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핀, 페니실린, 아스피린 등도 화학·생물학의 합작품
[Science] 화학이 생물을 만나 생명을 구할 新藥을 낳는다
화학이란 변화를 유도하는 물질의 구성성분을 분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며 생물학이란 생명현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화학자가 '다음에 어떤 화합물을 만들어야 할까' '어떤 화학구조가 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필요한가' 등을 고민한다면 생물학자는 '약물을 처리했을 경우에 어떤 유전자가 현저히 변화했을까' 혹은 '약효의 발현은 어떤 경로를 통해 나타내고 있을까'를 탐구한다.

화학과 생물학을 결합한 화학생물학은 신약 연구의 핵심 분야로 생명현상의 원인을 규명해 신약 연구 초기 단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특히 최근 신약 개발 과정에서 초기에 화합물을 선발하는 과정 및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기술 등이 첨단 연구 장비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 3대 의약품도 화학과 생물학의 합작품

신약 개발 부문에서 화학물질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신이 내린 3대 의약품으로 불리고 있는 모르핀,페니실린,아스피린 등은 식물이나 세균에서 나오는 물질로 성분의 구조 및 특성을 화학적으로 탐색해 특정 질환에 탁월한 효능이 있음이 밝혀졌다.

모르핀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현대 의약품으로 1805년 독일의 약제사 제르튀르너(F.W.A.Serturner)가 최초로 추출에 성공했다.

모르핀은 진통 진해 진정 최면에 효력이 있어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들을 구하는 데 사용됐다.

아스피린은 독일의 바이엘사에서 개발한 해열진통제로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의 상품명이다.

살리실산의 유도체로서 두통 · 근육통 · 관절통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좋은 순한 비마약성 진통제다.

1861년 콜베(A.W.Kolbe)는 건조한 나트륨페녹시드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처음으로 살리신산의 인공 합성에 성공했고 이후 1874년 슈미트(R Schumidt)가 개량해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페니실린(Penicillin)은 페니실리움(Penicillium)속에 속하는 곰팡이에서 얻은 화학 물질.

세균에 감염된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항생제의 일종으로 1928년 스코틀랜드 생물학자였던 알렉산더 플레밍 경이 최초로 발견했다.

페니실리움속에 속하는 곰팡이가 자라는 주변에는 세균이 자라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전에 이미 관찰됐는데 플레밍 경은 이런 사실을 실험적으로 명확히 밝혀냈다.

1940년 영국의 플로리(H.W.Florey)와 체인(E.B.Chain)이 페니실린을 분리 추출해내는 데 성공해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며 1941년에는 임상적으로 유효함이 증명돼 비로소 치료에 쓰이게 됐다.

⊙ 신약 개발에서 화학의 중요성

신약이란 화합물합성,천연 추출물,생체단백질 등의 신물질 탐색,전임상(동물시험,독성시험)시험,임상시험 등을 거쳐 보건당국의 제조 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의미한다.

기존 약물에 대한 단순 모방 또는 단순 개량 합성에 의한 것은 신약이 될 수 없다.

기존 약물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거나 새로운 기전에 의거한 새로운 약물로서의 독창성,약효와 안전성 면에서 기존 약제보다 현저하게 개선된 약물, 개발 완료 후 제품화되었을 때 경쟁성 및 장래성이 있는 약물을 뜻한다.

의약품 분야에서 화학적 치료제가 해결해야 할 목표는 △난치성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독성 및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우수한 신약 개발 △새로운 작용점을 고려한 맞춤형 신약 개발 △신속하고 값싼 신약 개발 △실패율 감소 등이다.

약물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포 동물 사람 등을 통한 실험이 이루어져야 하며 약물의 검증은 화학물질이 갖는 효능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병행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서 검증된 실험 방법의 확립과 기준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연구 과정에서 초기에 화학과 생물학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화학생물학이며 신약 개발 연구의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약물로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서 용도를 탐색하고 약물로서의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신약 연구의 출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최근 연구 동향은

최근에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전으로 최신 분석 장비가 개발되면서 약물의 기능을 밝히는 화학생물학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국화학연구원 신물질연구단 화학유전체연구팀은 2003년부터 첨단연구 기반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포기반 약물의 탐색 및 기능 연구를 목적으로 화학유전체연구실을 구축했으며 2005년부터 교육과학기술부의 미래원천기술개발사업인 '화학유전체연구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화학유전체 연구팀은 세포 기반 분석 기술을 개발 및 활용해 화합물 라이브러리로부터 유전체의 생리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표적 기반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또 신약 개발 속도 및 성공률을 증대시키기 위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화학유전체연구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현재 항암 및 골다공증 등의 약물 초기 스크리닝 기술의 확립 및 약물 기능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세포기반 약물의 활성검색 및 기능 연구를 위한 주요 장비를 연구실에 구축해 연구 효율성을 증진시켰으며 특히 HCS(high content screening) 장비를 중심으로 특성화하여 세포기반 약물의 활성검색 기술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HCS란 세포기반 이미지 분석에 의해 약물의 활성검색을 하는 것으로 이미지 분석 결과를 수치화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정량화할 수 있도록 하는 첨단 연구 기법이다.

도움말=민용기 한국화학연구원 신물질연구단 박사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