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비만은 왜 생기나?
최근 수면 시간이 하루 12시간 미만인 유아가 비만이 될 위험률이 2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의학 잡지인 '소아와 수면의 특집' 4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아 9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수면 시간이 하루 12시간 미만인 유아의 체중이 12시간 이상인 소아의 체중보다 무거웠음을 밝혀 냈다.

연구팀은 유아 시기에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이상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10년간 비만 아동이 20% 가까이 증가하는 등 소아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소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어른 되면 살 빠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간과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소아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 비만의 원인(1)-유전적 요인?

비만인 사람의 가족 중에서는 비만인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자식의 70% 이상이 비만이 된다.

부모 중 한 쪽만 비만인 경우에는 자식의 절반이 비만이 되고,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닌 경우에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10% 이하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료는 비만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근거다.

그러나 일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사춘기까지 한 쪽이 비만인 경우에 다른 한 쪽이 비만일 확률은 약 70%로 높았지만, 사춘기 이후에 생활 환경이 달라지면 30%로 감소한다.

이것은 비만의 원인에 유전 인자가 중요하지만 환경 인자 역시 비만의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비만 동물에서 비만 유전자가 발견돼 사람에게도 이러한 유전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 비만의 원인(2)-내분비계의 문제?

많은 비만 환자의 췌장에는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 있는 것이 관찰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내리는 작용을 하며,이것이 부족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당뇨병이 된다.

하지만 인슐린은 식욕을 증가시키며, 식사량을 많게 하고, 간과 지방 조직에서 지방 합성을 증가시키며, 또한 혈액 중의 지방이 지방 조직으로 흡수되는 것을 왕성하게 해 준다.

더욱이 인슐린은 일단 지방 조직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기 힘들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강력한 지방 축적 작용을 하므로 인슐린 과잉 분비는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 중추 중 포만 중추를 파괴하면 비만이 생기는 것이 관찰되는데 이러한 시상하부성 비만의 발생에 고인슐린 혈증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력한 학설이다.

그러나 일부 비만 환자, 특히 중증 비만증에서는 뚱뚱해지기 전부터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며, 체중이 정상화된 후에도 인슐린 분비의 과잉이 계속되므로 인슐린 과잉 분비가 비만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

또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인슐린의 강한 지방 축적 작용을 해 살이 찐 이후에는 좀처럼 빠지기 어렵고 먹는 양이 많지 않아도 비만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비만의 원인(3)-지방세포 및 기타

지방은 지방 세포 속에 축적된다.

지방 세포로 인한 비만은 두 가지로 추정된다.

지방 세포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지방 축적이 증가하는 비대성 비만과 지방 세포의 수가 늘어나서 지방 축적이 증가하는 증식성 비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대성 비만에서는 각각의 지방 세포에 축적할 수 있는 지방의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증 비만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증식성 비만은 지방 세포의 수가 늘어나므로 많은 지방을 저장할 수 있어 중증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포 내에 있는 지방을 없애면 되는 비대성 비만은 없애기 쉬운 편이지만, 지방 세포의 수가 증가한 경우에는 그 숫자가 일생 동안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

일단 체중을 줄였다가도 노력을 중단하면 다시 비만해진다.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 현상은 지방세포 수를 줄일 수 없는 것이 원인이 된다.

지방세포 수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인자는 영양을 과다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성장에 큰 관계가 없는 지방과 당분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일생 동안 지방세포 수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는 세 번 있다.

첫 번째는 임신 말기의 3개월간, 두 번째는 수유기에서부터 이유기에 이르는 생후 1년간, 세 번째는 사춘기 때이다.

이러한 기간에 과식으로 영양 과다상태에 이르면 지방 세포의 수가 지나치게 증가해 증식성 비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렸을 때 지방분이나 당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비대성 비만의 발생과 더불어 어른이 돼서도 중증 비만의 원인이 된다.

⊙ 비만의 치료 방법

전문가들은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친구들과 충분히 뛰어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아 비만의 예방에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체중이 늘게 되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돼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인 이희문 박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의 구성인데 군것질을 제한하고 밥 잡곡이나 야채류를 꼭 포함시켜서 풍부한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결국 어릴 때의 식습관이 평생 지속되며 비만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도움말-코리아메디케어>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