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도 생태계 교란…번식력 왕성한 외래 동·식물 ‘골치’

[Science] 吉鳥인지 알았던 ‘제주 까치’ 凶鳥가 됐데요!
최근 뉴트리아 · 가시박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외래생물종 6종이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추가 지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면 연구 목적 외에는 수입이 차단되고 포획 · 퇴치가 본격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생태계 교란종 추가 지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입법예고를 거쳐 국회 심사 중이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추가 지정되는 동물은 뉴트리아, 식물은 가시박 · 애기수영 · 양미역취 · 미국쑥부쟁이 · 서양금혼초 등 5종류다.

생태계 교란종을 지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번식력이 뛰어난 외래종이 토종 생태계의 종 다양성을 떨어뜨리고 농작물 피해 등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지금까지는 붉은귀거북 · 황소개구리 등 10종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 · 관리돼 왔다.

1985년 모피를 얻기 위해 들여온 뉴트리아는 우포늪 등 낙동강 수계를 중심으로 습지를 파괴하고 농작물을 먹어치우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서울 밤섬 등 한강 수계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가시박은 기존 식물 위로 그늘을 드리워 성장을 막아 수변 생태계 다양성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양미역취와 미국쑥부쟁이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도로 · 하천변에 번지고 있으며,애기수영과 서양금혼초는 각각 대형 목장과 국립공원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과연 우리 주변의 생태계 교란종에는 무엇이 있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 토종 동 · 식물도 생태계 교란할 수 있다

1989년 까치가 제주도에 처음 풀렸다.

신기한 일이지만 당시 제주도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조(吉鳥)인 까치가 없었다.

전국 각지에서 포획한 까치 46마리는 해양 적응 훈련까지 받고 제주도에 정착했다.

당시 언론은 '이제 제주도에서도 까치 울음을 들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까치는 제주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주범이 됐다.

2007년 국립환경과학원은 제주까치를 '생태교란야생동물'로 지정할 것을 권고했을 정도다.

왕성한 번식력 탓에 까치는 수천 마리로 번식했다.

이들은 감귤 농사를 망치고 다른 조류의 알과 파충류를 먹어치우면서 제주도 고유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길조가 순식간에 흉조(凶鳥)로 바뀐 셈이다.

이처럼 외래 생물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본래의 서식 환경에서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많은 동식물이 고의든 우연이든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지면서 농업이나 재래종의 서식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래 생물로 인한 피해가 세계적으로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현재 700여종의 외래종이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어류는 147종으로 가장 많다.

이 중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우럭(배스), 붉은귀거북 4종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우리 생태계를 가장 어지럽히는 생태계 교란 동물로 정해졌다.

황소개구리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도입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대표적 예다.

황소개구리가 이 땅에 서식하게 된 것은 1973년이다.

봄철이면 몸에 좋다는 개구리를 잡기 위해 산골짜기를 찾는 많은 사람을 위해 정부는 북미산 식용 황소개구리 200마리를 일본에서 수입해 2년간 무려 31만여 마리로 증식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구리는 황소개구리가 아니라 동면을 막 끝낸 재래종 개구리였다.

결국 황소개구리는 사료만 축내는 골칫거리로 전락해 하천에 방류됐다.

한번에 1만~2만5000개의 알을 낳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현재 전국 수계의 84%에 달하는 210개 수계에 서식하면서 곤충, 게, 심지어 뱀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토착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다행히 요즘은 황소개구리가 대형 조류의 먹잇감이 되면서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북미산 물고기 파랑볼우럭과 큰입우럭도 식량자원 증산 차원에서 도입해 번식시킨 예다.

번식력이 높은데다 잡식어종인 이들은 새우, 물고기, 수서곤충 등 움직이는 수생생물은 거의 포식해 토종 물고기의 개체수를 끊임없이 줄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경우 호수의 파괴자인 블루길을 식용으로 쓰고 있을 정도.

튀김, 칠리소스 무침, 마리네이드 등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블루길을 없애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01년까지 종교단체에서 수입해 수백만 마리를 방생한 미국산 붉은귀거북 또한 마찬가지다.

붉은귀거북은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등을 마구 잡아먹어 토종 어종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국내에는 천적조차 없는 동물이어서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이 밖에 이스라엘잉어(향어) 등 생태계 교란 우려 어종(13종)이 하천생태계의 균형을 크게 깨뜨리고 있다.

⊙ 외래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의 왕성한 번식력

외래종의 종류는 동물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외래식물은 약 40과(科), 287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등 6종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야생식물로 분류됐다.

여기 속하지는 않지만 가시박, 쇠채아재비도 번식이 워낙 빨라 손쓰기 힘들다.

국내 자생종이 자라던 자리에 귀화식물이 들어오면 자생종은 제대로 번식하지 못한다.

자생종은 번식력이 강해진 귀화식물과 경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군수물자에 섞여 들어온 것으로 추측되는 단풍잎돼지풀은 1970년대부터 확산되기 시작해 점점 전국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단풍잎돼지풀은 한번 번지면 다른 풀이 자라나지 못해 초지 조성을 방해하며 심지어 꽃가루병까지 일으키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다른 귀화식물과 달리 소나무나 아카시나무 그늘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어린 나무의 생장을 가로막는다.

그 탓에 애기나리, 남산제비꽃, 둥굴레, 맥문동 같은 토박이 풀이 사라져가고 있다.

언뜻 보면 오이넝쿨처럼 보이는 가시박 넝쿨 또한 호숫가 주변을 덮으며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가시박은 햇빛을 가려 나무나 작물의 광합성을 방해해 다른 식물의 성장을 막는다.

환경단체에서는 해마다 수백톤 규모의 가시박을 제거하지만 일반식물의 20~30배, 심한 경우 1500배까지 퍼져 나가는 왕성한 번식력은 감당하기 힘들다.

사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동 · 식물을 도입한 것은 우리다.

국제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농산물 목재 등 다양한 상품에 붙어 들어오는 외래 생물은 점점 늘어갈 수밖에 없다.

국제교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검역과 환경보호에 그만큼 더 열과 성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참고 : 과학기술종합포털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