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고 열을 알아야한다”

<문제3>제시문 (라)의 표에서 텔레비전,일간신문,온라인 매체 사이에 나타난 차이를 제시문 (가)에서 설명된 설득의 세가지 수단을 활용하여 분석하시오. (1,000자 내외,40점)

<제시문>

참인 것과 좋은 것은 본성적으로 더 증명하기 쉽고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몸을 사용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 데 반해 말을 사용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연설을 사용하는 것이 몸을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고유한 특징이기 때문이다.

연설의 능력을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은 커다란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누군가 주장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런 일은 도덕적인 덕 이외의 모든 유용한 것에 공통된 점이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것들은 해악의 위험성도 가장 큰 법이다.

강한 체력,건강,부(富),용병술 등이 그렇다.

이런 것들은 정의롭게 사용하면 유익함이 더없이 크지만 정의롭지 않게 사용하면 더없이 큰 해악을 낳는다. ……[중략]……

수사학이란 주제가 무엇이든 그에 유효한 설득의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이것은 다른 학문 분야에는 없는 기능이다.

다른 모든 학문 분야는 그 나름의 고유한 주제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예컨대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대해,기하학은 도형의 속성들에 대해,수학은 수에 대해 가르치거나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수사학은 우리에게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그것을 설득할 수단을 찾는 능력이다.

수사학은 한계를 갖는 특정한 주제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

연설에 사용하는 설득의 수단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연설가의 성품이다.

둘째는 청중을 특정한 감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연설 자체가 제공하는 논거나 논거임 직한 것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설득 수단은 연설가의 성품에서 온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믿고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일에서 그런 사람들을 신뢰하기도 하지만,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에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연설가의 훌륭한 성품이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옳지 않다.

사람들이 연설에 의해 설득되는 두 번째 경우는 연설이 청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고무할 때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슬픈지 기쁜지 또는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에 따라 어떤 것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설득력 있는 논증을 적합하게 사용하여 진리나 진리임 직한 것을 드러내 보여준다면,이때 설득은 연설 자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래 표는 미국에서 여러 매체의 뉴스 및 정보에 대한 신뢰도와 이용도를 조사한 자료를 재구성한 것이다.
[논술 기출문제 풀이] 2009학년도 연세대학교 수시 기출문제 풀이 (下)
<해제>

연세대학교 논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제시문과 함께 관련 도표를 주어서 수험생의 해석 능력을 검증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번 시험에서도 도표를 분석하라는 문제가 어김없이 출제되었다.

이러한 논제는 연세대학교 논술의 별칭인 '다면사고형 논술'에 적합한 질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도표를 주제와 연계하여 해석하면서 그 함의(含意)를 찾아내는 일은 보다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요하기 때문이다.

글이든 도표이든 간에 읽는 이의 머리 속에서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점은 동일하지만,그나마 '글'은 내용의 난이도를 떠나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편이다.

글을 쓰는 일차적인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일기나 회고록의 경우에도 필자 스스로를 대상으로 대화하는 글이다)이다.

그런데 의사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 비해 도표는 자료와 정보를 정리해 놓은 것이기에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없다.

그래서 도표를 읽는 사람이 스스로 도표의 메시지를 도출해 내야 한다.

우선 도표의 특징적인 면을 찾은 다음,그 두드러지는 특징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본인이 곰곰이 숙고하여 뜻을 부여해야 한다.

비유컨대 도표는 발굴 작업을 기다리고 있는 땅 속 매장물이며 독해자는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곡괭이 삼아 이를 밖으로 꺼내놓는 작업자이다.

도표는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글에 비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므로 도표를 읽는 사람은 더욱더 적극적으로 변해야 도표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도표의 메시지라는 것이 결국에는 독해자가 그 도표를 보고 스스로 도출한 의미이기 때문에 '귀에 걸면 귀걸이,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동일한 도표를 읽고도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의미 부여가 합리적인 논증 과정을 거치기만 한다면 어떠한 방향의 의미를 도출하건 이는 독해자의 자유이다.

그래서 하나의 현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다면 사고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연세대학교 논술의 출제 목적이 도표 해석에 잘 반영되는 것이다.

연세대는 하나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 출제를 지양하며,다양한 답을 유도하여 수험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하겠노라고 밝혔다.

연세대학교가 상정하는 교육의 목표는 종합적 사고능력 함양이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도 수험생이 가진 다양한 지적 능력을 검증함으로써 종합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것에 입시의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논제 3번에서도 획일적 사고에 의해 하나의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에 의한 다양한 답을 제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해석 방향의 다양성을 떠나서 하나의 도표에서 얼마나 많은 의미를 캐 낼 수 있느냐 또한 해석자의 심층적 사고력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 있다.

하나를 보고 열을 아는 사람은 도표의 특징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아낼 것이다.

하나를 보고 하나를 아는 사람이면 이 또한 창의적 사고의 빈약함이 답안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연세대학교가 원하는 '창의적이고 다면적인 사고력'은 글을 분석하는 과정보다 오히려 도표를 해석하는 작업에서 더욱 명료하게 검증된다.

이번 논제에서 주어진 도표는 언론 매체의 이용도와 신뢰도이다.

2009학년도 모의 논술에서도 주류 언론에 대한 촘스키의 비판과 함께 언론 관련 도표를 출제한 경향을 생각하면,연세대학교가 여러 주제 가운데에서 특히 '언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주제는 차치하고,수험생은 우선 (1)주어진 도표에서 두드러지는 표징을 발견하며 (2)그 특징의 의미를 분석하고 의의를 부여하여야 한다.

지식은 궁극적으로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연세대학교의 교육 철학이다.

수험생들은 주어진 현상(언론 매체 이용도와 신뢰도)을 두고 그러한 현상이 존재하도록 하는 본질과 원인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탐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논제는 도표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 있어서 일정한 조건을 추가하고 있다.

제시문 (라)의 표에서 텔레비전,일간신문,온라인 매체 사이에 나타난 차이를 제시문 (가)에서 설명된 설득의 세 가지 수단을 활용하여 분석하라는 것이다.

현실을 수리적으로 표현한 통계 자료들을 올바르게 독해하여 그 특징적 성격을 파악하되,논제의 요구에 따라 이를 '설득'을 주제로 하는 제시문 (가)의 설명에 근거하여 해석하는 답안이 필요하다.

일단 제시문 (라)의 표에서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부분은 텔레비전,일간신문,온라인 매체,시사주간지와 무료 배포신문 이용도와 그 매체의 신뢰도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용도를 기준으로 정렬할 경우 '텔레비전 > 일간신문 > 온라인 매체 > 무료 배포신문> 시사주간지'의 순서이지만,신뢰도를 기준으로 정렬할 경우에는 '텔레비전 > 일간신문 > 시사주간지 > 온라인 매체 > 무료 배포신문'의 순서를 보인다.

텔레비전은 이용도나 신뢰도에 있어서 가장 상위를 차지하나,온라인 매체는 이용도는 2위이나 신뢰도에 있어서는 4위로 밀려난다.

반면 일간신문이나 시사주간지는 이용도에 비해 오히려 온라인 매체보다 신뢰도가 높다.

이는 특정 매체의 높은 '이용도' 혹은 '인기'가 반드시 그 매체를 통해서 얻게 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온라인 매체가 이용도에 있어서는 기존의 '전통적' 언론 미디어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뢰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주목하여 그 의미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의미를 분석하는 과정에 있어서 논제가 요구한 바대로 제시문 (가)에서 다뤄지는 설득의 세 가지 수단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3번 논제의 답안은 설득력 있는 논리로 글이 전개되기만 한다면 어떠한 해석이 등장해도 상관이 없다.

다면사고형 논술에서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개연성 있는 해석을 살펴봄으로써 본인이 구상하는 답안과 비교하는 작업은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제시문 (가)의 논지를 활용해 제시문 (라)의 도표를 분석하는 여러 길 가운데 개연성 있는 '하나'의 길을 걸어가 보도록 하자.

제시문 (가)는 연설에 사용하는 설득의 수단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분류하면서 그 첫째로 연설가의 성품을 든다.

제시문이 지적한 대로,"우리는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믿고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이를 언론 미디어에 적용하면,특정 미디어 그 자체의 성격을 연설가의 성품으로 환치할 수 있다.

성품이 훌륭한 연설가의 말을 다른 사람의 말보다 더욱 신뢰하듯이,우리는 특정 미디어 그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인해 그 미디어가 전달하는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서 얻게 되는 정보를 신뢰한다.

즉,'누가' 정보를 전달하느냐가 그 정보에 대한 판단을 좌우한다.

특정 미디어가 높은 신뢰도를 획득한다면 사람들은 그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그대로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일상 대부분의 경우에서 관찰되지만 특히,사안에 대한 정확한 변별이 곤란할 경우 가장 두드러진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사람들은 상충하는 정보 가운데 본인이 신뢰하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받아들이고,그 정보에 대한 언론 매체의 해석 또한 수용한다.

제시문 (가)에서 밝히고 있듯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고 의견이 분분한 경우에 성품이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이를 활용하여 주어진 도표를 해석해 볼 때,온라인 매체는 여타 언론 매체에 비해서,미디어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온라인 매체는 선정적 성격을 띤다.

게재된 포스트의 클릭 수가 광고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표제 자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자극적이며 내용 또한 충분한 분량의 길이 안에 깊이 있는 기사를 담아낸다기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가볍고 단순하다.

온라인 매체에서의 정보 전달이 피상적이고 자극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네티즌들로부터 종종 외면 받기가 쉽다.

분량이 길고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는 기사는 조회수가 낮기 마련이며,간혹 그러한 기사에는 댓글에서 독자의 '불만'이 접수되기도 한다.

너무 길어서 눈만 아프고 쓸데없이(?) 난해하다는 불평이다.

덕분에 온라인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는 쉽고 단순해진다.

게다가 온라인 미디어는 정보의 내용과 형식이 부정확한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글 맞춤법이 틀린 기사를 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정보에 대한 정확한 확인도 없이 기사가 게재되는 사례도 있어 '찌라시'라는 오명을 얻기도 한다.

또한 올해에는 특정 온라인 매체에서 진행되었던 설문조사의 결과가 실시간 조작되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러한 온라인 매체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온라인 미디어 그 자체가 구축하고 있는 신뢰는 낮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는 고대 그리스에서 연술가의 성품이 청중에게 발휘하는 영향력이 현대의 사회에서도 미디어를 접하는 일반인들에게 관찰된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또한 방금 온라인 매체의 특성으로 지적된 '단순한' 성격 내지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성격은 제시문 (가)에서 설명하는 설득의 세 번째 방식,즉 논증과도 관련을 맺는다.

설득력 있는 논증을 적합하게 사용한다면 연설가는 청중을 설득할 수 있다.

이는 제시문의 표현처럼,'연설 자체에 의해 이루어'지는데,이 이야기를 미디어 영역으로 끌고 온다면 언론 미디어가 구축한 자체의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 그 자체의 성격도 중요해진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온라인 미디어는 설득력 있고 깊이 있는 내용의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눈에 띄는 쉬운 정보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온라인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부합하기는 하나,역으로 사람들이 온라인 매체를 이용은 하면서도 신뢰하지는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온라인 매체는 그 특성상 제시문 (가)의 첫 번째 설득 수단인 '성품'이든,세 번째 설득 수단인 '설득의 내용'이든 간에 높은 신뢰도를 획득하지는 못 한다.

그렇다면 제시문 (가)가 말하는 두 번째 수단,즉 청중을 특정한 감정 상태로 만드는 것을 언론 미디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이는 텔레비전이 신뢰도나 이용도에 있어서 1위를 지키고 있는 이유와도 상관이 있다.

수사학에서 설명하고 있듯이,'연설이 청중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고무할 때' 청중은 연설에 설득 당한다.

감정은 논리성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정서와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므로 감각적인 매체인 텔레비전은 수사학의 두 번째 설득수단에 따라 그 인기와 신뢰도를 풀이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매체는 방송 매체인 텔레비전은 물론,인쇄 매체보다도 감정적 호소력에서 뒤떨어진다.

온라인 매체의 경우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정보를 '검색'해서 읽는데 이 때 검색되는 정보가 한 모니터 안에 한번에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검색 정보를 스크롤하면서 읽어 나가게 되며 모니터에 배열된 이미지도 '게재'는 되어 있지만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지는 않다.

반면 일간신문은 깔끔한 이미지를 호소력 있게 배치하고,이 이미지들이 한 번의 눈길 안에 다 잡힘으로써 전달력 또한 높다.

그래서 온라인 매체가 일간신문에 비해서 시각적 열위에 놓이게 되고,이는 감정적 호소력이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이렇듯 인터넷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제시문 (가)를 활용해서 설명할 수 있으며,미리 밝힌 바대로,이는 여러 가지의 가능한 해석 가운데 가능한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제시문 (가)의 핵심 내용을 도표에서 찾아낸 특징과 결부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해 나간다면 어떠한 해석을 하든 상관이 없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bbr@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