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국민은 왜 '굶주리는 억만장자'일까요?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0) 인플레이션
지난주에는 물가의 의미와 물가지수를 추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주에는 인플레이션의 의의와 영향,원인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는 평소 TV와 신문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이란 용어를 수도 없이 접하게 된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윌슨(George W. Wilson)은 인플레이션을 날씨에 비유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이야기하는 주제이지만 그 누구도 이것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날씨와 닮았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발생 자체를 막기 힘들다는 점에서 자연현상과 유사하나 분명 인위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정부가 인플레이션 수준을 목표로 하는 수치에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지만 일정한 변동폭 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의 정의는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의 정의에서 주목해야 될 부분은 '지속적으로'이다.

어느 한 달만 물가가 반짝 상승한다면 우리는 이것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지속적이라 말할 수 있다는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몇 달 혹은 몇 년간 물가상승이 계속되어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려면 물가상승률을 계산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시간에 배운 물가지수를 통해 도출해 내는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2008년 물가상승률은 다음과 같은 식에 의해 구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30) 인플레이션
2005년(기준연도)의 소비자물가지수를 100으로 하였을 때 우리나라의 2007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이며 2008년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9.7이다.

위의 식에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구하면 약 4.68%가 된다.

물가상승률은 다양한 종류의 물가지수들을 이용해 구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정도를 알아볼 때는 소비자물가지수 혹은 GDP디플레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물가지수로 측정을 하든 GDP디플레이터를 이용해서 측정을 하든 높은 물가상승률은 사회의 걱정거리다.

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주 원인은 생산 과정을 통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소득과 부를 재분배하고,경제적 효율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효과는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수 있느냐,없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사회 구성원들 중 부동산이나 보석과 같은 실물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득을 보고,현금이나 예금과 같은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다.

또한 채무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채무자는 이득을 보고,채권자는 손해를 본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로는 이 밖에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단기적 의사결정,채무의 실질가치 감소로 인한 기업들의 채무의존형 경영,실물자산 선호로 인한 실물자산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예상된 인플레이션의 경우에는 경제주체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미리 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경제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완벽히 예상할 수 있다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이자율을 높여 자신이 입을 피해를 보상받으려 하기 때문에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소득과 부의 재분배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완벽히 예상할 수 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비용이 발생한다.

일단 물가상승에 맞추어 가격표를 바꾸는 데 비용이 발생하고,사람들이 가능한 현금을 보유하려 하지 않아 현금인출을 위해 은행을 자주 드나드는데 따른 비용(시간,차비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율 몇 백% 이상으로 진행되는 것은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 부르는데 초인플레이션은 때론 역사의 방향을 바꿀 만큼 큰 힘을 발휘한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그의 저서 「돈의 이야기」(Money Mischief)에서 과거 중국의 장개석 정부가 1940년대에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아 현재의 중국이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하였다.

교과서에 초인플레이션의 폐해를 보여주기 위해 자주 등장하는 예는 세계 1차대전 이후의 독일인데,1920년대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등장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극심한 초인플레이션의 발생은 최근에도 발견할 수가 있다.

아프리카 남부의 국가인 짐바브웨는 2008년 2억3100만%라는 경이적인 물가상승률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100억 짐바브웨달러 내고 달걀을 3개밖에 살 수 없는 짐바브웨의 참상에 대해서는 생글생글 207호에 이미 자세하게 소개된 바 있다.

현재 짐바브웨 국민들의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아마도 '굶주리는 억만장자(starving billionaire)'일 것이다.

짐바브웨와 같이 물가가 상승을 한다면 화폐를 통한 거래는 사라지고 물물교환이 성행하며,화폐경제를 기반으로 한 경제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이 0이 14개 찍힌 100조 짐바브웨달러 지폐를 발행할 정도로 화폐를 마구 찍어내면서 국민들은 명목소득으로만 보면 억만장자가 된 듯 보였지만 시장에서는 돈을 주고 원하는 물건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UN세계식량계획(UN World Food Programme)에 따르면 현재 4200만 짐바브웨 국민 중 3분의 1가량이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학생들은 아마도 이런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인플레이션의 발생 원인에 대해 궁금해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기상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만큼이나 알기 어렵고,복잡하다.

앞에서 언급한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란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을 '상품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은 현상'(too much money chasing too few goods)으로 표현했는데 경제 전체의 생산량은 고정되어 있는데 화폐공급이 계속하여 늘어난다면 물가는 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경제학자들은 장기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결국 화폐라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반면 교과서에서는 보통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수요견인(demand-pull)과 비용인상(cost-push)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어떤 교과서는 통화량 증가를 제3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란 총수요가 증가하여(총수요곡선이 우측으로 이동)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를 가리키며,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 등 생산비용의 증가로 인해 총공급이 감소하여(총공급곡선이 좌측으로 이동)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학생들은 인플레이션은 화폐적 현상이라는 설명과 교과서의 설명 사이에서 혼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화폐적 현상이라는 것은 긴 시간이 지나서도 인플레이션을 유지시킬 수 있는 원인은 화폐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화폐가 모든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통화공급 조절이 모든 인플레이션 현상의 방지책이 될 수는 없으며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오늘도 더 좋은 인플레이션 방지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훈민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hm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