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두바이’ 건물 중심에 ‘코어 월’ 심어 탄탄

우리도 상암동 DMC단지에 100층 넘는 빌딩 계획

[Science] 우와!! 162층 짜리 빌딩…쓰러지진 않을까?
서울시 상암동에 있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단지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세워질 예정이다.

총 640m 높이로 서울의 랜드마크 빌딩이 될 '서울라이트(가칭)'는 오는 9월에 착공돼 2015년 완공될 계획이다.

현재 서울에는 건물주가 될 각 기업이나 정부기관들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초고층빌딩 건축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서울 라이트는 '용산 랜드마크 빌딩(620m)'과 '잠실 제2롯데월드(555m)' 등 서울시내의 10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 건립 경쟁에 첫 테이프를 끊게 될 전망이다.

이 빌딩은 첨탑을 포함해 높이 640m, 지하 9층~지상 133층, 연면적 72만4675㎡ 규모로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 짓는 약 800m 높이의 '버즈 두바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전망이다.

총 사업비로 3조3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1m 높이도 안되는 모래성을 쌓기도 쉽지 않은데 과연 이런 높은 건물은 어떻게 지어지는 것일까?

⊙ 어떻게 높이 지을 수 있을까?

현재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버즈 두바이'라는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올해 9월 완공 예정인 이 건물은 808m 높이에 162층까지 올라간다.

우리나라의 63빌딩,타워팰리스 등을 비롯해 전 세계의 초고층빌딩 설계를 전문으로 해 왔던 미국의 SOM사가 설계를, 우리나라의 삼성건설이 시공을 맡아 현재 사흘에 한 층 꼴로 올라가고 있다.

초고층건물은 통상 30층 이상 높이의 건물을 일컫는 용어.

이와 같은 초고층건물의 건축에는 그보다 낮은 건물에 적용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건축방법이 필요하다.

버즈 두바이와 같은 초고층 건축의 핵심은 '코어월'(Core Wall)을 올리는 것이다.

건물의 중심 뼈대가 되는 버팀목으로 사람으로 치면 척추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건물 중심부에서 이 코어월을 지반 깊숙이 단단하게 박는 게 공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건물이 쓰러지지 않고 견디기 위해서는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초고층빌딩의 코어월이 매우 높은 기준의 구조강도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보통 건축용 콘크리트의 강도는 단위면적당 지탱할 수 있는 무게로 나타내는데 버즈 두바이의 코어월에는 1㎠당 8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가 쓰이고 있다.

즉, 가로 세로 1㎝의 좁은 면적 위에 몸무게 70㎏인 남성 11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끄떡없는 정도의 강도다.

이런 고강도 콘크리트는 지진 등의 재해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지만 건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필요하다.

강도가 약한 콘크리트를 쓰면 그만큼 건물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벽체나 기둥이 두꺼워져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 면적이 줄어 건물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초고층건물 건축시에는 정확한 계측도 필수.

높이 올라가는 만큼 지면과 정확히 수직을 이루지 못하면 건물 최상부의 오차가 커져 위험하기 때문이다.

버즈 두바이의 경우 인공위성 3대를 이용한 'GPS계측시스템'을 사용한다.

건물의 무게로 인해 콘크리트가 압착돼 높이가 미세하게 줄어드는 것까지도 미리 수정하며 짓는데 허용 오차가 2㎝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타워 크레인을 아예 건물 자체에 직접 설치해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데 쓴다.

층수가 올라갈 때마다 아래층에 있는 크레인을 떼어서 상층에 다시 설치하는 방식이다.

콘크리트의 경우는 고층건물을 세울 때 콘크리트를 고층의 작업현장까지 파이프를 통해 대량으로 쏘아 올리는 방법인 '펌핑(Pumping)' 기술을 사용한다.

현재 버즈 두바이를 건설하고 있는 삼성건설에서는 콘크리트를 535m까지 쏘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타이베이금융센터101을 지을 때의 450m였으니 세계 신기록에 도전하는 셈이다.

콘크리트로 건물의 외벽 등을 형성할 때 쓰는 틀인 거푸집을 쓰는 방식도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콘크리트가 굳은 뒤에 거푸집을 해체했다가 다음 위치에서 다시 조립하는 식이지만 버즈 두바이에서는 처음부터 맞춤 제작된 거푸집을 붙인 뒤 유압잭을 이용해 자동으로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시스템 거푸집'을 사용하고 있다.

⊙ 안전하게 짓는 방법은?

한편 초고층건물에서는 높이 올리는 기술보다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

초고층건물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지진의 피해를 볼 위험도 높기 때문이다.

먼저 바람과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댐퍼'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보통 아파트 같은 거주용 고층빌딩의 맨 꼭대기는 펜트하우스라고 해서 일반적으로 가장 비싼 곳이지만 건물이 너무 높을 경우에는 바람 때문에 건물이 흔들려서 거주자가 현기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때 건물 내부에 거대한 추를 매달아 둔다거나 상층부에 무거운 구조물을 놓고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스프링 등으로 고정해 두면 웬만한 작은 흔들림은 추의 무게가 상쇄시켜 흡수해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댐퍼다.

일례로 대만에 있는 '타이페이101' 건물의 거대한 추를 들 수 있다.

타이페이101에는 직경 6m에 660t짜리 강철공이 92층에서 늘어진 4개의 로프에 매달려 87~88층 정도까지 늘어져 있다.

실제로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것은 아니고 8개의 유압 범퍼로 고정돼 건물의 최대 진동치를 3분의 1 정도까지 줄여준다고 한다.

지진 대비책으로는 '면진(免震)공법'이 적용된다.

면진공법이란 쉽게 말해서 지진발생시 진동이 일어나는 땅과 건물을 분리시키는 방법이다.

건물을 공중에 띄우는 것은 아니고 건물과 땅 사이에 진동이 잘 전달되지 않는 물질을 채워 넣는 방식이다.

지진파는 고유의 진동수를 가져 이 진동수가 초고층빌딩과 비슷하면 동조 현상이 일어나 건물도 심하게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지반과 건물 사이에 이질적인 물질이 끼어있으면 지진의 진동은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

고탄성 소재를 스프링처럼 넣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더 높고 새로운 초고층건물은 세계 곳곳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미 일본 도쿄시청은 십수년 전부터 높이 1㎞에 달하는 '스카이 시티 1000'이라는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검토해오고 있고 심지어 4㎞ 높이의 800층짜리 건물 건축계획도 나온 적이 있다.

이 정도 높이면 미래의 초고층건물 거주자들은 고산병을 예방할 방법까지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