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가격은 시장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할까?

우선 가격은 상품에 대한 가치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의 가격이 다른 상품에 비해 높거나 낮을 경우 어느 상품을 더 소비할지를 판단하는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생산자에게는 생산품 이윤 정보를 제공한다.

둘째,신호의 기능이다.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자는 구매량을 줄이려 하고 공급자는 판매량을 늘리려 한다.

즉 가격은 더 구매하거나 생산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셋째,배분의 기능이다.

상품이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이 생산 비용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산비용 이상의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는 시장에 나오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에 생산자원이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것이다.

이처럼 가격은 소비량과 생산량을 조절하고 희소한 자원이 가장 긴요한 용도에 쓰이도록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우리 주위를 보면 가격을 제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게 책정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고 주택임대료처럼 일정 수준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를 최저가격 통제, 후자를 최고가격 통제라고 한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⑩ 가격의 통제 - 식빵에 최고가격을 설정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가격 통제가 과연 의도한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는 사례로 알아보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에 처한 나라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된다.

특히 생계비 수준 이하의 가난한 가계들은 먹고 사는 생필품조차 구할 수 없게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식빵에 대해 최고 가격을 설정하였다고 쳐보자.

그림에서 보듯이 식빵가게가 식빵값을 균형 가격보다 낮게 팔도록 의무화한다면,식빵의 공급은 줄어들고 식빵에 대한 수요는 늘어 초과수요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식빵을 구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인다.

만일 식빵이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d)에 의해 배분된다면 가게에 긴 대기 행렬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는 식빵을 공급하는 업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자.

만일 균형 가격에 팔아야만 그럭저럭 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어려운 표현을 빌리면 '정상 이윤'을 내고 있다고 한다)이라면 통제된 최고가격에서는 이윤을 내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제빵업자는 빵 공급량을 줄일 것이다.

물론 식빵 공급업자들이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두었다고 생각할 경우 식빵을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또 제빵업자가 다른 직종에 대한 기술이나 눈썰미가 남달라 직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직업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식빵 공급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식빵 공급업자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나름대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 식빵 원재료인 설탕이나 밀가루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밤 식빵과 같은 제품은 밤을 적게 넣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식빵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만일 식빵의 질이 떨어지면 정부는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규제가 내려진다.

"밀가루 설탕의 무게를 저울로 달아 배합비율을 맞춰 판매하라!"

식빵 업자들은 밀가루 무게를 열심히 잴 것이다.

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장사를 계속 할 수는 없는 일.

업자들은 밀가루에 물을 반죽한 무게를 고려하여 대응한다.

순수한 밀가루 무게가 아닌 물의 무게를 포함시켜 단속과 강제를 벗어나는 기지(?)를 발휘하는 셈이다.

당국은 더욱 강력한 단속을 벌이게 된다.

경찰력을 동원한다든지,감시원과 단속원을 늘리는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자 식빵 공급업자들도 다시 다른 대응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제조과정에서 편법을 사용하기 힘들어지면 '끼워 팔기'라는 수법을 들고 나온다.

식빵 판매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생수에서 식빵의 손해를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높은 값을 받고 파는 것이다.

물론 여러분은 떼를 써서 생수는 일반 가게에서 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식빵과 함께 비싼 생수를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 가격통제는 장기적 안목에서 신중하게 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규제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살펴보았다.

가격을 통제하더라도 결국 소비자들이 생수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되므로 소비자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다.

앞에서 '외관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처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을 위해 도입한 가격 규제 또는 통제가 소기의 효과를 이루는 데에 한계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경우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가격규제로 예상되는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식빵가격을 통제할 경우 식빵 업자들이 과거에 만들어 놓았던 빵을 처분하거나 저렴하게 사들인 원재료를 사용해 낮은 가격에 식빵을 판매할 수는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가격 규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낮은 가격에 계속 식빵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둘째,규제는 또 다른 규제를 낳는다.

가격 규제를 강제하기 위한 조치나 감시 등이 이어진다면 이는 규제가 없었을 때에 비해 더 많은 인적,물적 자원의 투입을 요구한다.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의 비용이 너무 커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으로 가서는 곤란하다.

셋째,가격규제를 할 필요가 생겼을 때는 원인이 된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책을 추구해야 한다.

식빵의 경우 인플레이션 치유가 올바른 처방이다.

저소득 가계의 어려움을 완화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통제하면 오히려 가격기능을 왜곡시켜 정책 목적에 혼선을 낳을 수 있다.

김진영 KDI경제정보센터 경제교육실장 jy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