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가고 가상 교실에서 현실처럼 공부할수도
[Science] '진짜같은 가짜 세상' 가상현실에 푹 빠져볼까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우리와 같은 세계를 살고 있는 주인공인 '네오'는 또 다른 등장인물인 '모피어스'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모두 가상현실이고 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일종의 수면상태에서 기계가 프로그램된 가상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진짜'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파란색 알약과 가상현실 속에서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빨간색 알약이다.

과연 가상현실이란 무엇일까?

⊙ 가상현실의 의미와 현재 적용되는 분야

가상현실은 인공현실, 사이버 공간, 가상세계, 가상환경, 합성환경, 인공환경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가상현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그 환경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가상현실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교육, 고급 프로그래밍, 원격 조작, 원격위성 표면탐사, 탐사자료 분석, 과학적 시각화 등 다양하다.

예컨대 학교에 가지 않고 가상현실 교육 시스템을 통해 집에서 수업을 받거나, 병원에서 인턴들이 가상현실 시스템을 통해 생성된 가상 수술환경에서 수술 실습을 하는 것이 가상현실을 적용한 예가 되겠다.

이 외에도 가상현실 기술로 제작된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객이 직접 그 상품을 조작해보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입주할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가상현실을 통해 미리 둘러보고, 가상현실 기술로 제작된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등 가상현실 기술은 경제, 사회 및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인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상현실은 군사 목적을 중심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군사 시뮬레이션 분야의 응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탱크나 비행기 선박 등의 운전훈련을 실제로 하지 않고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제공해 훈련효과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시뮬레이션이 적용되는 분야는 크게 비행용, 선박용, 육상용 등의 시뮬레이터가 있다.

비행 시뮬레이터는 실제 비행기와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비행훈련장치다.

여기에는 실제 비행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 프로그램도 탑재돼 있다.

선박용 시뮬레이터는 비행용 시뮬레이터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그 갑판 전체를 모형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규모에 있어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선박의 항해에 필요한 각종 신호, 조종술, 통신술, 레이더 해독, 방향 탐지, 계기판 숙달 등이 주요한 훈련 목표다.

육상용 시뮬레이터는 자동차나 탱크, 장갑차, 포클레인 등의 운전훈련을 위한 시뮬레이터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점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중요한 편이다.

⊙ 의료와 제약에도 가상현실이 적용된다

가상현실의 적용이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가 의학분야다.

이미 학계에는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하여 심장 상태를 보다 더 빠르고 쉽게 진단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또 가상 스크리닝(virtual screening) 연구방법을 이용해 효과적인 당뇨병 치료제를 찾아내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고소공포증이나 뇌졸중을 치료했다는 보고도 있다.

가상현실의 발전은 최근 가상인체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컴퓨터 기술과 진화된 가상인체의 융합은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있다.

미국의 유명 컨설팅 업체인 PwC(Pricewaterhouse Cooper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인체를 이용한 신약효능 시험기술로 2020년에는 신약 연구개발 기간이 3분의 2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또 임상시험 비용은 대폭 줄어들면서 생산성은 향상된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승인을 받아 시장에 나오는 약이 줄어들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는 희소식이 될 수 있다.

⊙ 가상현실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우선 생산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 조종에 가상현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을 가는 탐사용 로봇의 경우 로봇 원격 조종 방식에서 가상현실을 응용할 수 있다.

예컨대 행성탐사 혹은 심해탐사 로봇을 가상 현실을 이용하여 조종할 수 있으며, 극한 지역의 탐사 정찰 등에 사용될 로봇에도 가상현실 조종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전쟁에서도 가상현실은 점차 사람이 실제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쟁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까운 예로 무인무기를 들 수 있다.

최근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 무인 정찰 폭격기 '프레데터'를 사용했다.

무인 탱크나 무인 전투기의 조종에 가상현실 시스템을 도입하면 파일럿은 기지에 앉아서 마치 게임을 하듯이 전쟁을 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가상현실에 가까운 게임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게임 플레이어는 실제로 뛰어다니며 총을 쏘고 임무를 수행한다.

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운전면허시험에서 실제 교통상황과 똑같은 가상현실 속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 진다면 운전면허시험 중 발생할 수 있는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비용도 적게 들게 된다.

가상현실로 된 놀이공원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탑승할 수 없는 유아들에게도 롤러코스터를 태워주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가상현실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사람과도 서로 얼굴을 보며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수도 있다.

이 기술은 원격 회의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과 지구 반대편 미국에 있는 임원들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회의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우리는 매트릭스처럼 어떤 것이 현실인지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