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온난화·오염 영향으로 어족 자원 고갈
[Science] 해파리 떼의 출몰…바다가 죽어간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을 넘어서 이제 쌀쌀하기까지 하다.

여름이 물러가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해수욕을 위해 해변을 찾은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생물이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았다.

그 생물은 다름 아닌 해파리다.

해파리에는 독성이 있어 피서객들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해파리 독침에 쏘여 고생하고, 어부들은 건져 올린 그물에 생선보다 해파리가 많아 곤욕을 치렀다.

의료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올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독에 쏘여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할 정도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쓸 수 있다.

해파리가 많이 나타나도 식용 해파리만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파리의 출현이 단순히 해파리 개체수가 늘어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파리 증가의 원인은 바로 해양 온난화와 해양 오염 현상이다.

⊙ 해파리 증가와 연근해 어종의 변화

최근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다.

이는 원래 우리나라에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 이상 되는 무시무시한 생물이다.

무리 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된다.

게다가 느릿느릿 유영을 하는 습성이 있어 어부들의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올라 그물훼손 및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도 있다.

이 역시 최근에 한반도 근해에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다.

이것들은 길이 10㎝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에서 독소가 발사돼 사람의 몸속으로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부위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는다.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는 무서운 독을 갖고 있다.

해파리의 천적은 쥐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쥐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한반도 근해 해파리들에만 적응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거대한 크기와 독으로 무장한 외래성 해파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간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하여 1만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실 대기보다 바다에 훨씬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하여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물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하는 현실이다.

⊙ 폐기물의 영향… 바다가 죽어간다

연근해 바다의 어족자원 고갈의 대책은 깊은 바다속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깊은 바다는 아직은 개발하기가 어렵고 연안바다는 이미 오염과 고온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태다.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은 코클로디니움 등의 바다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이 플랑크톤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과 육지로부터 다량의 영양염류 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해수면 온도상승이야 어쩔 수 없다 해도 오염은 대부분 인간이 버리는 폐기물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바다에 인분 등 온갖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으며 양식어업의 증가로 바다 한복판에서조차 끊임없이 고정 오염원이 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증가한 플랑크톤들은 이제 역으로 양식장을 덮쳐 양식 물고기와 어패류의 집단폐사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패류(貝類)독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연안바다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은 바로 '갯녹음현상(whitening event)'이라는 것이다.

해수온도상승과 영양 염류의 과잉 유입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 해조류들이 영구히 말라 죽고 이들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패류들 마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대처하는 현상이다.

내륙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듯이 일단 바다 한곳에 이 현상이 일어나면 주변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간다.

최근에 동해안 등에서 다시 해조류를 부착하여 갯녹음을 복구하려는 뒤늦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는 데 그 수배 내지 수십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현재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위기고 유감스러운 현상이지만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나서 얻게 되는 경험상의 진리를 염두에 둔 인내심과 의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 들어 주로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 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은 고래의 신호체계인 초음파가 교란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분석과 질병, 기아, 기생충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는 현실이다.

대신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특정한 종의 집단이나 가족 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미루어 함께 다니는 개체가 피해를 입는 상황이다.

이에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최근 학계에는 세계 바다에서 오염되지 않은 면적이 3.7%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연구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또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41%가 매우 심각하게 오염됐고 오염되지 않은 3.7%의 남·북극 극지에서도 지구 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최근의 연근해 어종의 변화와 어획량의 감소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가 아무리 넓어도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