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아니라 사물이 지닌 이미지가 소비되는 현대사회

현대 사회에서는 사물이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소비된다.

사물을 소비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정작 소비되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이다.

따라서 '어떤 사물을 소비하여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현대 사회의 소비에서 중요한 조건이 된다.

중요한 것은 사물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이지 사물 자체의 기능이 아니다.

일상성을 표현하는 오늘날의 광고에서조차 이미지는 사물의 본질이나 기능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징적 의미를 산출한다.

광고에서 '패션은 전략'이고 '침대는 과학'이며 '주방은 디자인'이고 '화장은 유혹'인 것이다.

이들 메시지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왜 '명품'을 가지려고 하는가?

그것은 '명품'에서 비롯된 이미지인 고급스러움 그리고 우아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비싼 그리고 커다란 승용차를 타고 다니려 하는가?

그것은 비싼,커다란 승용차에서 비롯된 이미지인 권위, 그리고 위세를 드러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 자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로 기능하고 있는 이미지를 소비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하여 우리는 이미지가 실재보다 더 강하게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본다.

지금은 우리의 현대성이 낳은 부산물인 이미지로 넘쳐나고 있는 세상이다.

하나의 이미지는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이렇게 생겨난 또 다른 이미지는 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마침내 실재와 이미지를 구분할 수 없는,그리하여 점점 더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시뮬라크르가 생겨나게 된다.

이러한 단계에서 이미지는 실재와 무관한 시뮬라크르가 된다.

처음에는 이미지가 실재를 반영하였지만 차츰 이미지는 실재를 감추고 왜곡하게 된다.

이미지의 가면 뒤에는 어떤 실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지가 감추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곧 이미지가 무엇인가를 감추는 단계로부터 아무것도 없음을 감추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마침내 이미지와 실재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이미지는 자율적 독립성을 획득하게 되고 실재는 이미지의 가면 속으로 함몰되어 버린다.

여기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반영-왜곡-독립성에 이르는 일련의 이미지의 역사를 필연성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선언이다.

역사 속에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이미지의 단계에서 보면,현대 사회에서 모든 것은 기호화되고 모든 실재는 사라지게 된다.

그리하여 보드리야르는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라고 선언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가 강조됨으로써 실재에 대한 관심은 실종되고,넘쳐나는 이미지 아래 실재가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실재가 없는 이미지만이 넘쳐나는 세계가 바로 우리의 시대이다.

따라서 실재보다는 이미지가 범람하여 실재를 사라지게 하는 현대 사회는 그 자체로 실재가 없는 미혹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미지가 판을 치는 현대 세계에서 실재는 증발하고 뒤로 밀려나며,시뮬라크르가 지배한다.

끊임없이 증식하는 시뮬라크르의 이러한 지배는 더 이상 특수하고 신기한 현상이 아니라 어디에나 존재하는 우리 삶의 현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우리는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고 지배하는 현상,그리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시뮬라크르에 포위되어 버린 현대 사회의 존재론적인 조건에 직면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1]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10학년도 명지대학교 모의논술 문제 풀이
※ 해설 : 윤두서의 <자화상>은 사실적으로 묘사된 수염과 강렬한 눈빛을 통해, 인물의 외형적 닮음뿐 아니라 내면의 정신 세계까지를 반영한 예이다. 이에 반해 73세 마오쩌둥의 모습을 담은 <양쯔강을 도영하는 마오쩌둥>은 노익장을 과시하는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정치적 건재함을 과시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는 무수한 반복을 통해, 대상의 실제로부터 독립된, 산업 사회와 대중 문화의 표상으로서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문제 1> 다음 조건에 맞추어 제시문 [가]를 요약하시오. (300 ±25자, 20점)

조건 1) 제시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지 마시오.

2) 각 문단의 핵심 내용을 모두 포함하시오.

3) 요약문 전체가 한 편의 완결된 글이 되도록 하시오.

<문제 2> 제시문 [가]의 논지를 토대로 [자료 1]을 분석하시오. (350 ±25자, 30점)

⊙ 출제의도

명지대는 적성검사와 논술고사,면접고사 등을 모두 활용해 수시모집에서 학생을 선발한다.

이번에 발표된 논술고사의 경우 대입 논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동일 제시문에 3개의 문항이 나열된 구조다.

1번과 2번에서는 제시문에 대한 기본적 이해력과 분석력,그리고 표현력을 주로 평가하고,3번 문제에서는 논증과 창의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번 시간에는 명지대에서 밝힌 채점포인트와 제시문 분석을 토대로 1,2번 문항의 접근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

<문제1>

제시문 [가]는 실재보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의 중요한 조건은 사물이 지닌 이미지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는 사물 자체보다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이미지는 실재보다 더욱 강력하게 우리 삶의 양식을 지배한다.

역사적으로 이미지는 최초 대상의 실재를 반영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이후 실재에 대한 왜곡으로 전개되었으며,현대 사회에서는 계속되는 반복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실재와는 무관한 독립적인 시뮬라크르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현대는 끊임없이 자기 증식된 시뮬라크르의 범람이 일상화된 사회이며,그것은 우리의 삶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

소비에 있어 상징화된 요소를 소비하는 것이지,생존을 위한 조건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시문 가의 핵심내용이라 할 수 있다.

1번 문항을 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요약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문제의 조건으로도 제시돼 있지만,제시문의 표현을 옮기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화된 언어를 통해 요약을 진행하되,그 요약이 개별적으로 분리되지 않게 하나로 엮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접속어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문제 조건에 제시돼 있는 것처럼 한 편의 완결된 글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내용 선정과 조직에 있어 각별한 집중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제시문 가의 핵심 내용을 따지면 아래 세 가지가 도출된다.

(1) 현대 사회는 사물 자체보다 이미지의 소비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이다.

(2)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는 무수한 반복의 과정을 통해 실재와는 무관한 시뮬라크르를 만들어냈다.

(3) 역사적(통시적)으로 이미지는 반영-왜곡-독립성의 과정으로 전개됐다.

(4) 현대 사회에서는 실재의 실종과 이미지 범람의 현상이 일상적 삶의 조건으로 보편화됐다.

위의 세 가지를 포함시키되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것,그리고 (1),(2),(3),(4)가 끊기지 않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게 순서를 배치하고 연결될 수 있게 구성한 것이 이번 문항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문제2>

[그림 1]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은 형형한 눈동자 묘사를 통해 주인공의 냉철한 자기 직시를 표현했다.

외형적 닮음 속에 인물의 강직한 내면세계를 성공적으로 담아냈다.

과거 우리의 초상화는 서양의 사실적,외면적 닮음으로서의 그림과 달리 인물의 성격과 품성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가 많았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거울과 같은 이미지의 반영,즉 외재적 이미지보다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개성적,내면적 이미지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점을 해석해 내야 한다.

[그림 2]는 1966년 6월 문화대혁명의 시작과 함께 「인민일보」에 실려 중국 전역에 배포된 사진이다.

건강도 정치적 입지도 약화됐던 마오쩌둥은 양쯔강 도영이라는 상징적 행위를 연출함으로써 새 시대의 성공적 시작을 국내외에 알리고자 했다.

이 사진은 생활속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움보다 일정한 목적성을 가진 사진이라는 점에서 이미지를 통한 사실의 왜곡을 찾을 수 있다.

[그림 3]은 미국의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1960년대 작품이다.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마릴린 먼로>의 반복된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내면과 괴리돼 공장의 대량 생산품처럼 물화된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림 2에서 더 나아가 대상과 세계가 분리돼 더 이상 진실이 아닌 하나의 상품으로서만 기능하게 됨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문제는 제시문 [가]에 제시된 이미지 이론('반영-왜곡-독립'이라는 장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자료 1]에 제시된 세 장의 그림을 활용해 분석하는 것이다.

[그림 1]은 이미지가 인물의 내면을 '반영'한 예이고,[그림 2]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미지가 진실을 '왜곡'한 경우이며,[그림 3]은 이미지가 대상의 진실로부터 '독립'해 존재하는 예이다.

각각의 경우가 제시문〔가〕에서 말한 반영,왜곡,독립을 보여주는 그림이므로 순서대로 연결돼 언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 1과 반영,그림 2와 왜곡,그림 3과 독립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거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제시문〔가〕의 논지를 토대로 자료가 분석되어야 하므로 제시문〔가〕와 자료가 개별적으로 요약되는 수준에 그쳐서도 곤란하다.

제시문〔가〕를 토대로 하라고 요구했으므로 직접적으로 연결됨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학교 측 발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경우 감점 요인이 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제시문 [가]에 제시된 이미지 이론과 접목시키지 못하고,[자료 1]에 제시된 그림들의 의미 분석에만 그친 경우,그리고 자료해설 문장을 그대로 옮겨올 경우가 그것이다.

김윤환 S · 논술 선임 연구원 pogara@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