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천 난류·메가 번개 등 돌발 상황땐 위험…‘새의 충돌’도 조심
[Science] 가장 안전한 항공기도 ‘마른하늘 날벼락’엔 어쩔수 없다?
비행기는 사고율이 0%에 가까운 '탈 것' 중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지난 6월1일 대서양에서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228명이 목숨을 잃은 에어프랑스 소속 447편 항공기의 사고 원인이 사고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처음에는 번개와 난기류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외부 속도계가 결함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보통 비행기에는 사고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위해 비행기록을 하도록 만들어진 장비인 블랙박스가 장착돼 있다.

아직 사고기의 블랙박스 분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사고원인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만이 난무하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사고 직전 항공기가 무선으로 남긴 "강한 난기류 속을 운행하다 누전이 발생했다"는 내용과 수습된 항공기 파편 37개가 유일한 단서다.

안전한 탈 것이지만 사고가 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항공기 사고.

과연 항공기 사고는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난기류나 번개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기

한국에서 남반구의 호주나 뉴질랜드로 가는 항공기를 타고 적도 상공을 지날 때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안내방송이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적도 상공은 난기류가 심하게 발생하는 지역이어서 항공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급강하를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기류는 뭉게구름 속에서 구름 내부의 풍속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여름 장마철일수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순항하던 항공기가 공기 주머니(air pocket)로 불리는 난기류 지역을 지나게 되면 바람의 방향과 속도의 변화가 심해져 쉽게 중심을 잃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난기류 가운데 청천난류는 기상레이더에도 잡히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

청천난류는 주로 중위도(30~50도)와 9㎞(약 3만 피트) 전후의 높은 고도에서 제트기류의 주변에 형성되는 강한 하강기류에 의해 발생한다.

구름이나 천둥,번개 같은 기상현상과 무관하기 때문에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난기류로 인한 항공 사고는 흔한 일이 아니다.

항공기를 제작할 때부터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리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청천난류도 예측할 수 있는 기상장비가 연구되고 있다.

이번 항공기의 사고 원인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이른바 '메가번개'를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항공기가 번개를 맞는 것은 기체가 구름을 통과하거나 공기와의 마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낮은 전압의 전기를 띠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는 일상적으로 번개를 맞으며 운항해 번개 몇 방으로 항공기가 추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다.

간혹 뾰족한 부분의 금속이 녹아버리거나 전류에 의한 일시적인 전자시스템의 장애를 일으키는 정도다.

본래 항공기는 벼락에 대비한 피뢰침이 좌우와 수직 날개 부분에 40~50개나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피뢰침에 벼락이 떨어질 경우 수만 볼트의 전류는 정전기 방출기를 통해 공중에 확산된다.

또 번개에 맞았을 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장비들은 피뢰 후 복구가 되거나 보조장비가 가동되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보통 번개보다 1000배 정도 규모가 큰 메가번개는 다른 번개와 달리 구름 위에서 발생하며 시간은 1000의 1초에서 10분의 1초 정도다.

이것은 보통 번개가 치는 시간과 비교했을 때 100분의 1에서 10분의 1정도로 짧은 것이지만 번개의 높이는 80~90㎞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메가번개는 보통 번개보다 6배나 더 큰 피해를 항공기에 준다고 한다.

⊙ 항공기의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은?

폭풍우를 동반한 날씨만이 항공 사고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도 조심해야 할 항공기의 적이 있다.

바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다.

버드 스트라이크란 항공기에 새가 충돌해 일어나는 사고를 말한다.

대형 항공기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부딪친 것이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시속 370㎞로 이륙하는 비행기에 0.9㎏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부딪치면 항공기는 순간 4.8t의 충격을 받는다.

이 정도 충격이면 조종실 유리가 깨지거나 기체 일부가 찌그러질 수 있다.

가끔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서 죽게되면 엔진이 폭발하거나 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민항기 조정실의 유리창은 5겹 구조로 돼 있다.

외부창은 1~2㎜의 강화글라스로 충격에도 상처가 나지 않는 특수재질이다.

안쪽은 아주 얇은 전도성 금속 산화피막을 입혀 창의 표면온도가 항상 35도를 유지하게 한다.

한편 에어프랑스 사고 항공기의 잔해를 수습한 브라질 공군은 멀쩡한 꼬리날개의 수직 안정판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이번 사고의 핵심 원인이 외부 속도계 고장일 것이라는 추측이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직 안정판은 비행기가 요동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안정판에는 좌우로 움직이는 방향타가 달려 있는데 비행기 속도가 너무 빠를 때 방향타를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정판이 압력을 못 이기고 찢겨 나간다.

이 때문에 항공기에는 운항 송도에 따라 방향타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장치가 달려있다.

미국 교통안정위원회의 전직 국장인 피터 고엘즈에 따르면 외부속도계 고장으로 조종사가 속도를 잘못 알았다면,방향타에 무리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속도계 고장으로 항공기가 과속을 하는 상황에서 방향타 통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안정판이 공중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얘기다.

이번에 추락한 에어버스 A330-200 기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종으로 꼽혀 온 제품이다.

국내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7대, 대한항공이 3대씩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항공사들의 국내 기종은 구형 사고기와 달리 모두 신형이어서 외부 속도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은 사고 항공기의 모델이 구형이냐 신형이냐가 아니라 왜 추락했는지를 아는 일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는 일이 다른 항공기 사고를 막을 최선의 방지책이 될 것이다.

<참고 :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