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장의 원리가 잘 돌아가게 감독·조정하는 심판”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1)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
경제 공부를 처음 하게 되면 경제 주체와 객체에 대하여 배우게 된다.

경제 주체란 말 그대로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를 말하는 것이며 경제 객체는 그것의 대상이다.

경제 객체는 재화와 용역을 말하고,경제 주체는 가계,기업,정부를 뜻한다.

우리가 경제를 배운다는 것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경제활동의 주체가 될 개인들이 가계,기업,정부의 구성원으로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이번 호에서는 경제 주체 중에서 순서상으로 마지막에 배우게 되는 정부에 대하여 알아보자.

지난 호까지 다룬 가계와 기업은 민간 부문의 경제 주체들이다.

민간부문은 지금까지 배운 시장원리를 기본으로 경제활동이 구현된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원리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경제학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시장의 실패가 이뤄질 때이다.

대표적으로 공공재의 생산을 들 수 있다.

공공재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 있는 재화로서 대표적인 것이 국방과 치안 서비스이다.

시장원리를 강조하는 근대자본주의 시절의 소극적 국가관을 야경국가라고 하는데,여기에서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국방과 치안 서비스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가는 밤에 도둑만 잘 잡아주면 되고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뜻이지만,역으로 해석하면 국방과 치안 서비스와 같은 공공재는 시장원리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공공재 이외에도 정부가 시장에 직접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보도가 된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대표적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정부가 서민 생활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택지를 개발하여 싼 가격에 서민 주택을 보급하는 정책이다.

서울 강남의 세곡지구,경기도 하남의 미사지구 등이 보금자리 주택 용지로 발표되었는데,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주택 가격보다 싼값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정부 발표의 골자였다.

주택의 경우 경합성과 배제성이 존재하는 재화이기 때문에 굳이 정부가 공급하지 않아도 시장원리에 의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개입하여 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시장과 또 다른 정부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기계적으로 도식화하면 시장이 효율성을 추구한다면,정부는 형평성을 추구한다.

주택의 경우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형평을 추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다른 재화에 비하여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서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중요시하는 정부의 역할은 이런 직접적인 재화와 용역의 생산보다는 민간 부문의 시장원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심판과 감독의 기능을 중요시한다.

시장은 경쟁의 장이고,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의 준수이다.

만약 경쟁에서 공정한 규칙이 사라지면 불법과 탈법에 의해 시장이 혼탁하게 되고,급기야는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시장의 원활한 운영과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심판과 감독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도로 교통에 비유하자면 신호를 어기는 차량을 단속하는 교통경찰의 역할과 같다.

기업들이 허위,과장 광고를 하거나 식료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사람 몸에 좋지 않은 원료를 쓰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정부는 이를 단속하고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형사 처벌을 하기도 한다.

또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를 위해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도 한다.

위에서 열거한 정부의 행위들은 경제적 행위로 일정 규모의 예산을 필요로 하고,정부의 수입과 활동은 모두 세금을 통해 이뤄진다.

경제학적 사고가 미약한 사람들은 정부가 돈 주머니를 차고 있거나,흔히 하는 이야기로 흙 퍼다 장사하는 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부에 어떤 역할을 해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예산이 필요하고,그것은 누군가가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만약에 정부로 하여금 복지 예산을 늘려 달라고 하면,그만큼 재원 마련을 위하여 세금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근대 자본주의 초기에는 이러한 세입과 세출 활동은 정부 본연의 역할,즉 국가의 행정적 역할에 필요한 예산에만 사용되는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 이후 케인스라는 학자는 국민경제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에 주목하였다.

즉 총수요가 부족하여 생기는 경제 공황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지출을 증가시키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을 받은 것이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수요가 위축되어 있을 경우에 정부가 적극적인 확장 정책을 펴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한 이래 이 같은 정부의 역할 확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정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세 부담을 줄여주고,4대 강 살리기 등 정부의 공격적 예산 편성이 많아지고 있다.

본래 정책의 정당성도 고려했겠지만,경제적으로는 경기 활성화를 기한다는 측면이 존재하고 있다.

경제는 시장원리에 의해 돌아가는 것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지만,경기 상황이 사람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 일정 정도의 역할을 바라는 여론은 늘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 투입을 통하여 경제 활성화를 기하고자 하는 정책을 늘 구상하게 된다.

그러나 1970년대 있었던 석유파동과 이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은 재정정책을 통한 정부의 개입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시장과 대비되는 정부의 비효율성과 관료의 경직성,정부 개입의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 등에 대해 일군의 경제학자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경제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사람이 1980년대에 미국과 영국을 통치한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총리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정책은 '레이거노믹스'라 하고,대처 총리의 시장 친화적 이데올로기는 '대처리즘'으로 명명되었다.

한 국가의 지도자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회자될 정도로 두 지도자의 정책은 큰 영향을 미쳤다.

모두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과 연결되는 정책이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세계 경제 위기에서 또다시 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경제학자들의 논란이 시작되고 있다.

어떤 이는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정부 역할의 확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한번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도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 한계를 그을 것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을 바라보는 시각은 경제뿐 아니라,정치나 사회 문제에까지 연결이 된다.

경제 문제는 다름 아닌 사회 문제 중 하나이며,경제는 사회를 바라보는 가장 유효한 시각이다.

경제학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사고가 쭉쭉 자라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