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구기고 접고 글 쓰고 정보 검색도 척척…전자종이는 마술사!!~~
전자종이에 다운로드한 책이나 서류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적어 넣을 수 있을까.

이처럼 전자종이에 적어 넣는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등장했다.

전자종이 전문기업 미국 E-Ink사는 전자종이 전용 컨트롤러로 전자종이에 무엇인가를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제 전자종이로 된 단말기를 들고 다니며 책도 보고 신문도 읽을 수 있는 날이 가까워 오고 있다.

과연 인류의 역사에서 종이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정말 종이로 된 기록물이 없어질 수도 있을까?

⊙ 종이의 역사

동굴벽, 바위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해독은 불가능하지만 문자가 쓰여 있는 것을 봐서는 사람들은 예전부터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었던 듯 싶다.

인간은 어떤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돌, 금속, 찰흙 외에 동물의 가죽이나 뼈, 나무껍질, 나무, 대나무 등을 이용했다.

이 중 오늘날의 종이와 가장 가까운 것은 이집트의 파피루스(papyrus)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변에서 자라는 파피루스라는 갈대 비슷한 식물을 잘라 이어서 기록을 위한 재료를 만들었다.

파피루스는 지금도 나일강변에 많이 자라고 있는데 키는 2∼3m이고, 굵기는 둘레 10㎝ 정도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 줄기를 얇게 저며 가로 세로로 놓고 끈기 있는 액체를 발라 강하게 압착시킨 후 잘 건조시켜 사용했다.

이 방법이 고안된 것은 기원전 2500년께라고 추측되고 있다.

파피루스는 기록하는 재료로서도 우수했지만 만들기도 쉬웠기 때문에 당시 다른 어떤 것보다 편리하였으므로 제지술이 유럽에 전해진 8세기께까지도 지중해 연안에서 소아시아에 걸쳐 널리 쓰이고 있었다.

종이를 뜻하는 영어단어 paper를 비롯하여 유럽국가들의 언어 속 '종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파피루스에서 왔다.

이 때문에 파피루스를 종이의 기원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지만 파피루스를 현대식 제지술의 개념으로 비춰보면 엄밀한 의미로는 종이라고 규정짓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이집트인들이 식물을 사용한 우수한 기록방법을 발명하고도 종이를 만들지 못했던 것은 이집트사회의 풍부한 노예 노동력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예노동력이 풍부해 굳이 더 효과적인 기록재료를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나일강변에 널린 파피루스를 노예를 이용해 거두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전에는 대나무 조각으로 만든 간(簡)과 나무조각을 이어 만든 독(牘)을 많이 사용했다.

또 붓이 발명되면서 기록재료로 비단이 사용됐다.

기원전 10년께 전한(前漢)시대에는 풀솜의 찌꺼기를 늘려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독이나 간은 나무조각이어서 부피가 크고 보관이 어려웠다.

비단은 비싸서 아무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종이는 AD 105년 중국 후한의 채륜(蔡倫)이 발명했다.

채륜이 발명한 제지술은 나무껍질을 돌 절구통에 짓이겨 물을 이용하여 종이를 떠내는 원리로 현대의 제지법과 유사하다.

원료로 나무껍질 등의 폐물을 이용했기 때문에 값이 싸고, 많은 양을 일시에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사용하기에 편리했고 가벼워 휴대성도 높았다.

⊙ 전자종이의 역사와 현황

[Science] 구기고 접고 글 쓰고 정보 검색도 척척…전자종이는 마술사!!~~
기록을 위한 재료로 PC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법 외에 전자식 종이가 시작된 것은 1975년이었다.

복사기나 팩시밀리로 유명하던 제록스의 연구원이었던 닉 셰리돈이 전자 잉크원형인 자이리콘(Gyricon)을 개발해 낸 것이다.

이후 약 20년간 전자 종이는 그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다.

이 상황에서 1996년 전자종이의 개발은 급물살을 타게된다.

1996년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조셉 제이콥슨이 새 전자잉크를 개발하고 E-ink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3M 등이 공동개발에 참여하면서 2000년에는 최초의 전자종이가 발명되기에 이른다.

전자종이는 e-페이퍼라고도 한다.

e는 전자를 뜻하는 일렉트로닉(electronic)의 머리글자다.

전자종이란 종이책,종이신문,종이잡지 등과 같이 종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종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자장치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단지 보여지는 내용만 읽을 수 있는 전자 종이만 개발된 상태였다.

휴대가 가능하고,종이처럼 두께가 얇아 마음대로 구기거나 접을 수 있는 전자장치라고 생각하면 쉽다.

가령 이 전자장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경우 주머니에서 꺼내 펼치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검색할 수 있는 것이다.

아직 종이처럼 접거나 구길 수 있는 단계의 전자종이는 등장하지 않았으나,종이 두께의 화면이나 동영상이 가능한 초기 단계의 전자종이는 이미 개발되었다.

전자책 역시 전자종이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데,현재 전자종이는 0.1㎜ 이하의 작은 공이나 캡슐 들을 이용해 잉크의 효과를 내는 방식과 기존의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평판 디스플레이를 더욱 얇게 만들어 종이 효과를 내는 방식 등 두 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종이는 종이로 된 기록물 말고도 핸드폰 PDA 손목시계 등의 디스플레이로도 액정 대신 응용될 수 있다.

2005년에는 시계회사 세이코에서 전자종이를 사용한 시계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자종이는 액정보다 생산단가가 훨씬 저렴하다.

또 배경 조명이나 지속적인 재충전도 필요 없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도 매우 좋은 편이다.

전원이 끊기더라도 글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상을 남겨 놓을 수도 있다.

전자종이 기술은 본래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의 종이 매체를 대신할 수 있는 재료로 연구되었으나 더 나아가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여러 휴대용 디바이스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로 만든 시계에서처럼 전자종이가 앞으로 간단한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여러 상품의 디자인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의 발전이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예상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종이의 형태가 바뀔 뿐 사람들은 무엇인가 기록된 것을 읽으려 하기 때문에 전자종이라는 물건을 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자종이로 된 신문, 잡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