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체시계가 계절변화에 적응못해 춘곤증 불러

[Science] 봄이 오면 왜 졸리지?… 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는데…
봄이 되면 개구리, 뱀, 곰 등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반면에 사람들은 봄만 되면 춘곤증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황사와 더불어 봄의 불청객인 춘곤증.

날이 따뜻해져서 잠이 온다고 하기에는 날씨가 아직 춥고 단순히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잠을 덜 잔 것 같지도 않다.

실제 더 자도 피곤하기까지 하다.

춘곤증 증세는 봄이 시작되고 난 뒤 최대 3주가량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낮잠 때문에 공부도 업무도 힘들다.

반면에 기나긴 겨울잠을 자고 난 동물들은 활발히 움직인다.

이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사람의 수면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연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사람들의 계절에 따른 수면리듬은 어떻게 다르고 춘곤증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 겨울잠은 에너지 비축을 위한 선택적 행동

겨울잠 또는 동면(冬眠)은 겨울이 되어 동물이 대사 활동을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겨울을 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추위와 먹이 부족에 대한 적응으로 개구리, 뱀, 도마뱀, 거북 등 양서류와 파충류에 속하는 많은 변온동물과 일부의 정온동물에서도 볼 수 있다.

개구리 · 뱀 · 도마뱀 · 거북 등의 양서류나 파충류는 온도 변화가 작은 물 밑이나 땅속에서 월동하는데 체온은 주위 온도와 거의 같아지고 물질대사는 저하된다.

크게 겨울잠은 유형에 따라 개구리형, 곰형, 박쥐형으로 나뉜다.

우선 개구리형은 바깥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체온이 내려가 겨울잠에 들어가는 것으로 육지의 변온동물에서 볼 수 있다.

땅속 깊은 곳이나 물 밑 등 온도의 저하나 변동이 적은 장소로 이동하여 겨울잠을 자면서 월동한다.

체온의 저하에 따라 심장의 박동이나 호흡 작용도 저하한다.

개구리 · 거북 · 뱀 등의 척추동물과 절지동물 · 조개류 등의 무척추동물이 개구리형에 해당된다.

곰도 겨울에 나무 밑의 빈 곳이나 굴 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물질 대사가 평소에 비해 30~35% 낮아질 뿐 체온은 별로 내려가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자극이 있으면 곧 활동에 들어가기도 한다.

따라서 겨울에도 먹을 것이 있으면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도중에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기르는 경우도 있다.

오소리도 곰형의 겨울잠을 잔다.

곰은 겨울잠에 들어가기 전에 다량의 먹이를 먹어 몸에 많은 지방을 저장하고 겨울잠을 자면서 그것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겨울을 난다.

곰이 지방을 축적하는 반면 햄스터는 먹을 것을 저장해 겨울잠을 자면서 종종 깨어나 저장해 둔 먹이를 먹는다.

⊙ 계절의 변화가 춘곤증의 원인

사람은 하루 24시간을 주기로 정해진 리듬에 따라 자고, 일어나고, 먹는다.

이처럼 인체는 주기에 따라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유지하며 감성과 인지기능을 작동시킨다.

이렇듯 리듬을 타는 것은 체내의 생체시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잠을 많이 자도 잘 깨어나지 못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생체시계가 자신의 생활 유형에 아직 적응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저녁에 일찍 자도 아침에 깨기 힘든 사람은 자신의 생체시계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데 맞춰져 있기 때문일 수 있다.

또 근무시간에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학생의 경우 학습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활동시간과 생체시계가 어긋나 있기 때문이다.

수면장애 전문가인 뉴욕의 진 매트슨 박사는 이처럼 생체시계와 일상생활 패턴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을 '수면위상지연 증후군 (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수면위상이란 하루 중 잠을 자는 시기다.

보통 사람은 오후 11시께에 취침해 다음날 오전 7시쯤에 일어난다.

하지만 수면위상이 늦어진 사람은 새벽이 돼서야 잠들고 아침에 깨기가 힘들다.

수면위상이 늦어지면 피곤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취침시간이 늦어지면 리듬 자체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전 2시께 잠이 들어 10시에 일어났을 때 외형상 수면시간은 8시간이지만 중간에 햇빛이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의 질이 떨어져 실제 수면시간이 5~6시간에 불과하게 된다.

또는 밤에 코를 심하게 골거나 하면 대부분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숙면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신경이 예민해진다.

반대로 수면위상이 너무 빨라지면 저녁부터 졸리고 새벽에 너무 일찍 깨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체시계는 뇌의 시상하부에 위치하는 교차상핵에 의해 조절된다.

이곳에는 약 1만개의 신경세포가 있다.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대략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는 전기신호를 보낸다.

보통 시상하부 교차상핵은 우리 몸의 생체시계를 깨우는 환경요인에 반응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환경요인은 아침 햇빛이다.

시신경으로부터 들어온 빛의 정보에 기초해서 약 24시간의 생체리듬을 꾸준히 만들어낸다.

아침에 눈을 떠 눈이 햇빛을 인식하면 생체시계는 이것을 일어나야 될 시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인지 후 약 12시간 동안 활동모드가 유지되고 혈압이나 체내 온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시간대가 다른 나라를 가면 생체시계가 새롭게 맞춰질 수 있다.

이외에도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도 생체시계를 깨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다가 봄이 돼 낮이 점차 길어지면서 생체시계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춘곤증의 원인이다.

낮이 길어져 햇빛을 인지하는 시간이 빨라지는데 몸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늘상 졸린 것이다.

즉 춘곤증은 계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춘곤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생체시계는 눈을 뜨고 아침 햇살을 인식한 시간부터 14~16시간 뒤에 잠이 오도록 프로그램화돼 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잠을 푹 자 춘곤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힘들더라도 며칠 동안 오전에 일찍 일어나 햇볕을 쬐면 생체시계의 바늘을 빨리 가게 할 수 있다.

강한 햇빛일수록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오후 특히 저녁 때부터 밤까지 쬔 빛은 생체시계의 바늘을 느리게 가게 한다.

햇빛의 생체시계 수정력은 오전 빛보다는 오후 빛이 더 강하므로 따라서 저녁 시간에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스탠드 조명 등의 빛을 접하게 되면 뇌가 낮으로 착각해 쉽사리 잠을 청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오전 중에 강한 빛을 계속 쬐고 저녁 때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춘곤증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