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민사고도 참여, 대학생들과 실력 겨뤘다
[기획] 경제 이해력 검증시험 '테샛' 1회 시험 실시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경제·경영학 교수들을 출제위원으로 위촉해 개발한 경제이해력 검증시험 '테샛'(TESAT)이 2일 서울 건국대와 경북대 부경대 전남대 등 전국 10개 고사장에서 처음으로 치러졌다.

이날 시험에는 취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생을 비롯해 40~50대 직장인과 경제 경시대회를 준비 중인 특목고 학생들, 그리고 한국경제신문그룹 입사 지원자 등 약 3000명이 참여, 경제 기초 이론과 시사 문제 등 총 80문제를 100분 동안 풀었다.

특히 대전 인천 등 고사장이 마련되지 않은 지방 수험생들은 아침 일찍 KTX나 버스를 타고 올라와 응시, '국민 경제 시험'을 방불케 했다.

주최 측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는 첫 시험인 점을 감안해 당초 서울에서만 치를 예정이었으나 지방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고사장을 마련한 후 단체특별시험을 요청해 와 사실상 전국 시험으로 치렀다.

수험생은 대학(원)생들이 61%로 가장 많았고 직장인 14%, 고등학생 12%,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생 10%, 자영업 등 기타 3%였다.

○…서울 건국대에는 서울 수험생은 물론 대전 인천 등에서 KTX나 콜밴 등을 타고 올라 온 지방 수험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원주의 민족사관고 1학년 이누리 연하람 유도영 정건우 등 4명은 새벽 7시에 밴을 타고 달려와 형 누나들과 나란히 시험을 쳐 눈길을 끌었다.

평촌 과천 지역 출신인 이들은 AP프로그램 준비 단계로 자신의 경제 실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응시했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로는 유일하게 단체 시험을 친 전주 상산고에서는 모두 81명이 응시했다.

시험 감독을 맡은 이원득 교사(경제담당)는 시사해석 문제가 많아 고교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경제이해력 검증시험으로서는 적절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50대 이상 고령자들도 20여명이 응시했다.

전북대에서 시험을 본 올해 회갑인 김기중씨(전북 정읍시 상동)는 "공직 생활을 마친 후 시골학교를 돌며 어린이들에게 경제교육 특강을 하는 게 꿈이었는데 마땅한 자격제도가 없어 난감했었다"며 "경제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이 생겨 한 걸음에 달려왔다"고 밝혔다.

건국대에서 시험을 친 김진담씨(60)는 "20년간 세무사 생활을 하다 몇 년 전부터 전업투자를 하고 있는데 경제 실력을 한 번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단체로 응시한 대한전선의 간부 사원들은 문제가 다소 어려웠지만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들.

최영훈 대한전선 공장장(49)은 "원서를 낸 뒤 3개월 동안 신문의 경제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는 등 열심히 준비했다"며 "문제가 다소 어려웠으나 기대보다 수준이 높아 기업들이 경제 지식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남대에서 특별시험이 가능했던 데는 황종운씨(25·경영학부 3년)가 큰 역할을 했다.

학내 경제·경영 학술동아리인 '네오팩'에서 활동 중인 황씨는 그동안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학내게시판 등을 통해 수험생을 모집,고사장 최소 인원인 50명을 채워 광주에서도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활약했다.

황씨는 "취업한 선배와 수업시간 중에 교수님들로부터 테샛시험을 소개받았다"며 "경제·경영지식은 취업시 갖춰야 할 주요 덕목이어서 실업률이 높은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테샛 열풍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1회 테샛 시험 성적은 오는 17일쯤 인터넷을 통해 교부되며 2회 시험은 내년 2월8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실시된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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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0문항, 문제지만 12페이지…퀴즈 아닌 사고력 테스트

● 어떤 문제 출제 됐나

테샛 시험지는 페이지만 12페이지에 이른다.

단순 지식을 묻기보다는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당수 수험자들이 시간에 쫓겨 문제를 다 풀지 못했다고 한다.

출제는 이지순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9명의 교수진과 한경 논설위원,일선 기자들이 출제한 문제를 모아 1회 시험을 위한 문제 은행을 만들었고 이 가운데 경제 기초 및 응용,시사 기초 및 응용,상황 판단 등 5개 분야에 걸쳐 1차로 200문제를 골랐다.

2단계에서는 이승훈 서울대 교수와 정갑영 연세대 교수 등 출제 고문 교수들의 감수를 거쳐 80문제를 최종 선정했다.

80문제는 예고한 대로 경제기초 20,경제 응용 10,시사 기초 20,시사 응용 10,상황 판단(비즈니스 포함) 20문제로 구성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 원리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 노동시장과 임금,조세 정책,국제무역 원리,국제금융과 환율 등 경제원론 전반에 걸쳐 골고루 출제했다.

시사 분야에선 M&A(기업의 인수·합병)와 최근의 금융 동향,상속세,국민연금,보험에 대한 이해 등 신문에 자주 나오는 개념들을 출제했다.

특히 최근의 세계 금융위기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산업에 대한 지식를 묻는 문항과 증권시장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항도 선보였다.

테샛만의 장점인 상황 판단 영역에서는 연역과 귀납적인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는지,이를 기반으로 경제신문을 충분히 읽고 활용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테샛을 주관하고 있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의 정규재 소장은 "기존 경제학 문제와는 차별화되는 형태의 경제 문제를 만들었다고 자신한다"며 "단답형 시사 상식과 복잡한 계산 문제를 피했기 때문에 경제신문을 읽고 있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고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우수한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 예시>>

1. 다음 중 시장의 실패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은?

① 규모의 경제가 무한정 작용하고 있다.

② 독점 기업이 존재한다.

③ 기업이 적자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

④ 공장이 많이 들어서면서 인근의 강이 오염돼 버렸다.

⑤ 어떤 중소기업이 아주 수익성이 좋은 투자계획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2. 법학 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과 법률 시장에 관한 다음의 주장들 중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것이라고 보기에 가장 거리가 먼 것을 고르시오.

①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자기 이익 추구와 합치할 때 국민의 권리가 보장된다.

②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을 줄여 변호사의 수를 제한하면 법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진다.

③ 국민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변호사 수임료의 현실화를 허용해야 한다.

④ 선진 법률 서비스의 공급을 위해서는 변호사들에게 적절한 물질적 보상을 지급해야 하지만,경쟁의 원칙은 법률 시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⑤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