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3000억 손실…물고기 눌려 죽고 원자력발전소도 피해
[Science] "해파리떼가 몰려온다"…어장을 쑥대밭으로 만든대요!
최근 전남 서해안에 해파리떼가 출몰하면서 어장들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물고기들이 걸려야 할 그물에 해파리들만 가득 담겨 그물이 터지거나 물고기들이 눌려 폐사하는 것.해파리떼는 어장뿐만아니라 원자력발전소,관광산업 등에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다양한 해파리 퇴치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 해파리떼 공습의 시작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여름철 우리나라 인근의 해파리 개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해파리떼가 대량 출연하기 시작된 것한 2000년대 들어서면서.직접적인 피해액만 연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해파리 개체수가 급증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해양오염이 꼽힌다.

이재학 한국해양연구소 생물자원연구부 박사는 "온수성 생물인 해파리는 과거에는 남해안 일대와 제주도 지역에 주로 분포했으나 최근에는 서해와 동해에까지 대량으로 출몰하고 있다"며 "특히 해파리는 먹성이 좋아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번식속도가 빨라진다"고 말했다.

해파리의 천적인 대형 어류들이 멸종된 것도 해파리의 증식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해파리 가운데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은 10~15㎝ 크기의 보름달 물해파리.

이 해파리는 우리나라 연안에 잠재해 있는 종으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증가한다.

보름달물 해파리는 1814년에 발견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극동아시아에서만 출현하며 기원지는 일본 연안으로 추정된다.

해파리들이 성체가 되면 해류를 따라 제주도,대한해협,쓰시마해협 등으로 흘러간다.

북상하는 쓰시마 해류가 강하면 동해안으로도 많이 흘러가게되고 쓰시마 해류가 약하면 일본쪽에 많이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는 크기가 1~2m에 이르는 노무라 입깃 해파리도 우리나라 근해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 종은 중국 양쯔강 인근에서 발생하는데 해류를 따라 일본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서해안에서 대량 번식한다고 전해진다.

⊙ 해파리를 퇴치하라

해파리는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유성생식과 성체가 된 후 자신의 몸 일부를 분리해 번식하는 무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는 만큼 번식력이 뛰어나다.

해파리는 유생단계에서는 4~5㎜ 크기의 폴립(polyp · 강장동물의 기본 체형) 형태로 해수 바닥의 돌 같은 곳에 자신을 부착시켜 시간을 보내다 수온이 20도를 넘어서는 등 환경이 좋아지면 급속히 성장한다.

해파리 알 하나는 플라뉼라라는 1개체를 만들고 폴립 1개체는 무성생식을 통해 10~15개의 해파리로 발전하는데 성체가 되기까지 한달이 채 안걸린다.

특히 해파리는 다른 단세포 동물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모든 에너지를 생식기관 형성에 사용해 번식에 집중한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정보센터의 윤원득 박사 연구팀은 해파리떼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5년째 연구중이다.

윤 박사는 "일본에서는 해파리 성체를 날카로운 그물로 분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해파리의 강력한 번식력을 고려할때 성체를 대상으로 하는 퇴치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따라서 해파리의 기원지를 찾아 폴립단계에 있는 해파리를 박멸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해파리를 조각낼 경우 발생하는 또다른 문제는 본체가 죽은 이후에도 독성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노무라입깃 한마리에 500만개의 촉수가 있는데 이 해파리를 조각낸다 해도 이들 촉수는 외부물질과 접촉시 용수철처럼 자동적으로 독을 내뿜는다.

윤 박사는 "보름달물해파리가 노무라입깃해파리를 먹어치운다는 성질을 이용한 퇴치법도 연구 중이나 이 경우 보름달 물해파리가 엄청나게 증식할 위험이 따른다"며 "현재 해파리에서 콜라겐이라는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다량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이를 통해 해파리를 산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 원자력 발전소를 위협하는 해파리

해파리를 퇴치하기 위해 몇몇 해수욕장에서는 해파리의 천적인 쥐치를 대량으로 풀기도 하지만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실험실 수조 안에 해파리와 쥐치를 함께 넣을 경우 쥐치가 해파리를 먹어치우는 것이 관찰되지만 실제 바다에서는 쥐치가 서식하는 해역과 해파리가 나타나는 해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해파리는 원자력발전소에도 큰 피해를 입힌다.

원자력발전소에는 원자로의 열을 식히는 냉각수로 하루에만 3000만t의 해수를 이용한다.

문제는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취수로에 쳐놓은 망에 해파리들이 달라 붙어 냉각수 유입을 가로 막는다는 것.냉각수가 원활히 유입되지 못하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 2001년 이후에만 원전정지와 발전량 감소로 약 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재학 박사 연구팀은 '고속 스크린 장치'를 개발,해파리로 인해 발전소 취수구가 막히는 현상을 해결했다.

바닥에서부터 기포를 발생시켜 해파리들을 수면위로 띄운 다음 컨베이어 벨트로 이들을 한곳에 몰아 넣어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해파리떼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국은 다양한 해파리 퇴치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일본에서는 전기를 이용해 해파리의 접근을 막는 방법과 펌프로 해파리를 육지로 이동시킨후 말려 죽이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며 "현재 성능검증중인 고속 스크린 장치는 올 11월이면 실용화돼 원전 주변의 해파리 퇴치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