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성공했지만 페어링 분리 안돼… 내년 5월 재발사
[Science] 아! 나로호… 궤도 진입 실패… “그래도 희망을 쐈다”
25일 발사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Ⅰ)가 당초 예정한 목표궤도에 진입하지 못해 결국 반쪽짜리 성공으로 끝났다.

오후 5시 정각에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9분 뒤 고도 306㎞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와 분리됐어야 했지만 이보다 약 36㎞ 높은 고도 342㎞에서 분리됐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발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사 후 1단 엔진과 2단 킥모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위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으나 목표궤도에 정확히 올려 보내지는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내년 5월에 나로호를 재발사하겠다"고 밝혔다.

⊙ 궤도진입 못한 이유는 페어링 분리 실패

나로호의 궤도 진입 실패는 발사 216초 후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페어링 한 쪽의 무게는 과학기술위성2호(100㎏)의 3배인 330㎏에 이르기 때문에 페어링이 제때 떨어져 나가지 않아 발사체가 목표했던 방향과 속도를 벗어났다는 설명이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지난 26일 "페어링 분리 실패로 이륙 395초 후 킥모터가 점화한 뒤 2단 발사체가 자세를 잡지 못하고 텀블링(빙글빙글 돌며)하며 방향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2단 킥모터 연소 종료시 발사체는 302㎞ 상공에 진입해야 하나 327㎞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이후 위성이 분리되면서 붙어 있는 페어링과 충돌이 일어났고 이때서야 충격으로 남은 페어링이 떨어져 나갔다.

김 차관은 "페어링의 무게로 나로호가 위성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속도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최대 고도 387㎞까지 도달한 위성은 궤도 진입을 위한 속도인 초속 8㎞보다 낮은 6.2㎞의 속도로 떨어져 공전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지구로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위성이 지구 상공에 떠 있으려면 지구가 위성을 끌어당기는 힘과 위성이 궤도를 돌며 갖는 원심력이 같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성의 고도가 낮을수록 지구 중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더 높은 속도를 내서 원심력을 키워야 한다.

⊙ 5월에 다시 쏜다

나로호의 최상단에 위치한 페어링은 대기권 통과시 위성체와 내부 전자기기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페어링 표면에는 단열재가 2.5㎜ 두께로 씌워져 로켓 발사시 발생하는 열이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또 외부 소음 등을 차단하는 음향블랭킷과 음향공명기가 내부에 설치돼 위성과 장비들을 보호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의 페어링 미분리는 전체 발사 실패 원인 중 추진시스템 관련 문제(66.2%) 다음으로 많은 비중(12.6%)을 차지한다.

발사체가 페어링 분리에 실패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나로호의 페어링 한 쌍과 1단 발사체는 폭발볼트로 결합돼 있다가 화약선에 불을 붙여 폭발볼트를 폭발시키면서 분리된다.

박정주 단장은 "분리를 위한 폭발은 제 시간에 맞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페어링 한 쪽이 계속 붙어 있었던 이유는 정밀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약의 폭발력이 원하는 만큼 강하지 않았거나 페어링과 1단 발사체가 지나치게 강하게 결합돼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협정상 우리나라는 1단 발사체가 원인이 돼 발사에 실패하면 러시아 측으로부터 별도의 비용 없이 나로호 1단 발사체 1기를 더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단 발사체에 위치한 페어링은 한 · 러 간의 계약에 따른 업무 분장상 우리 측이 담당한다.

지금까지 정부 발표에 따르면 1,2단 로켓은 점화부터 시작해 음속 돌파,1단 엔진 정지명령,1단 분리,2단 점화,2단 연소 진행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어링 분리 실패가 원인이었던 만큼 책임은 우리 쪽이 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나라는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 나로호의 두 번째 발사를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나로우주센터에는 나로호 2단 발사체 2기가 더 제작돼 보관 중이며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는 이번에 소멸한 과학기술위성2호와 똑같은 쌍둥이 위성이 1기 더 제작돼 청정실에서 대기 중이다.

내년 5월에 발사할 나로호 1단 발사체는 러시아에 있으며 아직 국내에 반입되지 않았다.

⊙ MRI,CT도 우주선에서 파생

우주발사체 개발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항공우주기술은 수입대체 효과,연관 산업 활성화 및 신규 서비스 시장 창출 등 국가경제에 직 · 간접적으로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우선 나로호 발사 성공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가 만만치 않다.

나로호 개발에는 2002년부터 지금까지 총 5025억원이 들어갔다.

고흥 나로우주센터(3200억원)와 과학기술위성2호(136억원)까지 합하면 8360여억원이 들어갔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최근 '나로호 발사의 경제적 효과와 발전과제' 보고서를 통해 나로호 개발 및 발사 성공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최대 2조34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개발과 발사과정 전체에서 유발된 고용창출도 7689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항우연이 주요 제품의 단위 중량당 가격을 비교한 분석 자료를 봐도 승용차가 t당 3만달러,항공기용 엔진은 t당 176만달러인 반면 통신위성은 t당 874만달러로 t당 부가가치가 훨씬 크다.

외국 사례를 볼 경우 우주기술 개발의 경제적 효과는 분명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경우 아폴로 계획을 추진하는 데 250억 달러(2005년 가치 1350억달러)의 비용이 들었으며 발사체 개발비만 해도 2005년 가격으로 환산하면 460억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 추진 중 NASA의 최대고용자 수는 한때 40만명에 달했으며 2만개의 회사와 대학이 이 계획에 참여했다.

미국 주 정부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등 각 분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평가다.

아울러 각종 인공위성의 개발과 우주발사체의 개발,위성영상과 유인우주비행과 같은 우주기술들은 통신방송서비스,재해재난 정보제공,의료기기 및 대체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돼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현재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HDTV,성에가 끼지 않는 스키 고글,차량용 GPS 등은 모두 우주기술로부터 파급된 것이다.

이밖에도 많은 의료기기들이 우주비행선,인공위성 통신기술,원격탐사기술 등 다양한 우주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아폴로 우주비행선의 디지털 영상처리기술은 MRI(자가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 장치를 개발하는 데 사용돼 인체의 내부상황을 단시간에 진찰할 수 있게끔 했다.

우주비행선의 자동 랑데뷰와 도킹 기술,인공위성 원격탐사기술은 라식수술기기와 엑시머 레이저 시술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용됐다.

또한 인공위성과 기지국 간의 통신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심장박동 조절장치로 추가적인 외과 수술없이 심장질환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