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투과성·단열성 높아 '꿈의 신소재'로 각광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재는 단연 플라스틱이었다.

하지만 보다 가벼우면서 높은 강도를 지닌 신소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개발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있다.

1930년대 처음 발견된 신소재 에어로젤(Aerogel)은 빛 투과성이 높으면서 전기,소리,열 등에 강해 꿈의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 공기만큼 가벼운 고체

[Science]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 '에어로젤'을 아시나요?
에어로젤은 공기를 뜻하는 에어(aero)와 고체화된 액체를 의미하는 젤(gel)의 합성어다.

에어로젤은 '공기 같은 고체','미래 세계를 바꿀 신소재'로 불린다.

98%가 기체로 채워졌기 때문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고체 중 가장 가볍다.

밀도는 공기밀도(0.001g/㎡)의 3배인 0.003g/㎡ 정도.

2002년 '타임'지는 올해의 발명품으로 에어로젤을 꼽았으며 같은해 기네스북은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에어로젤을 선정했다.

에어로젤은 알콕사이드(alkoxide)와 물유리(waterglass)를 원료로 만들어진다.

액체 형태인 알콕사이드 혼합 원료에 알코올과 첨가제를 넣고 틀에 넣은 후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묵과 같은 젤 형태의 알코젤이 된다.

알코젤을 건조용기에 넣고 고온 · 고압 상태에서 초임계유체(초임계이산화탄소)를 흘리면 알코올이 들어있던 자리에 초임계이산화탄소가 들어간다.

이때 초임계유체를 흘리는 이유는 부피 변화를 없애기 위해서인데 고체에 묻어있던 액체가 기체로 변하면서 표면장력의 차이 때문에 부피가 변하기 때문이다.

건조용기에서 액체 상태인 알코올 자리를 초임계이산화탄소가 대체하고 나면 온도와 압력을 서서히 낮춰 상온 · 상압으로 만든다.

이때 알코젤을 꺼내면 이산화탄소 자리에 대기중의 공기가 유입되고 기체가 98%를 차지하는 고체인 에어로젤이 탄생하게 된다.

에어로젤의 구멍은 공기 입자의 평균 이동거리보다 짧다.

때문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열전도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에어로젤은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1000도 이상의 불꽃을 갖다 대도 온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어로젤은 높은 강도를 갖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바닥 크기의 에어로젤 4개 위에 자동차를 올려 놔도 부서지지 않는다.

다만 충격에는 약해 내리치면 쉽게 부서진다.

⊙ 첨단 우주소재로 화려한 부활

에어로젤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은 1931년.

하지만 당시는 너무 약한 강도와 긴 제조시간,높은 비용으로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에어로젤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50여년이 지난 1980년대부터 우주 분야 소재분야에서였다.

1997년 미국은 화성 탐사 로봇 소저너의 단열재로 에어로젤을 사용해 작동에 성공했다.

에어로젤 덕분에 화성에 보낸 탐사로봇이 영하 100도의 극저온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2006년 미국은 우주선 '스타더스트'호 외부에 에어로젤을 부착해 우주물질 채집에도 성공한다.

우주에서의 입자는 상대적으로 수십 km/s의 속도로 이동하므로 고체와 충돌하면 용해하거나 휘발해버리기 쉽다.

초경량의 에어로젤은 이러한 고속의 입자를 변형 없이 채취하는 데 매우 적합한 물질이다.

또한 표면적이 넓어 채취하는 단계에서 발생하거나 우주에 있는 휘발성 물질도 흡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혜성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튀어 오는 미립자들은 스타더스트에 부착된 에어로젤에 박혀 지구로 돌아왔고 미국은 100만개가 넘는 혜성 물질과 성간 물질을 갖게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유타주 사막에 떨어진 스타더스트 캡슐이 갖고 돌아온 우주 먼지들을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에어로젤을 군사무기에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투기 엔진을 에어로젤로 감쌀 경우 단열 효과로 인해 열추적 레이더나 미사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가 가벼운 것도 전투기용 소재로선 강점이다.

⊙ 건축, 조선, IT 등 산업 전반에 응용될 전망

에어로젤은 현재 단열재,방음재,저장소재,자동차 및 우주항공 초경량소재,촉매,전기화학 소재,전자소재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있어서 핵심 소재로 활용이 기대되고 있으며 투명 단열 창,전자부품 단열장치 등과 같이 특수 목적으로는 고가이지만 에어로젤이 이미 활용되고 있다.

현재 에어로젤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은 건축자재 분야.

기존 자재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운 것은 기본이고 3㎜ 두께 유리의 태양광 투과율이 90% 정도인데 비해 두께 1㎝의 에어로젤은 94%의 투과율을 보일 정도로 빛 투과성이 좋아 건축의 채광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단열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매우 가볍고 따뜻하며 밝은 건축물을 짓기 위한 이상적인 소재다.

미국 캐보트(CABOT)에선 에어로젤을 이용해 액화천연가스(LNG)선을 만드는 것을 연구 중이다.

천연가스를 영하 160도로 액화시켜 운반하는 LNG선의 가스 저장고를 에어로젤로 만들 경우 단열 효과를 높이면서 부피는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정보기술(IT)산업에선 에어로젤이 PC의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화학과 환경,에너지 분야에서도 에어로젤은 넓은 표면적으로 인해 촉매나 흡착제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우주복이나 스키복 등 방한복 소재로도 에어로젤은 응용이 가능하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에어로젤이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에어로젤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돼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미국의 캐보트사와 아스펜에어로젤사 두 곳 정도가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가 이미 에어로젤을 개발했으며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미국과 함께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