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에 광합성을 막는 '떨켜'가 생기기 때문
입동을 지나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길거리나 산에는 이제야 단풍이 한창으로 아직도 가을의 정취가 완연하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듯이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어느새 갈색 녹색 붉은색으로 물들며 잎을 떨어뜨리고 낙엽이 거리를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상에 젖기 십상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들은 다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
과연 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것일까?
왜 어떤 나무는 낙엽이 지고 다른 나무는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 단풍이 드는 이유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월동준비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나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이 진행된다.
이때 생성된 양분은 떨켜층 때문에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내에 남게 되고 이로 인해 잎내 산성도가 증가한다.
이에 엽록소는 파괴되고 대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이나 크산토필(X anthophyll)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고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생성되어 나뭇잎의 색이 붉게 혹은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어린 잎이나 줄기가 새롭게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붉은색을 보이다 잎이나 줄기가 성장하면서 붉은색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단풍이 아니고 어린 잎이나 줄기의 엽록소를 만드는 세포 내의 구조가 완성되지 않은 게 나타나는 것이다.
안토시안은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고 안토시안을 많이 갖고 있는 조직은 나뭇잎의 표피뿐이다.
때문에 연약한 어린 잎이나 줄기가 빨갛게 됨으로써 자외선의 해를 피하는 것이다.
잎이 성숙함에 따라 안토시안은 분해돼 없어지며 엽록소에 의해 녹색으로 변하게 된다.
대부분 식물의 잎들은 녹색을 나타내나 예외적으로 단풍나무의 개량종인 공작단풍, 홍단풍과 같은 나무나 자주색 양배추, 베고니아 등과 같은 초본은 계절과 관계없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이들 식물은 정상적인 녹색종에서 갈라져 나온 변종인 경우가 많은데 안토시안과 공존하는 엽록소에 의해 정상적인 광합성을 해 나간다.
⊙ 낙엽이 지는 이유
낙엽은 앞에서 말했듯이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나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죽은 세포인 코르크로 바꿔 수분이 증발해 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 생물체는 주위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데 이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할 때 이를 전달하는 신호 물질이 호르몬이다.
식물의 호르몬 중 앱시스산은 식물의 겨울나기를 알려주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낙엽이 지는 나무가 겨울에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낙엽은 식물이 온도와 수분 부족에 적응해서 생긴 현상이다.
겨울에 물이 부족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잎의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인 기공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기공은 수분을 증발시키는 곳일 뿐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분 부족을 피하기 위해 기공을 닫으면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또 주변의 온도가 낮으므로 잎에서의 생화학 반응의 속도는 더욱 느려져 잎은 죽고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 낙엽이 지지 않는 나무는?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낙엽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낙엽수는 늦가을에 떨켜를 만들어 일제히 잎을 떨어뜨리고 벌거숭이가 된다.
그러나 밤나무나 떡갈나무는 떨켜를 만들지 않는다.
본래 이들 식물이 더운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낙엽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된 학설이다.
그 때문에 이들 식물은 겨울이 되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싹 마르더라도 가지에 붙어 있다가 겨울의 강풍에 조금씩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낙엽수로 유명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담쟁이덩굴 역시 떨켜를 만들지 않는 식물이다.
낙엽수의 잎 수명은 보통 1년이다.
상록수의 잎은 많은 종류가 2~3년간 유지되다가 새로운 잎이 나게 되면 떨어진다.
보통 상록수로 불리는 침엽수는 낙엽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침엽수도 낙엽수와 다른 생리 메커니즘을 가졌을 뿐 낙엽을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침엽수이며 우리나라에 많아 익숙한 소나무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소나무의 잎은 한번 생기면 계속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잎이 새로나고 2년이 지나면 잎을 감싸고 있는 비늘이 떨어져 나가면서 잎이 죽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즉 3~4년은 걸려야 새로운 잎이 생기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침엽수도 가을에 낙엽이 진다.
다만 낙엽수처럼 가지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로 전부다 털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몸의 부피를 줄이는 수준에서 잎을 떨어낸다.
침엽수 역시 동절기에는 광합성이나 증산작용 등의 대사작용이 줄어듦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것이다.
가을산에 가보면 소나무 숲 안에 노랗게 변한 솔잎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침엽을 가진 상록수 중에는 30년 이상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 우리나라의 단풍시기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단풍이 늦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보통 우리나라의 단풍은 설악산과 오대산 정상에서 시작되며 단풍은 산아래 쪽으로 하루 약 40㎞씩 남쪽으로 하루 약 25㎞씩 남하하는 현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단풍은 11월 상순이 되면 남해안 지방의 두륜산과 국토의 최남단 제주도 한라산까지 물들게 되며 대체로 내륙지방이 해안지방보다 10일 정도 빨리 단풍이 시작된다.
첫 단풍이 들었다고 할 때의 단풍은 산의 20~30%가량 단풍이 드는 것을 말하며,산의 80% 이상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 한다.
사계절 기후변화가 뚜렷한 우리 나라의 단풍은 세계적인 절경으로 유명하다.
단풍은 서서히 기온이 낮아질 때 더욱 아름다우나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면 단풍의 멋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수험생들에게는 결실의 계절이다.
떨어지는 단풍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
입동을 지나 겨울의 문턱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길거리나 산에는 이제야 단풍이 한창으로 아직도 가을의 정취가 완연하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듯이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어느새 갈색 녹색 붉은색으로 물들며 잎을 떨어뜨리고 낙엽이 거리를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상에 젖기 십상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들은 다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들도 있다.
과연 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것일까?
왜 어떤 나무는 낙엽이 지고 다른 나무는 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 단풍이 드는 이유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월동준비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나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이 진행된다.
이때 생성된 양분은 떨켜층 때문에 줄기로 이동하지 못하고 잎내에 남게 되고 이로 인해 잎내 산성도가 증가한다.
이에 엽록소는 파괴되고 대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이나 크산토필(X anthophyll)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고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생성되어 나뭇잎의 색이 붉게 혹은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어린 잎이나 줄기가 새롭게 발생하면서 일시적으로 붉은색을 보이다 잎이나 줄기가 성장하면서 붉은색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단풍이 아니고 어린 잎이나 줄기의 엽록소를 만드는 세포 내의 구조가 완성되지 않은 게 나타나는 것이다.
안토시안은 자외선을 잘 흡수하는 성질이 있고 안토시안을 많이 갖고 있는 조직은 나뭇잎의 표피뿐이다.
때문에 연약한 어린 잎이나 줄기가 빨갛게 됨으로써 자외선의 해를 피하는 것이다.
잎이 성숙함에 따라 안토시안은 분해돼 없어지며 엽록소에 의해 녹색으로 변하게 된다.
대부분 식물의 잎들은 녹색을 나타내나 예외적으로 단풍나무의 개량종인 공작단풍, 홍단풍과 같은 나무나 자주색 양배추, 베고니아 등과 같은 초본은 계절과 관계없이 붉은색을 띠고 있다.
이들 식물은 정상적인 녹색종에서 갈라져 나온 변종인 경우가 많은데 안토시안과 공존하는 엽록소에 의해 정상적인 광합성을 해 나간다.
⊙ 낙엽이 지는 이유
낙엽은 앞에서 말했듯이 잎의 잎자루와 가지가 붙어 있는 부분에 떨켜라는 특별한 조직이 생겨나서 잎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떨켜는 잎이 떨어진 자리를 죽은 세포인 코르크로 바꿔 수분이 증발해 나가거나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 생물체는 주위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하는데 이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할 때 이를 전달하는 신호 물질이 호르몬이다.
식물의 호르몬 중 앱시스산은 식물의 겨울나기를 알려주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낙엽이 지는 나무가 겨울에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낙엽은 식물이 온도와 수분 부족에 적응해서 생긴 현상이다.
겨울에 물이 부족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물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잎의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인 기공을 닫아야 한다.
그런데 기공은 수분을 증발시키는 곳일 뿐 아니라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분 부족을 피하기 위해 기공을 닫으면 잎에서 광합성이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또 주변의 온도가 낮으므로 잎에서의 생화학 반응의 속도는 더욱 느려져 잎은 죽고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 낙엽이 지지 않는 나무는?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낙엽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같은 낙엽수는 늦가을에 떨켜를 만들어 일제히 잎을 떨어뜨리고 벌거숭이가 된다.
그러나 밤나무나 떡갈나무는 떨켜를 만들지 않는다.
본래 이들 식물이 더운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떨켜를 만들어 낙엽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된 학설이다.
그 때문에 이들 식물은 겨울이 되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바싹 마르더라도 가지에 붙어 있다가 겨울의 강풍에 조금씩 나무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낙엽수로 유명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담쟁이덩굴 역시 떨켜를 만들지 않는 식물이다.
낙엽수의 잎 수명은 보통 1년이다.
상록수의 잎은 많은 종류가 2~3년간 유지되다가 새로운 잎이 나게 되면 떨어진다.
보통 상록수로 불리는 침엽수는 낙엽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침엽수도 낙엽수와 다른 생리 메커니즘을 가졌을 뿐 낙엽을 만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침엽수이며 우리나라에 많아 익숙한 소나무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소나무의 잎은 한번 생기면 계속 붙어있는 것이 아니고 잎이 새로나고 2년이 지나면 잎을 감싸고 있는 비늘이 떨어져 나가면서 잎이 죽는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즉 3~4년은 걸려야 새로운 잎이 생기기 때문에 겨울철에도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침엽수도 가을에 낙엽이 진다.
다만 낙엽수처럼 가지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로 전부다 털어내는 수준이 아니라 어느 정도 몸의 부피를 줄이는 수준에서 잎을 떨어낸다.
침엽수 역시 동절기에는 광합성이나 증산작용 등의 대사작용이 줄어듦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몸을 움츠리는 것이다.
가을산에 가보면 소나무 숲 안에 노랗게 변한 솔잎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침엽을 가진 상록수 중에는 30년 이상 잎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다.
⊙ 우리나라의 단풍시기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단풍이 늦어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보통 우리나라의 단풍은 설악산과 오대산 정상에서 시작되며 단풍은 산아래 쪽으로 하루 약 40㎞씩 남쪽으로 하루 약 25㎞씩 남하하는 현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단풍은 11월 상순이 되면 남해안 지방의 두륜산과 국토의 최남단 제주도 한라산까지 물들게 되며 대체로 내륙지방이 해안지방보다 10일 정도 빨리 단풍이 시작된다.
첫 단풍이 들었다고 할 때의 단풍은 산의 20~30%가량 단풍이 드는 것을 말하며,산의 80% 이상 단풍이 물들었을 때를 '단풍 절정기'라 한다.
사계절 기후변화가 뚜렷한 우리 나라의 단풍은 세계적인 절경으로 유명하다.
단풍은 서서히 기온이 낮아질 때 더욱 아름다우나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면 단풍의 멋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수험생들에게는 결실의 계절이다.
떨어지는 단풍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