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대우건설 컨소시엄,사상 첫 원자로 플랜트 수출
[Science] 한국, 원자력 역사 50년만에 ‘원자력 수출국’ 된다
우리나라가 원자력기술개발에 나선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원자로 플랜트(종합시설) 수출에 성공했다.

지난 4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과 국내 건설사인 ㈜대우건설(대표이사 서종욱) 컨소시엄(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요르단 정부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가칭 JRTR: Jordan Research and Training Reactor) 건설사업의 국제 경쟁입찰에서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위한 협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 원자로 플랜트 첫 수출 쾌거

핵을 사용하는 원자로는 시스템의 작은 오류나 미세한 균열로도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안전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 때문에 원자로 플랜트를 수입하고자 하는 나라는 입찰자의 과거 수출 실적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원자력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실적이 없어 세계 원자력발전소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용 원자로 플랜트 수출은 향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대형 상용원전 시장에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요르단 최초의 원자로 건설이 될 이번 사업은 요르단이 원자력 발전 도입을 앞두고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로 원자력 인력 교육 훈련 및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과학 연구 등에 활용할 열출력 5MW급(10MW로 성능 향상 가능) 개방수조형 다목적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등을 2014년까지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구용 원자로(research reactor)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핵분열 시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해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중성자 산란장치를 이용한 물질의 구조 연구 및 신물질 개발 등 중성자 과학,의료용 및 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핵연료와 원자로 구조재 등 재료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시험하는 조사시험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 대형 상용원전 진출 기반 확보

이번 JRTR 입찰에는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에서 최근 수년간 독점적인 자리를 차지해온 아르헨티나 인밥(INVAP)과 중국 CNNC(중국핵공업집단공사),러시아(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 등 3개국이 우리나라의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번 JRTR 프로젝트 수주로 우리나라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TRIGA Mark-Ⅱ를 도입해 원자력 기술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50년 만에 원자력 수출국으로서 물꼬를 트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은 연구로 건설 경험이 적고 연구로를 포함한 원자력 시스템 해외수출 경험이 전무한 점 등 경쟁국에 비해 매우 불리한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목적 연구로인 하나로(HANARO)를 자력으로 설계,건설,운영하면서 축적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기술력이 강점으로 작용해 최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이번 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될 경우 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아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계 연구로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국가 원자력 브랜드의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제고되며 원자력기술 해외 진출도 추진력을 얻어 대형 상용원전 진출의 기반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 향후 시장규모 10조~20조원 이를 것

한국원자력연구원 컨소시엄이 향후 입찰 일정에 따라 요르단 연구로 건설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면 2010년 3월께 건설 계약을 체결한 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이르비드(Irbid)에 위치한 요르단과학기술대학교(JUST · Jord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내 부지에 연구로 건설을 착수할 예정이다.

최종 입찰서를 통해 제안한 개념설계를 토대로 계약 체결 후 2년 내에 원자로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계약 후 4년 이내에 원자로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및 계통 설계 △운영요원 교육 및 훈련 등을 담당하고 대우건설이 △종합 설계(A/E)△건설 및 인허가△프로젝트 관리 등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는 이번 요르단 연구로 수주 과정에서 구성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국내 관련 기관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연구용 원자로 설계-엔지니어링-건설-사업관리의 종합 협력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이를 토대로 향후 세계 연구로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240여 기의 연구용 원자로가 운전되고 있다.

이 가운데 80%는 20년 이상,65%는 30년 이상 된 노후 원자로이기 때문에 점진적인 대체수요 발생이 예상된다.

10~20MW급 중형 연구로 대체수요는 110기 정도로 전망되며 그 중 50여 기가 향후 15년 내에 국제 시장조달에 의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용 원자로의 세계시장 규모는 10조~20조원으로 전망된다.

교과부와 원자력연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연구용 원자로 건설에 관심을 표명해 온 태국,베트남,남아공,터키,아제르바이잔,몽골,나이지리아,카타르,UAE 등을 대상으로 인력 양성 지원,법령 및 체제 구축 지원 등 국제협력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원자력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