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문 분석

[문항 2]는 이전에 출제되었던 서울대 논술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제시문들은 어렵지 않지만 철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제시문을 가지고 논제에서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집어내기란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때문에 각 제시문에서 밝히는 내용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지 말고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제시문 (가)는 여러 가지 의사결정 방법에 대한 글이다.

(ㄱ)은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될 때 의사 결정을 위해 따르게 되는 다수결 원리에 대해 언급한다.

다수결 원리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의사 결정의 차선책이지만 공동체 전체의 정의와 보편성을 갖춰야 존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ㄴ)과 (ㄷ)에서는 백제 신라 조선에서의 의사 결정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백제는 다수결과 비밀투표를 통해서 재상을 선출하였으며 신라는 만장일치,조선은 여론을 의미하는 상소를 중시했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다수결 원리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한 대표적인 사례들로 보인다.

각 사례들은 다수결 원리에 의한 의사 결정이 과연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각 사례들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1)에서는 개인의 음식취향을 다수결 원리로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의 취향을 다수의 견해로 무조건 따라야 하는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다수결 원리란 구성원 간의 정의와 보편성 추구를 위한 집단의 의사결정 방법이지 음식취향과 같은 개인의 취향을 결정하는 방법으로 볼 수 없지 않을까?

(2)에서는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신에게 인간의 생명을 바칠 때 다수의 왕이 이에 동조한다.

다수의 왕이 동조함에 따라 성립된 의사결정이므로 이 역시 다수결 원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결정이 과연 무조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한다.

신에게 인간의 생명을 바치기로 한 결정이 사회정의와 보편성에 부합할 것인지의 의문에 해소되지 않으면 이 결정은 존중받을 수 없다.

(3)은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는 데까지는 합의했으나 다수결로 정하는 것에는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다수인 갑(甲)의 쥐들이 자신들의 수적 우위를 이용하여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는 다수의 의견을 차선책으로 결정하는 다수결 원리에 의한 결정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절차에서 상호 합의를 바탕으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의사를 결정할 때 다수결 원리에 의한 결정을 따른다는 상호간의 합의가 전제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다수결 원리에 따라야 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4)에서는 다수 정당이 소수 정당에 회의 일정을 알리지 않고 자신들의 수만으로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감행했다.

국회에서 의사 결정 시 다수결 원리에 의한다는 측면에서는 자칫 문제될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표결까지의 절차가 부정의하다는 측면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제시문 (다)에서는 하나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지만 양쪽의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정부의 A시 폐가전제품 종합처리시설 설치 계획을 A시 의회는 다수결 원리에 따라 수용하기로 결정한다.

재정적 지원을 기대하는 찬성 측과 환경문제와 삶의 질 저하를 우려한 반대 측의 의견이 60% 대 40%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 논술 방향

[논제 1]는 제시문 (나)의 사례들을 현대 민주사회의 다수결 원리에 적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서술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시문 (가)에서 밝히고 있는 다수결 원리의 조건을 얼마나 잘 이해하였는가에 따라 풀 수 있는 문제이다.

또한 사례별로 나누어 설명해야 하는데,'설명'이라는 서술방식이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다수결 원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제시문 (가)에서는 다수결의 원리가 의사 결정의 차선책이지만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따라서 다수결의 원리가 존중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적 우세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정의에 부합하고 보편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사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이며,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인지를 서술하면 된다.

먼저 사례 (1)의 경우에는 개인의 취향을 다수결 원리로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제시문 (가)에 등장하는 경우처럼 다수결 원리는 국가나 사회와 같은 집단에서 발생하는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방법일 뿐 개인의 취향에 적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례 (2)의 경우에는 사람의 생명을 바치는 결정을 다수결 원리에 따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수의 의사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제시문 (가)의 내용을 근거로 문제를 지적할 수 있으며 사회정의와 보편성에 해당하는 문제는 다수결 원리가 아닌 신라의 만장일치와 같은 방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서술할 수 있겠다.

또한 사례 (3)과 (4)의 경우에는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다수결 원리로 인한 결정이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시문 (가)에 의하면 다수결 원리는 다수의 의사를 전체의 의사로 간주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상호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한 수적 우세만으로 결정한 경우는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방안으로 사례 (3)의 경우에는 다수의 의사를 따른다는 상호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사례 (4)의 경우에는 과정과 절차상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논제 2]에서는 [논제 1]에서 서술한 내용을 참고하여 제시문 (다)의 A시 의회의 결정이 공동체 전체의 정의에 부합하고 보편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면서 의회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 역시 문항 1과 마찬가지로 앞 논제를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해야 한다.

이는 결과보다는 사고의 과정을 보다 중요하게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답안을 맞추는 데 골똘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이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시문 (다)에서 A시 의회는 찬성 측이 60%였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의 폐가전제품 종합처리시설 계획을 수용하였다.

60%의 찬성 측은 국가 정책에 적극 호응하면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하며,40%의 반대 측은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삶의 질이 저하된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A시 의회의 결정이 공동체 전체의 정의에 부합하고 보편타당한 것인지를 따지기 위해서는 먼저 '공동체의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

국가 전체를 공동체로 볼 것인지,A시만을 공동체로 볼 것인지,또 국가와 A시를 따로 떼어 구분할 것인지,국가와 A시를 동일한 공동체로 볼 것인지 자신이 규정하는 공동체의 범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국가 전체적 측면에서는 이롭지만 지역에는 해로운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고,지역에는 이롭지만 국가 전체적 측면에서는 해로운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님비현상,핌비현상도 이러한 발상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국가 전체적 측면에서 볼 때 폐가전제품 종합처리시설은 환경 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고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A시의 입장에서도 재정적 지원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공동체 전체의 정의에 부합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음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서술해야 한다.

제시된 내용으로는 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논제 1]의 사례들처럼 절차상의 정의와 다수결에 따른다는 상호 합의의 부재와 같은 문제는 없었다고 단정하고 넘어가도 괜찮을 듯하다.

따라서 간단하게 반대 측의 의견인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화시설의 강화 및 환경 보호에 관련한 예산 확보 등이 가능하다.

김은희 s.논술 선임연구원 lovemin@nons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