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인류 DNA분석 통해 확인한 연구결과 네이처에 실려

[Science] 인류의 조상은 진짜 아프리카에서 나왔을까?
지난달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이론을 인류 DNA 분석을 통해 확인한 연구 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됐다.

현재 전 세계의 고인류학자들은 '현대인의 조상이 어디에서 왔나'라는 문제를 놓고 크게 두 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전 세계로 퍼졌다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인류 조상이 나타나 이들 전체가 현대 인류의 유전자풀을 이뤘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그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프리카 기원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이론과 증거들도 계속 제기되고 있어 인류의 출발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인류 기원 논쟁

인류기원의 논쟁은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근처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그 후 30년이 지난 1866년과 1886년 벨기에 디낭과 스피에에서 각각 네안데르탈인의 뼈가 다시 발견되고 뒤이어 1868년 프랑스 도르도뉴에서 크로마뇽인이 발견되면서 현대인류가 진화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는 학설이 확인됐다.

이후 논쟁은 인류가 어디에서 진화한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집중됐다.

유인원이 정말로 인간의 조상인지 아니면 유인원과 사람은 또다른 공통된 조상이 있는 것인지가 문제였다.

1925년 들어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해부학자인 레이먼드 다트 박사는 아프리카에서 500만년 전 생존한 고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을 발견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두개골이 현대 인류와는 달랐지만 골격구조는 직립 보행에 맞게 돼있어 유인원은 인간의 조상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이후 180만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와 170만년 전부터 생존한 호모 에렉투스가 계속해 발견됐다.

1974년에는 300만년 이전에도 인류가 직립보행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애칭 루시)의 화석이 발견되는 등 중요한 고인류 화석 발견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들 고인류가 과연 호모사피엔스라 불리는 현생인류와 어느 정도의 관계가 있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논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 인류의 출발점은 아프리카?

[Science] 인류의 조상은 진짜 아프리카에서 나왔을까?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쪽은 약 16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나타났으며 시차를 두고 중동 아시아 유럽 등지로 퍼져나가 3만5000여 년 전 각 지역에서 살던 기존 고인류를 완전히 대체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3년 7월12일 네이처는 미국 UC버클리 고생물학자인 팀 화이트 교수 연구팀이 아프리카에서 1997년 발견한 어른 2명과 아이 1명의 두개골 '이달투'가 현대인의 직계 조상으로 보인다고 밝힌 결과를 실어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의 추정 연대가 16만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은 10만년 전 것이었기 때문에 '6만년의 공백'을 메울 증거가 필요했었는데 당시 발견은 아프리카 기원설의 치명적인 약점을 메운 것이었다.

단단한 두개골과 긴 얼굴 등 이달투의 특징은 현대 인류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인간의 조상이라는 심증을 뒷받침했다.

발견된 석기도 고대 구석기에서 중기 구석기문화로 바뀌는 단계의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네이처에 발표된 두개의 논문은 DNA 분석을 통해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는 학설을 확인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아프리카인들의 DNA가 가장 다양하고 신체에 해를 미칠 수 있는 유전자 변이는 가장 적은 반면 중동, 아시아ㆍ유럽, 아메리카 대륙으로 갈수록 유전자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들 연구는 10만~3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작은 집단이 유럽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지역적으로 고립된 일부 개체들이 아니라 집단 전체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 규모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유럽인들의 유전자풀이 제한됐고 유해한 DNA 변이 인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선택에 의해 사라지지 않고 후손에까지 대를 이어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 세계 29개 인류 집단별로 485명의 DNA를 채취해 50만개의 DNA 표지를 상호 비교하는 방법으로 인류 집단 간 관계와 고대 이주 경로를 밝혀냈다.

연구진은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했으며 이후 중동과 유럽ㆍ아시아를 지나 태평양의 여러 섬, 그리고 마지막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산됐다고 밝혔으며 아프리카로부터 멀어질 수록 유전자의 다양성이 점점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 다지역기원설의 반박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프리카 기원설'보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인류의 출발점을 더 잘 설명한다고 인식됐다.

다지역기원설 학자들은 고인류가 각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교배하며 점진적으로 합쳐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달투'의 발견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이달투가 있었으며,이 중 아프리카 지역만이 발견된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말에는 20여 년 전 중국 창장(長江)유역에서 발견된 고인류 화석이 204만년 전 인류라는 분석이 제기돼 다지역 기원설을 뒷받침하고있다.

측정 연대가 세계 학계에서 공인될 경우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원숭이 인간이 고대 인류로 진화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뒤집는 발견이 된다.

1985년 발견된 화석을 22년째 연구해 온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 및 고인류연구소는 "이 화석은 창장 강 유역에 200만년 전부터 원숭이 인간이 살고 있었음을 입증한다"며 "중국의 인류 조상은 아프리카의 원숭이 인간이 아니라 중국 자체의 원숭이 인간에서 진화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또 "중국 고대인류 화석의 86%가 창장 강 유역에서 발견된 것"이라며 "이는 중국 인류 조상이 창장 강에서 발원해 점차 중국 북부인 란톈과 베이징으로 옮겨 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창장 강 싼샤 지역에 고고학자를 대거 투입해 5개 이상의 선사시대 인류 유적을 찾아냈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