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은 다른곳과 달리 왜 좌측 통행이지?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② 비용과 편익
지하철을 타본 사람 가운데 1호선과 다른 노선이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물어보면 '글쎄!'라는 답이 돌아온다.

선뜻 질문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이유는 관심을 갖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전철을 탈 기회도 많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

가장 큰 차이는 1호선은 좌측 통행인 데 비해 나머지 지하철 노선은 우측 통행에 있다.

다시 말하면 청량리에서 종로 방향으로 움직일 때의 지하철 1호선은 왼쪽에서 타야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사람은 좌측 통행,차량은 우측 통행'이라는 표어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국철과 연결된 지하철 1호선은 인천과 의정부를 오가면서 지상의 기존 철도망을 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부산 등 전국 철도망도 좌측 통행인 셈이다.

지하철 2호선 등의 노선은 기존의 철도망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 노선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측 통행이 가능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분당선은 좌측 통행이다.

분당선은 2013년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수인선과 연결시킨다고 한다.

수인선이 기존 철도망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그렇다면 2가지 궁금증이 떠오른다.

첫째,왜 철도 통행 시스템이 다른가?

우리나라의 철도 부설과 개통 시점이 일제시대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통 운행 시스템이 좌측 통행인 점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이식했기 때문이다.

식민지 치하가 오래 되지 않았다면 이 시스템도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1978년 3월 착공돼 1984년 5월 완공된 2호선 지하철과 이후의 지하철 노선들은 우리의 노력과 돈으로 부설했기에 우측 통행을 채택한다.

그러나 잘 보면 지하철 2호선 이후의 지하철 노선은 기존 철도망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면 두 번째 이유인 '왜 좌측 통행 노선을 우측 통행 노선으로 바꾸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전국의 철도망과 지하철 1호선을 모두 우측 통행으로 바꾸면 통일된 형태로 운행이 가능하다.

일제시대의 잔재 청산이라는 차원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과거에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잔재 청산과 같은 역사적 · 정치적 명분보다는 경제적 측면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경제적 논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경제 분석의 첫걸음은 역시 비용과 이득이다.

현재의 좌측 통행 시스템을 우측 통행으로 바꿔서 얻게 될 이득과 비용을 비교해야 함을 의미한다.

양자의 비교를 통해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따라 경제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우측 통행으로 바꿔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은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떠오르질 않는다.

굳이 있다면,일제 잔재의 청산 정도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경제적 측면의 비용이라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우측 통행으로 전환하면서 치를 비용은 만만치 않다.

지하철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간판이나 표시부터 바꿔야 한다.

오른쪽에 있던 간판과 왼쪽에 있던 간판을 모두 바꿔야 한다.

지하철 역사의 모든 정보도 다시 바꿔야 한다.

상행선과 하행선의 입구와 출구가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승차와 하차시,열리는 문도 바뀌면서 이를 알리는 표지나 표식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나아가 1호선 지하철 구간은 물론 전국 철도망에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

더욱 큰 문제는 표시 등을 간단히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철도 운행은 정확한 기계 제어 시스템으로 작동된다.

운행 시스템 변경은 기존의 좌측 통행에 익숙했던 사람들에 의한 오작동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이와 같은 실수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져 커다란 인적 및 물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더욱이 인적 실수에 의한 고속철도 사고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따라서 기존 운행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는 새로운 통행 시스템 전환이 가져 올 이득보다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하철 운행 시스템의 전환이 어려운 까닭이다.

해방과 함께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도로 운행 시스템은 우측 통행으로 정착됐다.

도로망은 해방 이후 확장과 정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운행체계 변경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비해 철도 운행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철도망의 부설 이후 많은 물동량을 담당했으며,이 과정에서 좌측 통행에 익숙해 있던 시스템을 고친다는 것은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가 건설한 중앙청에 대한 철거 논의도 마찬가지다.

조선을 상징하는 궁궐 앞에 떡 버티고 있는 중앙청 건물이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에 큰 상처를 주기 때문에 철거를 주장했다.

한편 수치스러운 역사도 배워야 할 역사라고 철거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 중앙청 건물은 헐렸다.

철거에 따른 민족적 자긍심의 회복에 대한 편익이 철거 비용보다 훨씬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운하 문제도 기본적으로 비용과 편익으로 귀착된다.

비용을 지나치게 적게 잡았느니,편익을 너무 높게 책정하였느니 등을 두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진영 KDI경제교육센터 경제교육실장 jy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