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수명'다한 핵연료 안전 처리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목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적은 에너지인 원자력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양광,풍력,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어 환경 파괴가 적지만 아직 경제성이 떨어져 석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서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누적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혁신적인 처리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제4세대 원자로로 불리며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는 우라늄 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원자로다.
이 원자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건식정련기술)'으로 처리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핵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방사능 독성도 낮출 수 있다.
⊙ 사용후 핵연료란
사용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가 전기 생산을 위한 수명을 다하고 더 이상 연료로서의 능력을 상실할 때 배출시킨 물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우라늄산화물 형태인데 U-235 농축도가 약 3.5% 정도이고 나머지 약 96.5%의 우라늄은 핵분열을 하지 않는 U-238로 구성돼 있다.
이 연료가 원자로에서 약 3년 동안 전기 생산을 하고 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다.
사용후 핵 연료에는 플루토늄이 0.9%,방사선을 방출하고 반감기가 수만년에 이르는 미량의 핵물질(Np,Am,Cm)들이 0.1%, 반감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너무 뜨거워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세슘과 스트론튬 원소가 약 0.3% 포함된다.
이같이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1.4%의 원소들로 인해 사람들이 직접 취급하거나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인간의 생활환경에서 안전하게 격리시켜야 하는 과제를 남긴다.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하 500~1000m의 깊은 땅 속에 묻어버려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가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천연 우라늄광의 독성까지 감소하기 위해서는 수십만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다.
수십만년이란 현재의 과학기술로서 단정을 내릴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수십만년 동안 심지층에 묻어둔 사용후 핵연료가 처음과 같이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전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와 '안전하고 견고한 방벽으로 생각하고 선정한 처분부지가 수십만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층변화와 같은 지형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할 수 없다.
⊙ 새로운 대안,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의 문젯거리인 반감기가 길고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는 원소들을 분리할 수 있으며,분리한 후에도 소규모로 저장이 용이해 필요시 이들 원소가 우리 환경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소멸 처리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근원적으로 순수한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는 전혀 전용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이 기술의 핵심원리는 고온의 용융염매질에서 전기를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 금속물질에는 우라늄과 반감기가 길고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는 미량의 핵물질 군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다시 앞서와 유사한 고온의 용융염매질에서 전기를 이용해 우라늄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한다.
이후 다시 전기를 이용해 잔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포함한 미량의 핵물질 군을 함께 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술은 과거의 재처리 기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플루토늄의 선택적 분리가 근원적으로 차단돼 있어 핵무기 전용에서 자유롭다.
이렇게 회수해낸 핵연료 물질은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모두 안정한 원소로 변환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가 지니는 위험성은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융염 폐기물은 거의 대부분 재생돼 폐기물로 버리지 않고 기존의 공정 시스템으로 순환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핵확산 위험성이 없고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 우라늄 활용도 100배 높아져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0기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누적량은 9420t(2007년 말 기준)이다.
연평균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은 약 700t에 이르러 2016년이면 원전 용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 등 10개국과 함께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한 연료를 사용하는 4세대 원전(GEN4)을 개발 중이다.
이 원전은 우라늄 활용도가 현재보다 100배나 높다.
반면 폐연료봉의 부피는 20분의 1,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준다.
따라서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규모도 지금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그마한 규모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 확보하더라도 앞으로 100년 이상은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관한 골치 아픈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세대 원자로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큰 혜택은 고준위폐기물의 관리기간을 수십만년에서 수백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어 지질학적 예측 가능 범위 안에서 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준위폐기물 관리의 안정성이 대폭 높아지게 되며 후손에게 핵 쓰레기를 대물림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또 전체 공정이 매우 간단해 상업화에 성공하면 경제성 또한 경쟁력이 높아 개발의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다.
원자력연구원의 하재주 본부장은 "파이로 프로세싱과 4세대 원자로는 이론적·기술적으로는 검증이 모두 끝난 상태"라며 "현재 계획으로는 2030년 정도에 실증될 것이라고 보이나 그때까지 투자비용이 수조원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
태양광,풍력,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는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어 환경 파괴가 적지만 아직 경제성이 떨어져 석유의 대체 에너지원으로서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누적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혁신적인 처리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제4세대 원자로로 불리며 한국을 비롯 전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는 우라늄 자원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원자로다.
이 원자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건식정련기술)'으로 처리한 고준위 핵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핵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방사능 독성도 낮출 수 있다.
⊙ 사용후 핵연료란
사용후 핵연료란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가 전기 생산을 위한 수명을 다하고 더 이상 연료로서의 능력을 상실할 때 배출시킨 물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소에 사용되는 핵연료는 우라늄산화물 형태인데 U-235 농축도가 약 3.5% 정도이고 나머지 약 96.5%의 우라늄은 핵분열을 하지 않는 U-238로 구성돼 있다.
이 연료가 원자로에서 약 3년 동안 전기 생산을 하고 나면 원자로에서 방출된다.
사용후 핵 연료에는 플루토늄이 0.9%,방사선을 방출하고 반감기가 수만년에 이르는 미량의 핵물질(Np,Am,Cm)들이 0.1%, 반감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많은 양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너무 뜨거워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세슘과 스트론튬 원소가 약 0.3% 포함된다.
이같이 사용후 핵연료는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1.4%의 원소들로 인해 사람들이 직접 취급하거나 접근하기가 매우 어렵고 이를 인간의 생활환경에서 안전하게 격리시켜야 하는 과제를 남긴다.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하 500~1000m의 깊은 땅 속에 묻어버려 우리의 생활환경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가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천연 우라늄광의 독성까지 감소하기 위해서는 수십만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다.
수십만년이란 현재의 과학기술로서 단정을 내릴 수 없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수십만년 동안 심지층에 묻어둔 사용후 핵연료가 처음과 같이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전될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와 '안전하고 견고한 방벽으로 생각하고 선정한 처분부지가 수십만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층변화와 같은 지형 변화는 일어나지 않겠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 누구도 정확한 답을 할 수 없다.
⊙ 새로운 대안,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 핵연료의 문젯거리인 반감기가 길고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는 원소들을 분리할 수 있으며,분리한 후에도 소규모로 저장이 용이해 필요시 이들 원소가 우리 환경에 더 이상 영향을 주지 않도록 소멸 처리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근원적으로 순수한 플루토늄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용으로는 전혀 전용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이 기술의 핵심원리는 고온의 용융염매질에서 전기를 이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 금속물질에는 우라늄과 반감기가 길고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는 미량의 핵물질 군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를 다시 앞서와 유사한 고온의 용융염매질에서 전기를 이용해 우라늄만을 선택적으로 회수한다.
이후 다시 전기를 이용해 잔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포함한 미량의 핵물질 군을 함께 회수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술은 과거의 재처리 기술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플루토늄의 선택적 분리가 근원적으로 차단돼 있어 핵무기 전용에서 자유롭다.
이렇게 회수해낸 핵연료 물질은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모두 안정한 원소로 변환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가 지니는 위험성은 모두 없애버릴 수 있다.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용융염 폐기물은 거의 대부분 재생돼 폐기물로 버리지 않고 기존의 공정 시스템으로 순환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핵확산 위험성이 없고 환경친화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 우라늄 활용도 100배 높아져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0기에서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 누적량은 9420t(2007년 말 기준)이다.
연평균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은 약 700t에 이르러 2016년이면 원전 용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는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 등 10개국과 함께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재처리한 연료를 사용하는 4세대 원전(GEN4)을 개발 중이다.
이 원전은 우라늄 활용도가 현재보다 100배나 높다.
반면 폐연료봉의 부피는 20분의 1,방사성 독성은 1000분의 1로 준다.
따라서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규모도 지금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그마한 규모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만 확보하더라도 앞으로 100년 이상은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관한 골치 아픈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세대 원자로와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큰 혜택은 고준위폐기물의 관리기간을 수십만년에서 수백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어 지질학적 예측 가능 범위 안에서 처분장 부지를 선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준위폐기물 관리의 안정성이 대폭 높아지게 되며 후손에게 핵 쓰레기를 대물림한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또 전체 공정이 매우 간단해 상업화에 성공하면 경제성 또한 경쟁력이 높아 개발의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다.
원자력연구원의 하재주 본부장은 "파이로 프로세싱과 4세대 원자로는 이론적·기술적으로는 검증이 모두 끝난 상태"라며 "현재 계획으로는 2030년 정도에 실증될 것이라고 보이나 그때까지 투자비용이 수조원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