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성적은 참고사항일 뿐…글쓰기 능력 최우선 평가항목
[기획] 미국의 입학사정관 제도는 어떤가
20세기 초인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미국의 대학들도 점수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

하버드나 예일대의 경우 라틴어나 영어 대수학 등 몇몇 과목의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종 간 다양성과 통합을 중시하는 사회인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입생이나 장학생 선발시 인종을 심사 요건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결정으로 인해 소수인종의 학생이나 여학생에 대한 우대정책이 미국의 공교육과 고등교육에 널리 퍼지게 됐다.

1950년대 이후 매년 선발된 대학신입생의 사회 경제적 배경 가운데 얼마나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했는가가 중요한 관심거리가 됐으며 입학사정관제도에 의한 자율재량 선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명문 대학들은 한명의 지원자를 2명의 입학사정관이 서류를 검토해 입학여부를 결정한다.

입학사정관은 각각 지원자의 서류를 수학능력, 체육과 음악 등의 예술활동, 리더십과 봉사정신 등으로 종합 판단해 다섯 단계로 나눠 평가한다.

두 명인 입학사정관의 점수를 합산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입학 자료는 대학적성 시험(SAT), 고등학교 평균 성적 등이지만 자기소개서 에세이 추천서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 수능성적은 충분 조건

미국 수능시험은 SAT나 ACT로 대표된다.

미국 대학의 94%가 이 시험성적을 전형자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입학사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 미국의 입학사정관 제도는 어떤가
그러나 입시사정관은 이 성적을 참고로만 할 뿐 점수차이로 줄을 세우지는 않는다.

따라서 1600점 만점을 받은 경우나 1540점을 받은 경우를 거의 비슷하게 간주한다.

SAT를 만점받고서도 일류 명문대학에 탈락하는 일이 다반사인 게 미국 대학이다.

다른 활동은 별것이 없는데 점수만 높다면 대학 측은 이 학생을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류대학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점수가 낮더라도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본다.

게다가 체육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예체능 분야에도 재능이 있어야 하며 어떤 과목을 들었는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단순히 총점 위주의 우리나라 내신제도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 자기소개서나 에세이가 중요하다

하버드 교내신문 편집자들이 재학생들의 경험을 토대로 출간한 '하버드 입성기'에서 소개된 '에세이로 승부하라'는 경쟁력이 떨어진 학생들이 뛰어난 에세이를 통해 합격한 케이스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2개 이상 에세이를 제출했으며 내용들도 평범하지 않았다.

어렵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첫출근한 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SAT시험제도와 이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 대한 매우 날카로운 비판이나 토론 대회에 출전했다가 다른 경쟁자들과 함께 주관처의 행사 운영방식에 공개 항의한 사건 등 입학사정관들이 전혀 지루해하지 않을 정도의 읽을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에세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고유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특히 경쟁률이 높은 대학이나 확과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일반적인 자기소개뿐만 아니라 추가로 작문한 내용을 제출하도록 돼있다.

입학사정관에 의해 에세이를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내용 문제 창의성 등의 하위 요소로 나눠 평가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나 에세이가 지원자가 제출한 자료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포함되기도 하고 실제 그 작성과정을 묻는 경우도 있다.

⊙ 지도력과 봉사 활동도 수행해야

미국 대학은 지도력과 품성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학교 학급, 지역사회, 교회 등의 단체에서 어떻게 활동했는가에 대한 활동 상황을 제출해야 한다.

학교의 상담교사는 학생의 지적 호기심, 창의성, 활동력, 자신감, 리더십,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존중심, 따뜻한 품성 등에 대해 골고루 평가한다.

명문 대학들은 사회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지도자가 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그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섬기는 봉사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학생들 가운데 성적은 아주 뛰어나지만 봉사활동이 없어 스탠퍼드대에 낙방한 사례도 있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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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높은 벽 에세이로 넘어라"…'하버드 공략법' 눈길

하버드 교내 신문 편집자들이 출간한 '하버드 입성기'의 한 챕터로 소개된 '에세이로 승부하라'에서는 하버드 에세이의 공략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 공략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정확하고 개인적이며 솔직한 글을 쓸 것.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는 피하고 독창적인 에세이를 작성해야 한다.

△ 비판적이거나 너무 감정적이지 말 것.사실과 개인의 생각 두 가지 모두를 같은 비중을 두어 반영해야 한다.

△ 에세이를 읽게 될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동의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장난기가 있는 단어는 피할 것.

유머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상상력과 창조력을 동원하되 과장하지는 말 것.

△ 교정하는데 며칠의 기간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미리 읽어보도록 부탁한다.

부주의한 실수는 에세이를 읽는 사람들에게 모든 일을 적당히 넘기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 에세이의 마지막 과정까지는 단어 선택이나 스타일로 고민하지 말자.

처음부터 단어선택이나 스타일로 고민하게 되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의 흐름을 잡을 수가 없다.

△ 글 첫머리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주제가 포함돼 한다.

읽는 자의 마음을 끌어야 끝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다.

△ 그저 사람들을 감동시키려는 목적에서 불필요한 단어들을 나열하지 말 것.

간단하고 이해하기 쉬운 에세이가 사람들을 더 감동시킨다.

극단적인 단어, 예를 들어 '절대로' 등의 단어를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