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경제 시간’하면 떠오르는 것은 가격이 비싸지면 덜 사고 싸면 더 사는 ‘수요법칙’과 그 그림들이다.

특히 수요법칙은 쉽게 기억해낼 수 있는데,이는 아마도 ‘더 싼 것을 찾아가는 행위’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반면 수요법칙의 그림은 암기를 강요당했던 때문인지 구체적 형상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수요곡선 변화에 대한 그래프 분석은 바탕화면 휴지통에서 삭제된 파일과 같이 느껴진다.

이제 그 사라진 파일을 복원해 보자.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⑥ 수요의 법칙 - 수요를 늘리고 줄이는 요인은 뭐가 있을까?
예를 들어 우유의 100㎖당 가격이 1000원이라면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100㎖만 소비한다고 하자.

그러나 가격이 800원,600원,400원,200원으로 점차 하락하면 우유의 소비량을 120,140,160,180㎖로 증가시킬 것이고,이 점들을 찍어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이것이 바로 수요곡선이 된다.

수요곡선을 수식으로 나타낼 수는 없을까?

여기서 중학교부터 배웠던 함수를 떠올려 보자.함수란 변수들 사이의 체계적인 관계를 나타낸 것이고,여기서는 우유가격과 우유소비량의 관계를 함수관계로 생각해볼 수 있다.

가로축을 우유소비량,세로축을 우유가격으로 수식을 세워보자.

우선,기울기를 구해야 한다.

기울기란 기울어진 정도로 높이를 밑변으로 나눈 값이다.

위 그림에서 가격이 1000원에서 200원으로 하락하는 동안의 기울기는 10으로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로부터 두 변수의 관계는 일차함수로 나타낼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기울기가 10인 가장 간단한 일차함수의 식은 다음과 같다.

P = -10Q + K

여기서 우유가격은 P,우유 수요량은 Q이고,아직 모르는 절편 값은 K로 나타낸 것이다.

물론 기울기는 10이지만 방향이 우하향하기 때문에 앞에 마이너스(-)를 붙여주는 센스도 잊지 말자.

이제 절편 값을 구하기 위해 위 아무 점이나 대입해보자.

만약 가격이 1000원이고 수요량은 100㎖인 점을 대입하면 K는 2000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이 400원이고,수요량이 180㎖인 점을 대입해봐도 K는 2000원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수요곡선은 'P = -10Q + 2,000'으로 구할 수 있다.

이번에는 위 식을 가격과 수요량의 위치를 바꿔서 나타내보자.

왜냐하면 우리는 우유 수요량(좌변)에 영향을 주는 가격(우변)이라는 요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위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뀐다.

Q = -(1/10)P + 200

만약 가격이 2000원이면 어떻게 될까?

수요곡선에 가격 2000원을 대입하면 수요량이 0으로 구해진다.

즉 2000원에는 우유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이 1원 하락한 1999원이 되면 수요량은 0.1㎖이고,가격이 10원 하락한 1990원이 되면 우유소비량은 1㎖로 구해진다.

가격이 1000원으로 하락하면 수요량은 문제에서 주어진 한 점인 100㎖로 구해진다.

이처럼 가격변화는 '수요량의 변화'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수요량의 변화는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수요량은 가격(P) 이외에도 그 사람의 선호(T),소득(Y),관련 재화의 가격(Pe)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갑자기 우유를 더 좋아하게 됐다면 가격과 무관하게 우유 수요량은 증가할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도 우유 소비는 늘어난다.

탄산음료 가격이 올라가면 탄산음료 소비량이 감소하는 대신 우유 소비량이 늘어날 것이다.

빵의 가격이 내려가면 빵을 더 많이 먹게 돼 우유 소비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이런 모든 요인들은 우유 자체의 가격과 상관없이 우유 소비 Q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 수요함수를 다시 써볼 수 있다.

Q = -(1/10)P + 200 +aT +bY +cPe

좌변의 우유 수요량(Q)에는 우유가격(P),선호(T),소득(Y),관련 재화의 가격(Pe)이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각 변수 앞의 계수(a,b,c,d)는 '변수의 영향 정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a가 0.5인 경우에 선호가 10만큼 증가하면 수요량은 5가 증가할 것이고 a가 0.1이라면 선호가 10만큼 증가해도 수요량은 1만큼만 증가할 것이다.

또한 계수의 부호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소득이 10만큼 증가할 때 b가 0.5라면 우유 수요량이 5만큼 증가할 것이고,b가 -0.5라면 우유 수요량은 5만큼 감소할 것이다.

여기서 b가 양수라면 소득이 증가할 때 우유 수요량이 증가하는데,경제학에서는 이런 재화를 정상재라고 하며,b가 음수라면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량이 감소하는데,이런 재화는 열등재라고 한다.

이번엔 Pe가 탄산음료의 가격이라고 가정하고 c의 부호를 예측해 보자.

앞에서 탄산음료 가격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탄산음료 대신 우유를 더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Pe가 10만큼 증가하면 탄산음료 수요량은 감소하고 대신 우유 수요량은 c×10만큼 증가해야 한다.

따라서 'c > 0'이 성립해야 한다는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만약 Pe가 빵의 가격이라면 c의 부호는 반대로 음수가 돼야 했을 것이다.

이 경우 탄산음료를 우유의 대체재,빵을 보완재라고 부른다.

이제 다시 수요곡선의 처음 의미로 돌아가 보자.

수요곡선이란 가격(P)과 수요량(Q)의 역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위에서 수요곡선의 기울기가 -1/10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상식과 같이 수요는 가격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수요는 선호,소득,관련재화의 가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반응하고 이런 모든 관계를 나타낸 것을 수요곡선 대신 수요함수라고 부른다.

따라서 수요곡선이란 이런 광범위한 수요의 관계 중에서 오직 가격과 수요량의 관계를 중심으로 나타낸 그림일 뿐이다.

다음 시간에는 오늘 설명한 수요함수와 수요곡선의 관계로부터 가격이 변하면 '수요곡선상의 이동'이고,가격 이외의 요인(선호, 소득 등)이 변하면 '수요 곡선 자체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위 수요함수의 식과 그림으로 다시 설명해보자.

차성훈 KDI경제정보센터 전문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