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체 고정밀 해독… “무병장수 꿈은 아니다”
지난 8일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의 서정선 교수팀이 한국인 30대 남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분석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유전체(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전체 조합) 지도가 사상 두 번째로 완성된 것.
지난해 12월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소가 김성진 소장의 유전체 해독에 성공했었다.
이번 서 교수팀의 유전체 해독 결과는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활용, 고도로 정밀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 열린다
유전체(genome · 지놈)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용어.
유전체 지도는 인간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약 30억개의 염기 순서를 짜맞춰 지도로 만든 것이다.
한국인 두 명의 유전체가 해독됨으로써 한국인을 위한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인 유전체가 해독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미 국립보건원(NIH)에 저장돼 있는 서양인 표준 유전체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인종이 다르면 유전체도 다르고 약물의 효능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 맞는 표준 유전체 지도가 필요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9일자)에 게재됐다.
미국,영국,중국 연구팀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다.
이번 논문에 앞서 네이처에 게재된 인간 유전체 유전자서열분석 논문은 모두 지난해에 발표됐다.
첫 번째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박사,두 번째 논문은 익명의 중국인 한족 남자,세 번째 논문은 익명의 아프리카인 남자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였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서열분석 결과의 정확도가 맞춤의학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향후 개인이나 임상의사가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한국인 남자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가 북방 알타이계 아시아인 유전체 서열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해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한 번에 읽는 염기의 길이를 최초로 106개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기존 방법은 한 번에 읽는 길이가 25~36염기 정도로 짧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는 것.
연구팀은 또 기존의 분석 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박테리아인공염색체(BAC) 클론을 이용한 고밀도 타깃분석 기술과 유전체단위반복변이(CNV) 발굴을 위해 초고해상도 DNA칩 분석 기술을 활용, 지금까지 연구된 어떤 유전체 분석보다도 정확한 서열을 얻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BAC클론이란 30억 염기의 사람 DNA를 약 10만개의 염기 크기로 나누어 놓은 조각으로 유전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유전체 지도를 얻을 수 있다.
⊙ 유전체 지도가 말하는 한국인 남성은
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해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에 취약한가를 파악한 후 의학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무병장수'가 꿈은 아닐 것이다.
이번 한국인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이 30대 남자의 경우 항암제인 블레오마이신에 대한 저항성이 서양인에 비해 5배나 강했으며 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 약물에도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약물을 투여했을 때 인체의 거부반응이 강해 질병 치료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미.
이 남성은 또 고혈압과 당뇨 · 녹내장 등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유전체 해독 결과를 이용하면 어떤 약물의 효능 여부를 사전에 알아낼 수 있다.
이 남자의 경우 소화효소 중 하나인 트립신 효소 중 하나는 아예 없었는데 이는 소화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인간의 후각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660개 정도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쥐의 냄새 관련 유전자가 1300여 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이 냄새에 의존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관련 유전자가 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남성이 지닌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SNP:단일염기 다양성)은 345만 개.
외형상 정상인 사람도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는데 이 같은 염기의 변이에 따라 특정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분석으로 한국인과 한족 사이의 공통 유전자가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공통 유전자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져 인종학적으로 한국인이 흑인보다는 한족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향후 인간 유전체 연구 방향
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남자 외에도 한국인 20대 여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서열 분석을 지난 3월 완료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성 유전체를 분석한 것은 세계 최초다.
연구팀은 또 지난달 18일 서울의대 내에 세계 5번째 규모의 아시안지놈센터를 설립하고 100명의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에 나섰다.
아시안지놈센터는 보유 기기 대수 기준으로 세계 5위권에 속하는 대형 센터다.
특히 1대에 약 60만달러에 달하는 차세대 서열분석 장비 총 11대를 구축해 한 해에만 50명의 지놈 초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 유전체 분석에 사용되는 기술력을 확인시켜 한국의 인간 유전체 분석 연구 경쟁력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안지놈센터는 동북아시아 바이오 의료 허브 구축이라는 큰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술 발달로 인간 유전체 지도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16개 연구소가 주축이 돼 2003년 완료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는 13년간 2조7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의 유전체 서열 해독은 수개월의 시간과 수 억원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3~5년 뒤면 모든 사람들이 1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해독한 자신의 개인 유전체 지도를 휴대기억장치(USB)에 넣어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신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병원에 가면 의사가 유전자 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처방을 내리는 시대가 온 다는 것.
하지만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개인 유전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인 연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
지난 8일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의 서정선 교수팀이 한국인 30대 남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분석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유전체(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전체 조합) 지도가 사상 두 번째로 완성된 것.
지난해 12월 가천의대 이길여암당뇨연구소가 김성진 소장의 유전체 해독에 성공했었다.
이번 서 교수팀의 유전체 해독 결과는 세계적으로는 여섯 번째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활용, 고도로 정밀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 열린다
유전체(genome · 지놈)는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용어.
유전체 지도는 인간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구성하는 약 30억개의 염기 순서를 짜맞춰 지도로 만든 것이다.
한국인 두 명의 유전체가 해독됨으로써 한국인을 위한 개인별 맞춤의학 시대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인 유전체가 해독되기 전까지는 우리는 미 국립보건원(NIH)에 저장돼 있는 서양인 표준 유전체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인종이 다르면 유전체도 다르고 약물의 효능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국인에 맞는 표준 유전체 지도가 필요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9일자)에 게재됐다.
미국,영국,중국 연구팀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다.
이번 논문에 앞서 네이처에 게재된 인간 유전체 유전자서열분석 논문은 모두 지난해에 발표됐다.
첫 번째는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박사,두 번째 논문은 익명의 중국인 한족 남자,세 번째 논문은 익명의 아프리카인 남자에 대한 유전체 분석 결과였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서열분석 결과의 정확도가 맞춤의학에 적용될 수 있는 수준까지 획기적으로 올렸기 때문에 향후 개인이나 임상의사가 유전체 서열 분석 결과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한국인 남자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가 북방 알타이계 아시아인 유전체 서열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해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팀은 한 번에 읽는 염기의 길이를 최초로 106개까지 늘리는데 성공했다.
기존 방법은 한 번에 읽는 길이가 25~36염기 정도로 짧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는 것.
연구팀은 또 기존의 분석 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박테리아인공염색체(BAC) 클론을 이용한 고밀도 타깃분석 기술과 유전체단위반복변이(CNV) 발굴을 위해 초고해상도 DNA칩 분석 기술을 활용, 지금까지 연구된 어떤 유전체 분석보다도 정확한 서열을 얻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BAC클론이란 30억 염기의 사람 DNA를 약 10만개의 염기 크기로 나누어 놓은 조각으로 유전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유전체 지도를 얻을 수 있다.
⊙ 유전체 지도가 말하는 한국인 남성은
사람의 모든 유전 정보를 분석해 유전적으로 어떤 질병에 취약한가를 파악한 후 의학적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무병장수'가 꿈은 아닐 것이다.
이번 한국인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이 30대 남자의 경우 항암제인 블레오마이신에 대한 저항성이 서양인에 비해 5배나 강했으며 스타틴이라는 콜레스테롤 약물에도 저항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약물을 투여했을 때 인체의 거부반응이 강해 질병 치료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미.
이 남성은 또 고혈압과 당뇨 · 녹내장 등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유전체 해독 결과를 이용하면 어떤 약물의 효능 여부를 사전에 알아낼 수 있다.
이 남자의 경우 소화효소 중 하나인 트립신 효소 중 하나는 아예 없었는데 이는 소화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인간의 후각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660개 정도라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쥐의 냄새 관련 유전자가 1300여 개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이 냄새에 의존하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관련 유전자가 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남성이 지닌 30억 개의 염기서열 중 한 개의 염기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SNP:단일염기 다양성)은 345만 개.
외형상 정상인 사람도 수많은 유전자와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있는데 이 같은 염기의 변이에 따라 특정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아울러 이번 분석으로 한국인과 한족 사이의 공통 유전자가 한국인과 흑인 사이의 공통 유전자보다 많은 것으로 밝혀져 인종학적으로 한국인이 흑인보다는 한족에 더 가깝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향후 인간 유전체 연구 방향
서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남자 외에도 한국인 20대 여자 1명에 대한 개인 유전체 서열 분석을 지난 3월 완료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여성 유전체를 분석한 것은 세계 최초다.
연구팀은 또 지난달 18일 서울의대 내에 세계 5번째 규모의 아시안지놈센터를 설립하고 100명의 아시아인 유전체 분석에 나섰다.
아시안지놈센터는 보유 기기 대수 기준으로 세계 5위권에 속하는 대형 센터다.
특히 1대에 약 60만달러에 달하는 차세대 서열분석 장비 총 11대를 구축해 한 해에만 50명의 지놈 초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개인 유전체 분석에 사용되는 기술력을 확인시켜 한국의 인간 유전체 분석 연구 경쟁력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아시안지놈센터는 동북아시아 바이오 의료 허브 구축이라는 큰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발판"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술 발달로 인간 유전체 지도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16개 연구소가 주축이 돼 2003년 완료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에는 13년간 2조7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의 유전체 서열 해독은 수개월의 시간과 수 억원의 비용이면 충분하다.
전문가들은 3~5년 뒤면 모든 사람들이 1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해독한 자신의 개인 유전체 지도를 휴대기억장치(USB)에 넣어 다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신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병원에 가면 의사가 유전자 정보를 먼저 확인하고 처방을 내리는 시대가 온 다는 것.
하지만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 대한 사회경제적 차별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개인 유전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인 연구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