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아이스크림 값을 올리면 왜 다른 회사도 올릴까?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시장의 종류 <下> 과점 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시장은 크게 완전경쟁시장과 불완전경쟁시장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불완전경쟁시장에는 독점시장,과점시장,독점적 경쟁시장이 있다.

지난 번에는 이 중에서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에 대하여 알아봤다.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시장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시장이지만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념형 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실에서 시장은 완전한 경쟁이 보장되는 것도,완벽한 진입장벽으로 인한 독점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과점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에 대하여 알아보자.

과점시장은 소수의 기업이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시장을 의미한다.

독점시장의 주체가 하나의 기업이라면 과점시장은 소수의 기업이 된다.

과점시장도 시장 진입 장벽이 높고 소수 기업 간의 담합이 이뤄지면 독점시장과 똑같이 사회적 후생이 낮아지고 기업들의 이윤이 극대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일상에서는 독점시장과 과점시장을 합해서 독과점시장이라 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과점시장에는 독점시장과 달리 경쟁적 요소가 다소 존재한다.

특히 경쟁자를 일일이 신경을 쓸 수 없는 완전경쟁시장과 달리,과점시장에서는 경쟁상대가 구체적인 기업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경쟁기업의 전략과 선택에 대하여 상당한 신경을 쓰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전략적 상황'이라고 한다.

전략적 상황은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나의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무엇을 내느냐에 따라 내가 낼 것이 결정이 되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연상하면 된다.

우리가 많이 애용하는 대기업 상품들은 대부분 과점시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의 예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결정할 때에 기업들은 서로 경쟁기업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지금은 콘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1500원이지만,한때는 기업들이 300원에서 500원으로 올리는 것도 주저한 적이 있다.

이때 한 아이스크림 회사가 콘 아이스크림을 먼저 500원으로 인상하였다.

당시 유명 탤런트를 등장시켜 맛을 한층 고급화해서 '그래서 500원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유행시키며 가격 인상을 선도한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자 아이스크림 과점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콘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너도나도 500원으로 인상하였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도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 기업이 치고 나가자 다른 기업들도 같이 가격을 올린 것이다.

요즘 1500원으로 인상된 콘 아이스크림 가격도 소수 기업 간에 상당한 눈치작전 이뤄지고 나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가격일 것이다.

그러나 암묵적 합의가 아니라 소수 기업 간에 대놓고 담합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서로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윤 극대화에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과점시장에서는 시장 참여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은밀한 곳에서 만나 상품의 가격과 질을 합의하는 것이 완전경쟁시장이나 독점적 경쟁시장과 달리 매우 용이하다.

정부는 과점시장에서 기업들의 담합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만약 담합행위가 적발되면 기업에 과태료를 물리고 시정명령을 내린다.

과점시장에서는 카르텔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소수의 기업들이 완전히 담합을 이뤄서 거대한 독점기업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적인 카르텔의 사례로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주도했던 OPEC이 대표적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법적으로 카르텔을 엄격하게 규제하지만,국제 시장에서는 그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유가가 OPEC 카르텔에 의해 상당 기간 좌지우지되었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챔벌린이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수립된 모형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다수 공급자와 낮은 진입 장벽 등 완전경쟁시장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그것은 상품차별화 현상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의 상품은 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전제가 있지만,독점적 경쟁시장은 기업마다 제각기 다른 질의 상품을 내놓는다.

같은 자동차라 하더라도 디자인이 좋은 차가 있고,엔진이 좋은 차가 있고,실내 공간이 넓은 차가 있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지인은 차를 고를 때 다른 것은 안 보고 오직 자동차 실내 에어컨의 성능을 따진다.

몸에 열이 많은 탓에 여름철이면 차 안의 고온을 이겨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에 장착하는 에어컨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모 자동차 회사의 제품만을 고집한다.

이런 경우처럼 차별화된 기능을 좋아하는 소비자에게는 독점시장의 성격도 일부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다수의 공급자와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쟁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품차별화 현상으로 특정 소비자에게 독점기업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시장을 독점적 경쟁시장으로 명명한 것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에서는 광고나 상품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비가격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완전경쟁시장의 경우는 상품의 질이 동일하기 때문에 오로지 가격경쟁만이 존재하지만,독점적 경쟁시장에서는 상품의 차별화와 이를 선전하기 위한 광고 경쟁이 치열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가 TV에서 많이 보게 되는 CF 속의 상품들은 모두가 독점적 경쟁시장의 상품 특성을 잘 나타낸다.

독점적 경쟁시장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상품의 종류가 한 가지로 고정되기보다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상품들이 경쟁하게 되면 선택의 즐거움도 주고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별 차이도 없는 상품들을 브랜드 네이밍이나 광고 효과를 통한 포장으로 해결하려는 경우도 많다.

합리적으로 살펴보면 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는데 엄청난 광고를 통해 상품에 대한 과시효과를 유도하거나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내용물에 상관없이 포장만을 화려하게 해놓아 자원을 낭비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배운 시장의 종류와 특징을 요약하면 (표)와 같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시장의 종류 <下> 과점 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주의할 것은 현실의 시장은 (표)에서 정리해 놓은 네 가지 시장의 성격 중에서 어느 쪽이 강하다고 할 수 있지,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특징으로 이야기된 비가격경쟁이 과점시장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한다.

모든 시장의 구분은 각 성격들이 점이지대를 지나면서 점차 구분이 되는 것이지, 무 자르듯이 확연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제 이론과 모형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현실 자체는 아니다.

기본적인 경제 공부가 경제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현실에 적용할 때는 보다 창의적인 생각과 응용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의 바탕이 경제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임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대원 하남 신장고 교사 amhare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