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족과는 유전적 특성 큰 차이… 청나라 시조는 신라 사람?

[Science] 유전자 분석해보니 '한국인 = 남방계+ 북방계'
약 10개월간 인기리에 방송됐다 최근 막을 내린 KBS의 주말대하드라마 천추태후 마지막 회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천추태후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선왕의 비(妃)였던 그녀와 일종의 '불륜'을 저질러 아들까지 낳게 한 장본인인 신라왕족의 후손(드라마속 설정) 김치양의 아들이 후일 여진족의 왕으로 추대되고 이 사람이 바로 나중에 중국을 지배하는 후금(청나라)의 시조가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드라마라는 것이 다소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사실이라 이런 내용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청나라의 시조는 신라사람이라는 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다.

외국에 나가보면 알겠지만 중국, 일본, 몽골, 한국사람들은 외모가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민족은 몽골족에서 갈려 나왔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국경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과거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한반도의 통일 후 예상되는 국경분쟁을 막기 위해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심지어는 백제와 신라까지 자국의 역사에 포함시켜 그 안의 모든 민족을 중화민족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이 동북공정의 핵심내용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2003년 발간된 동북공정의 연구물인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에는 고구려인이 중국의 고대 국가인 은나라와 상나라의 씨족에서 분리됐다는, 우리입장에서는 다소 터무니 없는 주장이 실려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과 중국 한족은 혈연적으로 한 핏줄이란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 한국인은 어디서 왔나?

2003년 단국대 생물과학과 김욱 교수는 동아시아인 집단에서 추출한 염색체 표본을 대상으로 부계를 통해 유전되는 Y염색체의 유전적 변이를 분석했다.

Y염색체는 아들을 통해서만 전달이 되기 때문에 딸을 통해서 전달되는 X염색체와는 달리 변이를 역 추적할 수 있다.

그래도 Y염색체는 아버지로부터 그대로 보존돼 유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인에게서는 주로 몽골과 동 · 남부 시베리아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 형, 그리고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 · 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전자형이 모두 발견됐다.

즉 한국인은 동아시아의 여러 민족 가운데 동남아시아인인 중국 동북부 만주족과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했고, 중국 묘족이나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인과도 비슷하다는 말이다.

이는 한민족이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의 혼합 민족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300여년 전 농경문화와 일본어를 전달한 야요이족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 본토로 이주했음을 나타내는 유전학적 증거이기도 하다.

2006년 김 교수는 모계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도 분석했다.

Y염색체가 아버지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달되는 부계유전을 하는 것과 달리 미토콘드리아 DNA는 어머니를 통해 아들과 딸 모두에게 전달된다.

더욱이 미토콘드리아 DNA는 돌연변이율이 높고 교차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 정보인 하플로타입 상태를 분석해 조상을 추적해 내는 데 주로 쓰인다.

하플로타입이란 일련의 특이한 염기서열이나 여러 유전자들이 가깝게 연관돼 한 단위로 표시될 수 있는 유전자형을 가리킨다.

하플로그룹은 같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전자형을 가진 그룹으로 보면 된다.

한국인은 3명 가운데 1명꼴로 몽골과 중국 중북부의 동북아시아에 많이 분포하는 하플로그룹D 계통이 가장 많았고 전체적으로 한국인의 60%가량이 북방계로 40%가량이 남방계로 분류됐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중국 조선족과 만주족, 그리고 일본인 순으로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 한족은 베트남과 함께 다른 계통에 묶여 한국인과는 유전적으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

동북아시아에 속한 중국 북경의 한족은 한국인과 다소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중국 남방의 한족과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특히 만주족과 중국 동북 3성인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 한족보다는 한국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까웠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과거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활동했던 고구려인의 유전적 특성은 중국 한족 집단보다 한국인 집단에 더 가깝다"고 밝혔다.

즉 중국의 주장이 다소 터무니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오히려 중국인들이 한국인의 후손일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앞에서 말했다시피 최근 역사학계에서는 중국 한족을 물리치고 중원을 점령했던 금나라의 여진족(훗날 만주족)이 신라인의 후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금사(金史)에는 '금태조가 고려에서 건너온 함보를 비롯한 3형제의 후손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또 금을 계승한 청나라의 건륭제 때 집필된 '흠정만루원류고'에는 금나라의 명칭이 신라 김(金)씨에서 비롯됐다는 내용까지 등장하는 형편이다.

청나라 황실의 만주어성(姓)'아이신줴뤄'중 씨족을 가리키는 명칭인 아이신은 금(金)을 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는 아이신줴뤄를 한자로 가차한 애신각라(愛新覺羅)에 '신라(新羅)를 사랑하고,기억하자'는 뜻이 담겼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유전자는 북방계가 다소 우세하지만 남방계와 북방계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다.

4000~5000년 동안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서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발달시키고 역사적인 경험을 공유하면서 유전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한민족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만주에 살던 이들은 중국 황하 유역에서 나타난 한족과는 달리 한반도에 살던 이들과 깊은 혈연관계였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금나라와 청나라를 세웠던 여진족과 만주족의 역사를 한국사에 새로 편입시켜야 할지도 모를 일이므로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깨뜨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말하지만 단일민족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유전적 동질성을 획득했다는 의미이지 한국인의 기원이 하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인은 동아시아 내에서 남방과 북방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형성된 다양성을 지닌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도움말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