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동물실험은 필요악인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시작한 것은 그리스 의학을 집대성한 갈레노스(129~199)라는 의사로 알려져있다.

그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에 걸친 방대한 의학체계를 만들어냈으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걸쳐 유럽의 의학 이론과 실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는 시체 해부를 금지하는 로마 주교와 교회의정서의 영향을 받아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실험생리학을 만들고 이를 인간에게 연결시켰지만 대부분 정확성이 결여돼 있었다.

1543년에 이르러 벨기에 해부학자 베살리우스가 인체를 해부한 후 갈레노스의 글 대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밝혔다.

19세기 중반 클로드 베르나라는 프랑스 생리학자는 '만약 어떤 질병이 동물에게서 재현될 수 없다면 그 병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명제를 과학자들에게 전파한다.

그는 실험실에서의 동물실험이 임상관찰보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더 도움을 준다고 공언했다.

1937년 헤로인과 유사한 화학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에 용해되는 새로운 항생제인 '설파닐 아미드'라는 특효약으로 인해 107명의 사람들이 죽었는데 사망자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과학자들이 동물에게 이 약물을 주입한 결과 이들도 살아나지를 못했다.

과학계는 이 일로 인해 모든 약물검사에 동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현재까지 계속돼 동물실험에 기반을 둔 실험의 효용성을 지지하는 측의 골격을 이루고 있으며 동물실험이 여전히 과학적 효용이 있다고 많은 과학자들의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 동물실험 찬반논란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동물실험이 쉽다는 점을 찬성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의학 분야에서 논문을 작성하고 발간하는 가장 손쉽고 빠른 방법이 동물실험이라는 주장이다.

임상시험에 비해 통제가 간단하고 생식기간과 세대 간 간격이 짧아 연구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반면 임상시험은 연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피실험자와의 협동작업이 복잡하다.

또 피실험자에 대한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찬성측은 동물실험이 불치병 환자에게 희망을 부여한다고 말한다.

또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이뤄낸 동물실험 결과의 성과가 유용성을 방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나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저명한 마취학자와 수의사인 레이 그릭과 진 스윙글 그릭 부부로 이들은 공동집필한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이란 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있다.

이들은 동물실험을 통해 테스트된 약들이 인간에게 동일한 반응을 보일지 전혀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저서에 따르면 동물실험으로 개발된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매년 합법적 의약품이 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

매년 모든 입원환자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100만명의 환자가 약물 거부반응으로 죽게 되는데 이들 약물은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됐다는 것이다.

윤리적인 관점에서도 동물실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찬성측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들며 동물실험이 자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대해 반대하는 측은 외계의 어느 존재가 사람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동물을 대상으로 행하는 실험 역시 동물의 동의 없이 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 동물실험의 대안들

'탐욕과 오만의 동물실험'은 동물실험에 대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릭교수는 임상실험이나 시체해부 같은 일반적인 대안 이외에도 △박테리아 연구△컴퓨터를 이용한 분석△생화학적 분석△세포생존 가능성 테스팅△하위세포 활동 분석 등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미국 기관들의 결정도 컴퓨터를 이용해 어떤 물질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의 경우에는 지난 10년동안 83개의 후보 약물들로부터 나온 데이터를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88%까지 적중했다고 한다.

NTP는 지난 30년간 동물 실험으로 단 2500종의 화학물질을 실험하는데 그쳤지만 로봇을 이용하면 이 정도의 물질을 농도별로 실험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나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컴퓨터의 로봇화 작업으로 할 수 있는 약물 검사는 하루 1만건 정도로 단 이틀동안 10만 종의 물질을 15단계 농도별로 조사할 수 있다.

이들 기관들은 새로운 약물 검사법이 과학적으로 충분한 검증을 받으려면 아직도 여러 해가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실험 방식을 당장 바꿀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EPA의 경우에는 이미 300종의 물질에 대해 새 방식으로 안전성을 검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시된 대안들이 동물 실험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신약개발에 더 높은 효용성을 갖게 한다면 굳이 동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 의약기구들의 이번 결정이 앞으로 신약개발연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황경남 한국경제신문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