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전국에 번져 국내 축산농가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세칭 조류인플루엔자라 불리는 가축 전염병의 정확한 병명은'가금(家禽) 인플루엔자'로서 닭, 오리, 칠면조, 야생조류 등 여러 조류에서 감염되는 질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1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처음 확인됐고 모든 조류가 이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리등 일부 조류는 다른 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강한 편이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바이러스(virus)의 일종으로 전파가 빠르고 병원성이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cience] 조류인플루엔자, 사람에게 전염될까?


⊙ 조류인플루엔자의 역사와 사례

처음에는 조류에만 급성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줄로 알았으나, 지난 1997년 변종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한 희생자가 홍콩에서 발생한 이후로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1930년대 이후 발생하지 않다가 1983년 벨기에, 프랑스 등 유럽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이래 세계 각지에서 최근까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과 약병원성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경우 인간에게도 감염된 사례가 있다.

1997년 홍콩에서 6명이 사망했고, 2004년 베트남에서는 16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1996년에 이어 2003년 12월 충청북도 음성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당시 국내에서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약병원성으로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국내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으로 사람도 전염될 수 있는 종류다.

⊙ 발생원인 및 증상

독감의 원인이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형태는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성분에 따라 A형, B형 및 C형으로 구분된다.

사람의 경우 A형 및 B형이, 사람을 제외한 동물은 A형이 질병을 일으킨다.

조류인플루엔자는 A형 바이러스가 주 원인이다.

A형은 동물 및 인체에 가장 치명적이며 가장 광범위하게 확산된 독감 바이러스 유형으로 두 종류의 단백질인 H(헤마그글루티닌)와 N(뉴라미니다제)을 갖고 있다.

이 두가지 바이러스가 다양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단백질 조합을 만들어낸다.

특히 유사한 다른 바이러스로의 변이가 쉽다.

예를 들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5N1,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수천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바이러스는 A형 H1N1이다.

이처럼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이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항체를 만들기가 어렵다.

또 A형 인플루엔자은 2~3년을 주기로 소규모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다른 종의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교환할 수도 있는 특징도 있어 항체나 백신을 만들어 내기가 더욱 어렵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는 호흡기증상, 설사, 산란율이 50%이하로 떨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 눈에 띄게 활력 이 저하되며 사료섭취 감소와 닭의 경우 벼슬에 청색반점이 나타나는 청색증과 머리와 안면부에 부종이 생기고 그리고 깃털을 세우고 한곳에 모이는 행동이 관찰된다.

대개 감염 후 3일 이내에 폐사하는 특징이 있다.

⊙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가?

1997년 홍콩에서 처음 사람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리기 전까지는 이 질병은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사람도 감염된 닭이나 오리와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이 말라서 가루가 된 것을 흡입하면 감염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상은 일반 인플루엔자처럼 열이 심하고 목이 아프며 기침이 난다.

결막염이 나타난 사례도 있었다.

노약자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노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성인도 감염가능성이 있다.

치사율은약 30%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사람에게 발병한 사례는 조류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병을 옮긴 사례는 없다.

그러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상 인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결합해 사람 사이에 감염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H5N1바이러스의 경우 영하 70도의 냉동육 속에서도 수 년간 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내성이 강해진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 예방은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양계업 종사자나 살처분 참여자와 같이 조류와 밀접한 접촉을 한 사람에서만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이 있었고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를 섭취하여 인체감염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또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조류의 고기나 알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도 적다.

현재 국내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농장은 물론 반경 3km 이내 농장의 닭이나 오리를 전부 살처분하고, 반경 3~10km이내 농장의 닭이나 오리에 대해서도 이동제한 조치를 하므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가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알을 낳지 못하므로 감염된 알의 유통가능성도 거의 없다.

특히 도축장에서는 도축전 후 검사를 실시해 건강한 개체만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먹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열에 매우 약해서 섭씨 70도에서 30 분, 75도에서 5 분,80도에서 1 분 이상 가열하면 바이러스는 죽는다.

끓는 물에 해당하는 100에서는 즉시 죽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닭이나 오리 등을 튀기거나 익혀서 먹으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릴 위험이 없으며,아직까지 음식물을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례는 없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호흡기 질환이 의심되는 사람과 가까이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