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의 작은 그림과 큰 그림은 다른점도 많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3) 수요곡선과 총수요곡선의 차이
"수요와 공급만 알면 경제는 거의 다 아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다소 과장이 섞여 있지만 그만큼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수요는 '사려는 힘'이며 공급은 '팔려는 힘'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통상 하나의 재화 혹은 한 산업의 재화와 서비스가 된다.

그런데 '하나'라는 범위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돼지고기의 수급을 하나의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고,육류(먹을 수 있는 짐승의 고기 종류)의 수급을 하나의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장 포괄적이고 큰 시장은 뭘까?

바로 한 나라의 모든 수요를 더한 총수요(Aggregate Demand)와 한 나라의 모든 생산을 더한 총공급(Aggregate Supply)이다.

하나의 시장이나 산업에 관한 논의가 미시경제학의 연구 분야라면,한 나라의 수요와 공급을 다루는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거시경제학의 분야가 된다.

총수요와 총공급은 앞에 붙은 '총'이란 단어로 이미 그 덩치와 의미를 짐작케 해준다.

한 나라를 하나의 시장이라고 본다면 여기서 거래되는 재화는 무수히 많다.

따라서 재화를 기준으로 수요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 다음 드는 생각은 경제 주체의 특성별로 수요의 구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요자는 가계다.

가계는 소비의 주체로,그 비중은 통상 GDP의 60~70%에 이른다.

다음 생각나는 수요자는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생산을 통한 공급의 주체이지만,공급을 위해 기계나 설비 등의 자본재를 구입하는 투자지출의 주체이기도 하다.

정부도 대표적인 수요자다.

정부도 자급자족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대표적인 수요자는 바로 '해외'의 수요다.

이는 수출로,해외에서 우리 제품을 사려고 하는 욕구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한 나라의 수요는 가계 · 기업 · 정부 · 해외의 소비 · 투자 · 정부지출 · 수출로 구성되며 이를 모두 더한 것이 총수요다.

그런데 우리가 우리 나라 제품만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가 우리 제품을 수요해주듯이 우리도 해외 제품을 들여와 쓴다.

이는 국내 제품에 대한 수요를 해외 제품의 수요가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총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총수요는 가계소비 · 기업투자 · 정부지출 · 수출을 모두 더하고 빠져나간 수요인 '수입'을 빼주어야 한다(물론 고교 교과서마다 설명에 조금 차이는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경제정보센터가 펴낸 「경제,이것이 궁금해요」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처럼 거시경제학의 총수요는 미시경제학의 수요보다 복잡하다.

총수요 = 소비 + 투자 + 정부지출 + 수출-수입

미시경제학의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듯이 거시경제학의 총수요 곡선도 우하향한다.

미시경제학에서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것은 가격이 더 싸지면 싼 재화를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지만 총수요 곡선의 경우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

거시경제학에서는 특정 재화의 가치를 나타낸 '가격'이란 단어 대신 평균적 가격인 '물가'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물가가 떨어지면 가계가 가지고 있던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가계는 소비를 증가시킨다.

또한 물가가 떨어지면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가지고 다녀야 하는 화폐의 양도 줄어든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짐바브웨나 독일의 초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지고 다녀야 하는 화폐의 양을 생각해보라.

여하튼 물가가 떨어지면 보유하려는 화폐의 양,즉 화폐수요가 감소한다.

화폐수요가 감소하면 시장에 돈을 필요로 하는 힘이 줄어들어 이자율이 떨어진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이제 기업이 나설 차례다.

이자율이 내려가면 기업은 더 쉽게,더 싸게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떨어지면 가계의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 총수요가 증가한다.

여기까지는 국내적인 문제였다.

물가를 국제적 문제로 확대해보자.앞에서 물가가 떨어지면서 (단기에) 이자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자율의 변화는 자본을 이동시킨다.

국내 이자율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국내에 투자했던 자금을 빼내어 해외에 투자할 것이다.

해외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한다.

달러를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간다(환율 상승).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총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또한 국내 물가가 하락하면 국내 재화의 가격이 해외 재화에 비해 더 싸진 것이기 때문에 더 싸진 수출은 증가하고 비싸진 수입은 감소한다.

따라서 총수요가 증가한다.

결론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면 가계가 가지고 있던 화폐의 실질가치가 올라가서 소비가 늘고,상대적으로 더 싸진 국내 재화의 수출이 늘고 비싸진 해외 재화의 수입이 줄어든다.

또한 물가 하락은 이자율 하락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이자율 하락은 자본유출을 통한 환율 상승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인다.

따라서 물가가 하락하면 총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총수요 곡선이 우하향한다.

이는 미시적 분석인 개별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량이 증가하여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사뭇 다르다.

미시적 분석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더 싸졌기 때문에 수요량이 늘어나는 것이지만,거시적 분석인 총수요는 위에서 보듯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미시적 분석에서 수요곡선을 그리면 곡선상의 이동과 곡선의 이동에 대해 공부한다.

좌표축에 나타난 가격이 오르고 내리면 수요량이 줄고 느는데 이는 모두 곡선상의 움직임이다.

반면 가격 이외의 소득,기호,광고,미래에 대한 예상,다른 재화의 가격 등이 변하면 수요곡선이 움직이는 것으로 그렸다.

총수요곡선도 이와 같다.

물가가 변하면 가계 · 기업 · 해외를 통해 총수요량이 변하는데 이는 모두 곡선상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반면 물가 이외의 요인이 변해 총수요가 움직이면 곡선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이자율이 낮아질 것이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가 늘어난다.

기업의 투자 증가는 총수요 증가 요인인데,이는 곡선자체의 움직임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지출은 총수요의 구성요소이고 정부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총수요의 증가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는 물가라는 요인에 의한 증가가 아니기 때문에 총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한다.

정부가 세금을 늘리면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가 감소한다.

소비 감소는 총수요의 감소 요인인데 이는 총수요곡선의 좌측 이동으로 그려질 것이다.

이처럼 미시적 수요와 거시적 총수요는 닮은 점과 함께 다른 점도 많다.

미시적 분석에서 수요만 가지고 시장을 분석할 수 없듯이 거시적 분석도 총공급곡선이 있어야 완성된다.

따라서 다음 시간에는 총공급곡선에 대해 알아보고 두 곡선이 만나서 움직이는 거시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