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의료분야 등 소음 줄이고 지우는 기술 발전
[Science] 소음 공해 정말 싫어!!…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들을까
대형 건물 공사현장 근처에 가보면 조망권 침해에 대한 항의성 플래카드와 더불어 빠지지 않는 것이 소음에 대한 항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차량 및 각종 생활소음은 거주자들의 스트레스 정도를 한껏 올릴 정도라는 것이 익히 알려져 있다.

실제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 정도는 심각한 환경오염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 지구 온난화, 수질 오염, 미세 먼지의 증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음은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중요한 공해요인 중의 하나로 지목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어린이 100명 중 12명이 소음성 난청을 겪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내놓은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음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1억2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대도시에서는 아파트 주거가 보편화되면서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일어나는 분쟁은 일상생활이 됐다.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휴대전화와 MP3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및 DMB 등의 휴대용 전자 기기까지 널리 보급되면서 거리에서도 공공장소에서도 타인 혹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더 많이 시달리게 되었다.

가히 소음공해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소음을 만드는 대부분의 기기는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나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걷고, 휴대전화도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소음공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일까?

⊙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과학적 기술

그동안 과학자들은 각종 전자 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발생한 소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애써왔다.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발생한 소음을 소음으로 덮는 방법이 있다.

이는 능동소음제거(Active Noise Canceler)기술이라 불린다.

발생한 소음에 크기에 대항할 수 있을 만한 소음을 만들어내 소음끼리 서로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즉 물리학의 원리인 소리의 간섭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소음으로 소음을 제거한다니 더 시끄러워지지나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능동소음제거 기술은 이미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엔진에서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는 항공기가 이 기술을 이용해 소음을 줄이고, 조용한 승차감을 강조하는 고급 승용차도 엔진이나 바퀴와 지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 기술을 쓴다.

최근 국내 한 휴대전화 업체의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명동 한복판에 서 있는 남자가 여자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주변의 소음이 하나도 들리지 않자 여자친구는 명동에 있다는 남자의 말을 의심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이렇게 주변소음에 관계없이 또렷한 통화음을 제공하는 휴대폰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휴대전화에는 특수개발된 잡음제거장치가 내장돼 있어 이 장치에 부착된 소형 컴퓨터가 자동차 소리, 열차가 지나가는 소리 및 옆 사람이 떠드는 소리 등 규칙적인 잡음을 자동으로 분리해 통화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부각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미국의 벤처기업 오디언스가 개발한 것이다.

⊙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다?

녹음된 소리에서 듣고 싶은 소리만을 골라 들을 수도 있다.

최근 300만명의 관람객을 돌파하며 독립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 '워낭소리'를 보면 때로는 소에 매달린 워낭소리가 크게 들리고 때로는 라디오 소리만 크게 들린다.

어떤 방식으로 녹음했기에 이것이 가능할까?

답은 녹음 기술이 아니라 녹음한 것을 지우는 기술에 있다.

영화에서처럼 야외에서 녹음한 소리는 소음이 차단된 스튜디오 세트에서 녹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소리, 바람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있다.

따라서 녹음한 소리에서 필요한 것은 키우고 잡음이 섞인 부분은 반대로 줄이거나 지우게 되는데 이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주파수인 20~2만㎐의 소리만 편집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나오는 소리를 크게 강조하고 싶다면 그 소리가 포함된 주파수만 볼륨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음반 녹음을 할 때도 사용되는데 아무리 소음이 제거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더라도 소음은 섞여 들게 마련이다.

게다가 음악구성상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나 악기소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소리를 줄이게 된다.

악기소리에 따라 고유의 주파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오디오나 음향기기에 부착돼 있는 이퀄라이저 시스템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퀄라이저 조정을 통해 듣고 싶은 소리를 크게 들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저음이 강조된 음악을 듣거나 고음이 강조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음반녹음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음악이나 악기소리를 따라서 집에서 연주를 하다보면 똑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특정 주파수 대역을 빼는 방법은 영화 음향 편집에서 흔히 쓰이는 소음 처리 기술로 노이즈 리덕션(Noise Reduction)이라 한다.

듣고 싶은 소리만 듣게 하는 기술은 의학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휴대전화 잡음제거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 벤처업체 비손에이엔씨는 본래 의료기기인 청진기를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청진기로 신체 내부 기관의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면 폐와 심장, 간 등 각 기관의 소리를 구별해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폐의 소리를 들을 때는 주변 기관의 소리를 낮추는 기술이 필요했다.

또한 심장의 부위별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으면 심장의 기형이나 종양의 위치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응용해 청진기를 개발하는 중에 휴대전화에 사용 가능한 잡음 제거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것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한 번에 섞여서 들리는 여러 가지 소리를 구별해서 들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게 되면 여타 산업에도 효용 가치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소리로 건축물 내부나 구조물 내부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구분할 수 있는 기술로도 응용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듣고 싶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기술의 발달이 극에 달하게 된다면 어쩌면 듣고 싶지 않은 소리만 쏙 골라서 지워주는 기기가 탄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듣기 싫은 수업이나 부모님의 잔소리 및 수업 중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안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서로 간의 소통이 안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참고 : 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과학향기)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