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과학 역사상 최초의 우주인이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처음 예정됐던 남성 우주인 고산씨에서 지난달 11일 여성 우주인 이소연씨로 교체돼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은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

이소연씨는 세계 역사상 49번째 여성 우주인이 됐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약점이 있어 극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소연씨가 49번째 우주인이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보다 앞서 우주인을 배출한 나라에서는 여성 우주인이 많았다.

⊙ 여성우주인의 역사

[Science] 한국 최초 우주인이 여성이 된다는 건…
1950년대는 소련과 미국의 우주경쟁시대였다.

미국은 소련이 1957년 발사한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호 때도 그랬고 1961년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가가린이 소련에서 배출했을 때도 패배를 맛봐야 했다.

이에 미국은 첫 여성 우주인 기록만은 놓치지 않으려 1960년 극비리에 13명을 선정했다.

모두 2000시간 이상 비행경험을 지닌 35세 이하 대졸자였다.

귀에 얼음물 붓기, 목에 고무호스 넣기, 방사능 물질 마시기 등 우주공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극한의 환경이 훈련조건으로 설정됐다.

훈련결과는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중력가속도, 방사능, 외로움, 추위, 열, 고통, 소음의 영향을 덜 받았다.

빛도 소리도 없는 밀폐된 방에서 환각을 경험하지 않고 10시간35분을 버티는 신기록도 세웠다.

당시는 로켓 성능이 좋지 않던 때라 여성은 남성보다 가볍고, 공간도 덜 차지하고,공기 및 음식 소비량도 적어 우주여행에 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 최초 여성우주인 양성 계획은 NASA(미 항공우주국)가 우주인 자격에 테스트 파일럿(시험비행사) 경력을 추가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던 중 1962년 소련은 최초의 여성우주인을 전격적으로 발탁하며 미국을 또 따돌렸다.

취미로 낙하산을 즐기던 방직공장 직원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를 최초 여성 우주인으로 선발한 것.

그녀가 선정된 이유는 간단했다.

지구 귀환시 6㎞ 상공에서 낙하산으로 탈출해야 했기 때문에 낙하산을 즐겨타던 그녀가 선정된 것이다.

그녀는 1963년 6월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71시간 동안 48바퀴 돌았다.

당시 미국의 남성 우주인들의 우주비행기록을 합친 것보다 긴 시간이었다.

"야 차이카(나는 갈매기)"라고 날카롭게 외쳐대는 그녀의 자기 호출명이 미국을 또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그녀는 선전효과를 노린 당국의 강요로 동료와 결혼해 최초 우주인 부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 비행사는 1995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탔던 아일린 콜린스다.

그녀는 1997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를 지휘한 최초의 여성 우주선 선장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영국의 최초 우주인도 여성이다.

1963년생인 헬렌 셔먼은 과자업체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자동차에서 우주인 공모를 듣고 지원했다.

그녀는 결국 1만3000여명 중 4명의 우주인 후보로 선정됐다.

프랑스 최초 우주인 클로디 에녜레는 의대 출신이다.

1985년 1000명 중 7명 후보에 선정된 그녀는 96년 미르 우주정거장에 탑승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후 국민적 스타로 부상한 그녀는 프랑스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도 최초 우주인도 여성이었다.

61년 출생으로 항공 우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칼파나 차울라는 2003년 16일 동안 80여가지의 과학 실험을 하고 컬럼비아 우주왕복선으로 귀환하다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했다.

⊙ 여성우주인의 생활환경

[Science] 한국 최초 우주인이 여성이 된다는 건…
가장 큰 차이점은 배변에 대한 처리방법이다.

보통 우주 공간에서는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변기시설이 우주인이 배출하는 배설물 등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빨아들여 처리한다.

특히 소변에 대한 처리가 문제인데, 남성의 경우는 성기에 부착해 배설물을 흡수하는 주머니 형태의 장치를 착용하지만 여성의 경우 기저귀형태를 한 소변처리장치를 착용해야 한다.

또 여성은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기 때문에 우주여행 전에 생리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 생리가 이뤄질 경우 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체에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억제제를 복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약 복용시 10일간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에 다른 것들은 남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 우주인 교체사례

이번 우주인 교체에도 보듯이 역사상 우주인 교체 사례는 많다.

하지만 남성에서 여성 우주인으로 바뀐 경우는 없다.

특히 해외의 교체 사례는 대부분 건강상의 문제가 원인이었다.

1971년 소련의 소유즈 11호는 탑승 우주인 중 1명이 폐결핵이 발병해 탑승 우주인 3명이 모두 교체됐다.

하지만 소유즈 11호는 귀환 당시 우주선 내 산소가 외부로 누출돼 교체 탑승한 우주인 3명이 모두 사망해 운명이 바뀌기도 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우주인이 바뀐 경우도 있다.

1990년 아시아 최초의 우주인인 일본의 아키야마도 출발 닷새를 앞두고 예비 우주인에서 탑승 우주인이 된 경우다.

원래 탑승하기로 했던 여성 우주인이 복막염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우주인 교체에 작은 소동이 있었어도 이제 내일이면 드디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우주로 떠난다.

"한국우주과학의 초석이 되겠다"는 이소연씨의 당찬 다짐에 한국 우주기술의 미래가 엿보이고 있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