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몽골 사막에서 강풍타고 넘어와…나무 심어 사막化 막아야
[Science] 누런 먼지 ‘황사’…왜 봄만 되면 우리를 괴롭힐까?
봄만 되면 춘곤증과 더불어 우리를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누런 시야와 매캐한 목막힘을 만드는 황사가 그것이다.

최근들어 황사가 나타나면서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 이비인후과에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머리에 가는 흙입자가 잔뜩 끼고 입안이 텁텁한 것은 물론 호흡기 질환까지 유발하는 황사.

황사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황사를 막을 수 있을까?

⊙ 황사의 원인과 역사

황사 현상이란 중국과 몽골에 있는 사막과 황토 지대의 작은 모래나 흙먼지가 우리나라까지 날아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누런 흙먼지라 해서 모두 황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국제적으로 통하는 용어는 '아시아 먼지'다.

황사가 아시아 먼지로 불리는 이유는 세계 각지의 사막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는 중국 황하강 상류의 알라산 사막, 몽골과 중국 사이에 있는 건조 지대와 고비 사막, 중국 북서부의 타클라마칸 사막과 한반도에서 가까운 만주 지역 등에서 생긴 먼지를 주로 황사라고 칭한다.

겨우내 얼어 있던 흙이 봄이 되면서 녹고 작은 모래먼지로 변한다.

이것이 강한 바람을 타고 모래폭풍이 돼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황사의 발생원인이다.

이 모래 폭풍은 아주 심한 경우 자신의 손바닥도 안 보일 정도다.

이렇게 하늘에 떠오른 흙먼지 가운데 굵은 것은 바로 땅으로 떨어지고 작은 흙먼지들은 봄철 중국에서 한반도 방향으로 불어오는 편서풍을 타고 수천㎞를 날아 한반도와 일본, 멀리는 미국까지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조기인 봄철에 많이 볼 수 있지만,요즘에는 겨울에도 자주 생긴다.

근래 황사 피해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황사가 비단 최근에 생겨난 현상만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신라, 백제, 고구려시대의 문헌에도 그 현상은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나 증보 문헌비고를 보면 서기 174년 신라에서는 음력 1월에 "흙가루가 비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또 서기 379년 백제 근구수왕 때는 "흙가루가 비처럼 하루 종일 내렸다"는 기록과 서기 644년 고구려에서는 음력 10월에 붉은 눈이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도 마찬가지다.

고려사에는 "눈비가 속리산에 내려 녹아서 물이 되었는데 그 색이 핏빛과 같았다"고 전하고 있고(서기 1186년, 명종 16년) 조선시대 문헌에도 '흙비'라고 기록된 황사현상이 나온다.

사실 황사현상을 일으키는 먼지인 황토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황토는 신생대 제4기인 180만년 전에 생겨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황토는 중국, 중앙아시아, 아르헨티나, 미국의 대평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황사의 주성분은 무엇일까?

황사는 모래 성분인 규소, 철, 칼륨 등의 산화물로 구성돼 있고 크기는 0.001~0.01㎜정도다.

황사가 흙먼지이기만 하다면 건강에 그다지 큰 영향은 없다.

최근 황사가 봄철 호흡기 질환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매연이 황사에 섞여 한반도로 날아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황사의 성분을 조사한 결과 납, 카드뮴, 알루미늄, 구리 같은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밀하고 예민한 기계를 사용하는 항공기, 자동차, 전자 장비 등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농작물과 식물의 기공을 막아 성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 황사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3~4월에 관측된다.

1990년대에는 1년에 3~6일 정도에 그쳤지만 2001년에는 서울에서만 27일이나 관측된 것을 시작해 지난해에는 약 40회 이상의 크고 작은 황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황사가 자꾸 심해지는 이유는 황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사막의 면적이 커지는 이른바 사막화 현상 때문이다.

사람들이 농경지와 땔감을 얻기 위해 자꾸만 나무를 베고 숲을 없애고 도시가 커지면서 숲이 있던 자리에 높은 건물을 세우는 것이 사막화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숲이 없어지면 땅은 햇볕을 흡수하지 못하고 반사시켜 온도가 낮아지고 밤에는 더욱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차가워진 땅위에는 건조한 하강기류가 생기므로 갈수록 비가 오지 않아 나중에는 식물이 자라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비가 조금만 와도 홍수나 산사태가 나기 쉽고 동식물이 살 수 없어 생태계가 파괴되기에 이른다.

이것이 바로 사막화의 진행 단계다.

이런 사막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아닌 나무심기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일부지역에서는 나무를 심는 속도보다 나무를 베는 속도가 더 빨라 숲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브라질의 아마존 일대에는 숲의 3분의 1이 없어졌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또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산불을 예방하는 데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황사현상이 발생했을 때 건강관리법

황사현상을 겪는 것은 봄철의 연례행사처럼 피할 수 없는 것이 됐다.

그렇다면 황사현상이 생길 때 어떻게 건강을 관리해야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황사현상이 생겼을 때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되 외출시 보호안경, 황사대비용 특수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 손과 발 등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노약자어린이,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활동을 삼가야 한다.

황사에 노출된 채소, 과일 등의 농수산물은 충분히 세척 후 섭취해야 한다.

황사가 지나간 뒤에는 주변환경을 철저히 청소해 흙먼지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부분이다.

흙먼지를 마셨을 경우 좋은 음식도 있다.

중금속 등이 많이 들어 있는 황사를 들여마셨을 경우 몸밖으로 독소를 배출하는 디톡스(Detox) 식품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디톡스 식품으로는 돼지고기, 녹차, 클로렐라, 미나리, 미역, 마늘, 양파 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돼지고기와 녹차가 효과가 좋다.

돼지고기에 들어 있는 메티오닌(methionine)과 시스틴(cystine) 등의 함황아미노산(황이 함유된 아미노산)이 납 등의 체내 흡수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돼지고기에 포함된 유황 성분은 중금속들과 결합해 수용성 물질로 바뀌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수용성 물질로 바뀐 중금속은 인체 밖으로 배출되므로 중금속 해독 작용을 해준다.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catechin) 성분은 중금속과의 흡착성이 강해 중금속의 체내 유입을 억제하고 체외 배출을 돕고,미역도 중금속을 빨아들여 몸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봄철 황사현상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