 평원과 구릉으로 구성되는데 심해저 평원은 넓은 범위로 퍼져 토사가 퇴적된 것이고 심해저구릉은 작고 낮은 언덕형 지형이다.
해구는 수심 6000m 이상의 좁고 긴 지역 이른바 바다속 계곡이다.
이 중 특히 깊은 곳을 해연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한글 지명을 붙이게 된 해산은 바다 속에 원뿔 모양으로 솟은 높이 1000m이상의 봉우리다.
평정해산은 해산의 봉우리가 파도에 깎여 평평해진 해산을 말하는데 우리나라가 태평양 심해저 광물을 개발하는 지역에서 수심 5000m의 해저 바닥으로부터 솟아올라 수심 3000~4200m인 지형이 발견되면서 지명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태평양 공해상의 해산과 평정해산은 2001년과 2002년 심해저 광물 탐사 중 발견했다.
보통 수심 5000m이상의 깊은 바다에는 망간단괴 등의 광물자원이 매립돼 있는데 이는 망간이나 구리, 니켈 등의 금속으로 개발해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원확보 차원에서 태평양 등 바다의 광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1만㎞, 괌에서 동쪽으로 1500㎞ 정도 떨어져 있는 태평양 공해상에서 해양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1983년부터 하와이대의 연구선을 빌려 시작한 탐사는 1992년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의 건조로 더욱 진전됐고,마침내 1994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태평양 공해상 클라이온-클리프톤 해역에 15만㎢ 광구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한국해양연구원이 탐사한 자료를 모아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확인했고,발견된 해산과 평정해산의 자료를 국제기구에 등재심의 요청한 결과 4개의 지형에 한글지명을 붙이게 됐다.
해저지명은 해양과학이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명칭이다.
사람을 이름으로 쉽게 기억하듯 해저지명도 이름을 통해 해저의 입체적 영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식 해저지명을 등록하면 우리 영토라는 느낌이 강해져 영토 확보와도 연계될 수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종 수산자원과 광물자원, 에너지자원을 생각할 때 이번 태평양 한글지명 지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짧은 역사에 비해 우리나라의 해양탐사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많은 한글해저지명이 늘어나 우리나라가 해양기술대국으로 거듭날 그날이 기대된다.
<참고 :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
우리 영토 연상 효과… 해양 자원 개발 주도권 확보
매년 여름에서 가을까지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주는 태풍.
2000년 이후 태풍의 이름은 서양식이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쓰는 지명이나 인명에서 따온 것이 대부분으로 바뀌었다.
1999년까지 북서태평양에서의 태풍 이름은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정한 이름을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태풍 이름을 서양식에서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고유한 이름으로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당시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 등 10가지의 태풍 이름을 제출했고 북한에서도 '기러기' 등 10개의 이름을 냈다.
최근 수달이라는 태풍의 피해가 커서 이름을 '미리내'로 바꾸기로 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0년 이후 심심찮게 '한국산 태풍'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장보고, 아리랑, 백두, 온누리는 뭘까?
이 단어들은 모두 지난 9월 정식 국제지명으로 채택된 한글로 된 땅이름이다.
그러면 이런 이름이 붙여진 곳은 어디일까. 바로 태평양 한가운데 바다 속이다.
최근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제22회 국제해저지명소위원회(SCUFN) 회의에서 태평양 해역 북마리아나 제도와 마셜 군도 사이에 위치한 해산 4곳의 이름을 장보고 해산과 아리랑, 백두, 온누리 평정해산으로 결정했다.
우리나라가 직접 신청해 우리말 이름을 붙인 공해상 해저지명이 정식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도 아닌 태평양에 한글이름을 붙인 사연은 무엇일까.
⊙ 해저지명은 어떻게 붙여지는 것일까?
항해술이 발달하기 전 태평양처럼 먼 바다에서 항해를 할 때는 해와 달, 또는 계절별로 바뀌는 별자리의 모양에 의지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다의 사나이'들은 대양에서 선박의 위치를 표시하기 위한 바다의 지도가 필요함을 인식했고 1903년 모나코의 알베르트 왕자 1세가 최초로 대양수심도(GEBCO)를 제작했다.
이를 계기로 대양의 해저지형에 이름이 붙기 시작했고 2009년 1월까지 전 세계 바다에 3467개의 공식 해저지명이 생겨나기에 이르렀다.
보통 한 나라의 영해로 불리는 12해리이내의 바다까지는 각자 그 나라의 고유 지명이 있다.
하지만 12해리 밖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포함한 공해상에는 조사한 기구나 나라가 지명을 제정해 국제수로기구(IHO) 산하기구인 해저지명소위원회에 명칭에 관한 심의를 요청한다.
여기서 채택되면 정식 국제해저지명으로 인정받게 되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바다 속 지도인 해도에 기록된다.
물론 해저지명과 그 지역에 관한 한 나라의 영유권은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어떤 이름을 갖느냐는 영토 문제에 정서적인 영향을 크게 미친다.
2006년 울릉분지를 쓰시마분지로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했던 일본의 사례를 떠올려보면 해저지명의 영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해양지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해를 탐사하고 해양지명을 붙이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 한글 해저지명이 붙게 된 사연은?
해저지형은 육상지형에 비해 부분적인 기복이 적고 경사는 완만하다.
깊이에 따라 대륙붕, 대륙사면, 심해저, 해구와 해연으로 나뉜다.
대륙붕은 수심 35~240m의 지역으로 전 세계 대륙붕의 평균수심은 128m정도로 알려져 있다.
바다 쪽에서 기울기가 급변하는 부분은 대륙붕과 대륙사면의 경계다.
대륙사면은 비교적 급한 기울기를 가지는 해저지형으로 평균수심이 3660m에 달한다.
심해저는 평원과 구릉으로 구성되는데 심해저 평원은 넓은 범위로 퍼져 토사가 퇴적된 것이고 심해저구릉은 작고 낮은 언덕형 지형이다.
해구는 수심 6000m 이상의 좁고 긴 지역 이른바 바다속 계곡이다.
이 중 특히 깊은 곳을 해연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한글 지명을 붙이게 된 해산은 바다 속에 원뿔 모양으로 솟은 높이 1000m이상의 봉우리다.
평정해산은 해산의 봉우리가 파도에 깎여 평평해진 해산을 말하는데 우리나라가 태평양 심해저 광물을 개발하는 지역에서 수심 5000m의 해저 바닥으로부터 솟아올라 수심 3000~4200m인 지형이 발견되면서 지명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태평양 공해상의 해산과 평정해산은 2001년과 2002년 심해저 광물 탐사 중 발견했다.
보통 수심 5000m이상의 깊은 바다에는 망간단괴 등의 광물자원이 매립돼 있는데 이는 망간이나 구리, 니켈 등의 금속으로 개발해 쓸 수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원확보 차원에서 태평양 등 바다의 광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1만㎞, 괌에서 동쪽으로 1500㎞ 정도 떨어져 있는 태평양 공해상에서 해양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1983년부터 하와이대의 연구선을 빌려 시작한 탐사는 1992년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의 건조로 더욱 진전됐고,마침내 1994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태평양 공해상 클라이온-클리프톤 해역에 15만㎢ 광구를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립해양조사원은 한국해양연구원이 탐사한 자료를 모아 국제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확인했고,발견된 해산과 평정해산의 자료를 국제기구에 등재심의 요청한 결과 4개의 지형에 한글지명을 붙이게 됐다.
해저지명은 해양과학이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명칭이다.
사람을 이름으로 쉽게 기억하듯 해저지명도 이름을 통해 해저의 입체적 영상을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식 해저지명을 등록하면 우리 영토라는 느낌이 강해져 영토 확보와도 연계될 수 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이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바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각종 수산자원과 광물자원, 에너지자원을 생각할 때 이번 태평양 한글지명 지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짧은 역사에 비해 우리나라의 해양탐사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많은 한글해저지명이 늘어나 우리나라가 해양기술대국으로 거듭날 그날이 기대된다.
<참고 :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