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③ 기회 비용 - 경제학도가 사형제도를 보는 시각은 뭔가 다르다?
'Capital'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자본'이란 단어다.

그렇다고 여기에 형벌 · 처벌 · 징계 등을 뜻하는 'Punishment'를 붙인 'Capital Punishment'를 '자본 형벌'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Capital'에는 자본이라는 뜻 외에도 '<죄가> 사형감인~'이라는 뜻이 있기 때문이다.

즉,'Capital Punishment'는 사형을 뜻한다.

경제학도는 'Capital'에 대한 대가 혹은 비용으로 '이자'를 떠올릴 것이며,법학도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그리고 사회질서 유지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도가 'Capital'을 법학도와 같이 범죄적 측면에서 해석한다고 할지라도,사형을 바라보는 접근 방법은 법학도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이들은 최근 검거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사형을 구형받을 것이라고 점치고 있지만,사형이 구형된다고 해도 실제로 집행될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우리는 현행법상 사형제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1998년 이래로 사형 집행이 이뤄진 적은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10년 동안 사형 집행이 없자 우리를 세계 134번째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사형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권은 불가침의 것으로 국가가 박탈할 수 없다고 본다.

일부 헌법학자들도 천부인권이자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현행 사형규정은 위헌이라고 보고 있다.

사형에 대한 오판,그리고 집행은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판의 가능성'도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주요 논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의 수단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표1>에서 보듯이 1998년 이후 10년간 살인사건이 급증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오히려 2002년 이후부터 살인사건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형 존치론자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다.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③ 기회 비용 - 경제학도가 사형제도를 보는 시각은 뭔가 다르다?
사형 존치론자들은 범죄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사회보호 가치 및 시민의 생명권과 인권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범죄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제도가 아니라 박탈되는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방어적 수단으로 인정된다.

이것은 헌법재판소의 다수 견해와도 일치한다.

헌법재판소는 생명권은 하나만 놓고 보면 절대적 가치지만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중대한 공공이익을 침해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허용된다는 취지로 사형제도를 합헌으로 보았다.

사형 존치론자는 '국민의 법적 확신'을 내세우기도 한다.

형벌의 가장 현실적인 목적은 응보이며 피해자의 응보 감정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법적 확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1%가 '사형제 유지'를 응답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사형 존치론자들은 생명이란 인간이 본능적으로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 이를 박탈하는 것은 범죄 예방 및 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경제학자의 관점을 어떨까?

경제학자들은 범죄도 경제적 유인(incentive)에 반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경우 내가 얻을 수 있는 만족과 비용을 알고 싶어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살인을 저지를 경우 느끼는 만족과 비용을 측정하는 무섭고 비인간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편익은 비교적 분명하다.

범죄행위로부터 얻는 경제적 · 정신적 전리품이 범죄의 편익이다.

한편,범죄를 저지르는 비용은 다소 복잡하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비용은 범죄가 적발될 경우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서 부담하는 소송비용이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명시적 비용이라고 부른다.

명시적 비용은 한 선택(여기서는 범죄)을 위해 실제로 쓰인 화폐를 말한다.

그러나 한 개인이 부담하는 범죄의 비용은 명시적인 비용만이 아니다.

범죄자가 법정형을 받고 수감되면 행동에 제한을 받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불편함이란 수감되지 않고 사회활동을 했으면 받을 수 있는 소득이기 때문에 이것도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처럼 직접적인 지불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희생된 무엇인가의 가치를 암묵적 비용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범죄의 비용은 '소송비용+사회활동의 소득'으로 계산되어야 하고,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더한 것을 희생된 경제적 가치라는 의미에서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비용 대비 만족을 크게 하는 경제적 선택에서 비용은 기회비용으로 측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명시적 비용만 고려하고 암묵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회비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범죄의 비용을 과소 평가하게 되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범죄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정부가 범죄를 줄이는 방법은 범죄의 만족을 감소시키거나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범죄의 전리품은 정부가 줄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기회비용을 높여 범죄의 순이득을 줄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범죄의 기회비용을 높인다는 것은 범죄가 적발될 확률을 높인다는 것이고 이는 더 많은 경찰을 동원하거나 치안 정책을 강화하는 것으로 가능해 보인다.

혹은 법 집행을 더욱 엄격히 하거나 징역형을 늘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극단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면 범죄자는 사회에서 벌 수 있는 평생소득을 한 번에 날려버린 셈이 되기 때문에 암묵적 비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그렇다면 사형제도가 범죄 예방책으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아이작 에를리히 교수는 1975년 논문을 통해 한 명의 사형 집행으로 최소 한 명에서 많게는 여덟 명의 살인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셀 · 테일러(1977년) 교수는 에를리히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며 사형과 범죄율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괴짜 경제학」의 저자인 스티븐 레빗 교수는 사형이 범죄율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사형이 증가해도 그 수치 자체는 미미하며,선고가 구형되고 실제로 집행되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범죄자가 사형 때문에 범죄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1990년대 미국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비율은 2%로 이는 시카고 빈민가에서 싸구려 코카인을 판매하는 '검은 갱스터 사도단'이 사망할 확률인 7%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한 실제 자료를 조사한 결과 사형은 에를리히 교수가 주장한 것의 25분의 1 정도만 범죄율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결국 범죄율을 낮추려면 범죄자가 범법행위를 할 경우 부담하는 비용을 높여주면 되는데 여기서 비용이란 기회비용을 말한다.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 철저한 경제교육을 실시해보자.

그러면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순간 눈앞에 소송비용이 스쳐지나가면서 한 번 멈칫하고,오랜 수감기간 혹은 평생 감옥에서 보내면서 잃어버릴 소득인 암묵적 비용이 눈앞에 박히면서 범죄는 억제되지는 않을까?

차성훈 KDI 경제정보센터 전문위원 econcha@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