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성적 낮아도 과학 실력 탁월하면 지원해 볼 만
서남표 KAIST 총장은 지난달 5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를 찾아 기자들에게 '2010학년도 KAIST 입시정책 개혁안'을 직접 브리핑했다.
이 방안은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전국의 일반고 학생 150명을 학교장 추천 · 심층면접을 거쳐 뽑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체 모집 정원 850여명의 18%에 이른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을 나온 학생은 여기 지원할 수 없다.
150명을 뽑는 방식은 입학사정관제다.
학교장 추천을 거쳐 1000명 가량의 학생을 1단계 선발한다.
2단계로 입학사정관들이 각 학교를 방문해 학생의 학습 환경이 어떤지, 담당 교사의 평가와 학생의 활동 상황이 KAIST 입학에 적합한지를 가린다.
여기서 300여명을 다시 추린다.
하루 종일 걸리는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 문제풀이 · 사교육으로 큰 영재는 사절
KAIST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과학고 출신 학생,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으로 제한돼 있는 인재 풀을 바꾸기 위해서다.
서 총장은 "전체 정원의 70~75%가 과학고 출신"이라며 "군이나 읍 단위 시골에서 입시설명회를 해 보면 관심이 많은데도 뛰어난 학생들이 KAIST에서 뒤처질까 걱정된다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개혁 배경을 밝혔다.
서 총장은 이 과정에서 고교를 등급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큰 학교든 작은 학교든, 특목고건 일반고건 관계없이 어떤 조직 내에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뽑겠다"며 "사회저 리더를 발굴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도입하는데 학교마다 내신성적을 차별하면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오히려 감점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KAIST식 입학사정관제다.
입시용으로 변질된 수학 · 과학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 성적을 올해부터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서 총장은 "모든 과목에서 80점 받는 학생보다 우리가 요구하는 과목에서 100점을 맞고, 거기에서 열정과 흥미를 느끼는 학생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ST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입시 개혁을 통해 창의성 · 리더십 · 사회성 · 봉사정신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과 그 분야에 성공 잠재력이 있는 인재, 문제 풀이에만 강한 영재보다는 과학과 사회현상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것.
KAIST는 이를 통해 주입식 지식전달 위주의 중등학교 교육방식이 창의성과 대인관계를 길러주는 교육방식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인성평가 대폭 강화
KAIST의 이같은 입시 개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학년도부터 인성평가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09학년도 신입생을 뽑은 작년 입시에서는 성적 이외의 평가 비중을 대폭 높였다.
성적 위주로 2배수를 뽑는 1차 서류 전형에서도 성적 이외 역량을 중시하고, 2차 면접에서 면접 점수가 낮으면 상위권이라도 떨어뜨렸다.
오광주 KAIST 입학 담당 팀장은 "전년과 비교할 때 성적이 좋은데도 10% 가량이 떨어졌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 중 10%가 붙었다"며 "면접에서 9점 만점에 3점 이하로 받았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시켰다"고 했다.
오 팀장은 "이 결과 과학고 학생 · 학부모들로부터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항의를 많이 받았지만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올해 KAIST가 일반계고 학생을 150명 뽑으면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할 경우 '성적보다 인성 · 리더십'을 중시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입학사정관 전형과 3단계 심층면접 전형이 이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이 중 3단계 심층면접은 큰 틀에서 지난해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AIST는 심층면접을 3가지로 나눠 실시했다.
첫째는 그룹토의다.
응시자들끼리 상호 주도하면서 진행되는 이 토의 과정은 대학이 제시한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진행하도록 돼 있다.
40~50분 가량이 소요된다.
둘째는 개인면접이다.
평가자(심사자)가 면접을 주도한다.
성장과정, 관심사, 소질 등 학생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게 된다.
20~25분간 진행되며 이 중에는 영어면접이 포함될 예정이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자에게 인상을 주기 위해 어려운 단어, 어려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며 서툴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쉬운 단어로 자신의 의견,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유리하다.
셋째는 개인과제 발표다.
응시자가 주도하는 이 과정은 자유주제로 진행되거나 대학이 미리 제시한 과제에 대해 발표하게 된다.
5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과욕을 부리며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을 짧은 시간 내에 핵심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기획 - 입학사정관제 꿰뚫기] ② KAIST - 창의성·리더십 갖춘 숨은 인재(러프 다이아몬드) 뽑아라](https://img.hankyung.com/photo/200904/2009040940801_2009041078101.jpg)
이 방안은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전국의 일반고 학생 150명을 학교장 추천 · 심층면접을 거쳐 뽑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체 모집 정원 850여명의 18%에 이른다.
외국어고 과학고 등을 나온 학생은 여기 지원할 수 없다.
150명을 뽑는 방식은 입학사정관제다.
학교장 추천을 거쳐 1000명 가량의 학생을 1단계 선발한다.
2단계로 입학사정관들이 각 학교를 방문해 학생의 학습 환경이 어떤지, 담당 교사의 평가와 학생의 활동 상황이 KAIST 입학에 적합한지를 가린다.
여기서 300여명을 다시 추린다.
하루 종일 걸리는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 문제풀이 · 사교육으로 큰 영재는 사절
KAIST가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과학고 출신 학생,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으로 제한돼 있는 인재 풀을 바꾸기 위해서다.
서 총장은 "전체 정원의 70~75%가 과학고 출신"이라며 "군이나 읍 단위 시골에서 입시설명회를 해 보면 관심이 많은데도 뛰어난 학생들이 KAIST에서 뒤처질까 걱정된다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개혁 배경을 밝혔다.
서 총장은 이 과정에서 고교를 등급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큰 학교든 작은 학교든, 특목고건 일반고건 관계없이 어떤 조직 내에서 리더십이 있는 사람을 뽑겠다"며 "사회저 리더를 발굴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을 도입하는데 학교마다 내신성적을 차별하면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은 오히려 감점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게 KAIST식 입학사정관제다.
입시용으로 변질된 수학 · 과학올림피아드 등 경시대회 성적을 올해부터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서 총장은 "모든 과목에서 80점 받는 학생보다 우리가 요구하는 과목에서 100점을 맞고, 거기에서 열정과 흥미를 느끼는 학생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ST는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입시 개혁을 통해 창의성 · 리더십 · 사회성 · 봉사정신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능과 그 분야에 성공 잠재력이 있는 인재, 문제 풀이에만 강한 영재보다는 과학과 사회현상을 연관시켜 생각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는 것.
KAIST는 이를 통해 주입식 지식전달 위주의 중등학교 교육방식이 창의성과 대인관계를 길러주는 교육방식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인성평가 대폭 강화
KAIST의 이같은 입시 개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학년도부터 인성평가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09학년도 신입생을 뽑은 작년 입시에서는 성적 이외의 평가 비중을 대폭 높였다.
성적 위주로 2배수를 뽑는 1차 서류 전형에서도 성적 이외 역량을 중시하고, 2차 면접에서 면접 점수가 낮으면 상위권이라도 떨어뜨렸다.
오광주 KAIST 입학 담당 팀장은 "전년과 비교할 때 성적이 좋은데도 10% 가량이 떨어졌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 중 10%가 붙었다"며 "면접에서 9점 만점에 3점 이하로 받았다든가 하는 경우에는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탈락시켰다"고 했다.
오 팀장은 "이 결과 과학고 학생 · 학부모들로부터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항의를 많이 받았지만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올해 KAIST가 일반계고 학생을 150명 뽑으면서 입학사정관을 활용할 경우 '성적보다 인성 · 리더십'을 중시하는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단계 입학사정관 전형과 3단계 심층면접 전형이 이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이 중 3단계 심층면접은 큰 틀에서 지난해와 유사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AIST는 심층면접을 3가지로 나눠 실시했다.
첫째는 그룹토의다.
응시자들끼리 상호 주도하면서 진행되는 이 토의 과정은 대학이 제시한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진행하도록 돼 있다.
40~50분 가량이 소요된다.
둘째는 개인면접이다.
평가자(심사자)가 면접을 주도한다.
성장과정, 관심사, 소질 등 학생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게 된다.
20~25분간 진행되며 이 중에는 영어면접이 포함될 예정이다.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자에게 인상을 주기 위해 어려운 단어, 어려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하며 서툴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쉬운 단어로 자신의 의견,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 유리하다.
셋째는 개인과제 발표다.
응시자가 주도하는 이 과정은 자유주제로 진행되거나 대학이 미리 제시한 과제에 대해 발표하게 된다.
5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과욕을 부리며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을 짧은 시간 내에 핵심 내용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