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실질GDP가 15배 성장하면 국민 모두가 15배 잘살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8) 성장과 분배
실질 국내총생산(GDP) 또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을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 또는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이 되며,이 지표들이 점차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1인당 실질 GDP나 실질 GNI는 인구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평균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나타내기 때문에 1인당 지표의 성장은 우리의 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나 빨리 성장했을까?

끼니를 걱정하던 1953년의 1인당 실질 GDP는 약 1,577달러였지만,2003년 1인당 실질 GDP는 20,542달러로 50년 만에 13배나 증가했고,삶의 질을 걱정하는 2007년 현재 1인당 실질 GDP는 23,852달러로 15배나 넘게 성장했다(Penn World Table의 실질 GDP자료).

그렇다면 1950~60년대 태어났던 우리 부모 세대는 태어날 당시보다 현재 15배나 더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5배 잘산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다.

그렇게 멀리 돌아볼 것도 없다.

바나나가 너무 비싸 사먹지도 못하고,졸업식에나 먹어보던 귀한 외식 메뉴가 자장면이던 시절이 불과 1980년대 후반의 일이다.

워크맨이라는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는 휴대용 플레이어가 일부 부잣집 자녀의 전유물이던 것은 1990년대 이야기다.

15배까지 인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는 장기적으로는 전보다 더 잘살게 된 것 같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겨울이 오면 연탄과 보일러 등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이웃은 여전히 있다.

결식아동과 노숙자에 대한 기사는 여전히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15배나 성장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얇아졌다는 기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1인당 실질 GDP란 한 나라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을 나타낼 뿐 소득의 분배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가 성장의 결과물이 국민에게 어떻게 분배되었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또 다른 기준을 필요로 한다.

한 나라 소득의 분포를 나타내주는 가장 기초적이고 간단한 지표는 '10분위 분배율'이다.

한 나라의 가구(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서 취사,취침 등 생계를 같이하는 생활 단위)를 소득 순으로 줄을 세우고 1번부터 1,600만번(2009년 2월 현재 우리나라 가구 수는 1,663만 가구)까지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주자.

그리고 이들을 160만 가구씩 10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순서대로 '가,나,다,라,… ,아,차,카'까지 다시 이름을 붙여 보자. <표1참조>

여기서 하위 소득계층의 '가+나+다+라'의 소득을 최상위 두 계층인 '차+카'의 소득으로 나눈 것을 '10분위 분배율'이라 한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8) 성장과 분배
만약 한 나라의 소득을 모든 가구가 똑같이 나눠가지고 있다면 '가=나=다=라=차=카'가 되어 10분위 분배율은 2가 된다.

반면 하위 '가+나+다+라'의 소득이 거의 0에 가깝다면 10분위 분배율은 0이 된다.

또한 '가+나+다+라'의 소득에 비해 '차+카'의 소득이 월등히 많아도 10분위 분배율은 0에 가까워진다.

이 간단한 예로부터 10분위 분배율은 0과 2 사이의 값을 가지며,그 값이 커질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분포된 사회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10분위 분배율이 작아질수록 상위 소득계층에게 소득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8) 성장과 분배
이번에는 10분위 분배율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보자.

가로 축은 '가'부터 '카'까지 가구를 순서대로 배열하고 세로축은 그들의 소득을 차례로 더해 가면서 점을 찍어보자(여기서는 평균소득을 이용했다).

그러면 <그림1>과 같은 반달 모양의 곡선이 그려진다. <그림1참조>

이번에는 '차'의 소득 중 40만원,'카'의 소득 중 120만원을 떼어 '가'에서 '아'까지 고르게 20만원씩 나누어 주자.

그렇다면 소득 분포는 처음보다 더 고르게 되며,<그림2>에서 보듯이 반달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곡선은 붉은 45˚선에 가까워진다.

이처럼 가로축에 전 인구를 소득 순으로 위치시킨 후 세로축에 그들의 소득을 누적시켜서 나타낸 곡선을 로렌츠 곡선이라고 한다.

로렌츠 곡선은 서로 다른 분배 상태를 한눈에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림2참조>

그러나 그림 3과 같이 로렌츠 곡선이 교차하면 서로 다른 분배상태를 비교하기 곤란하다.

이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로렌츠 곡선을 지니계수라는 지표로 변환시킬 수 있다. <그림3참조>

지니계수는 45˚선 아래 반달 모양의 면적을 삼각형 면적으로 나눈 값이다(그림2).

소득의 분포가 균등할수록 로렌츠 곡선이 45˚선에 가까워지고 반달의 면적은 줄어든다.

만약 모든 사람이 소득을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면 반달 모양은 사라지고 지니계수는 0이 된다.

반대로 한 명이 모든 소득을 가지고 있다면 로렌츠 곡선은 그림2의 점선모양이 되어 반달의 면적이 삼각형의 면적과 같아진다.

따라서 지니계수는 1이 된다.

결론적으로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값을 가지고 0에 가까울수록 균등한 분배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로렌츠 곡선이나 지니계수를 해석함에 주의할 점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림 3의 교차하는 로렌츠 곡선을 살펴보자.

파란색 로렌츠 곡선은 소득이 낮은 하위 50%의 사람은 소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고,나머지 상위 5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을 균등하게 나눠가진 상태를 나타낸다.

점선으로 나타난 로렌츠 곡선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한 나라 소득의 50%를 균등하게 가지고 있고 마지막 최상위 1명이 50%의 소득을 모두 차지한 모습이다.

이처럼 로렌츠 곡선으로 살펴본 분배상태는 두 경우 크게 차이가 나지만 지니계수를 구해보면 모두 0.5로 동일하다.

지니계수만으로 모든 분배상태의 특성을 다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 사회의 분배상태를 파악할 경우 로렌츠 곡선,10분위 분배율,지니계수는 물론이고 다른 많은 지표들이 동시에 활용되곤 한다.

최근에는 '10분위 배분'과 '5분위 배분'이란 지표가 신문에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0분위 배분은 상위 10% 계층의 소득을 하위 1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하며 5분위 배분은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앞에서 살펴본 10분위 분배율과 10분위 배분을 착각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10분위 분배율은 '가+나+다+라'를 '차+카'로 나눈 비율이며 10분위 배분은 '카'를 '가'로 나눈 비율이다.

5분위 배분은 '차+카'를 '가+나'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10분위 배분이나 5분위 배분은 소득분배를 살펴보는 동시에 상하위 소득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를 알아보는데 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10분위 배분이 5라면 최하위 10% 계층과 최상위 10%의 소득격차가 5배라는 이야기가 된다.

앞의 표 1에서 10분위 배분은 16이 넘어 최상위와 최하위 소득격차가 16배가 넘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