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대생모임 'YEHS', 여의도여고서 제1회 공과대학 설명회
[스페셜] "선배들의 설명 들으니 멋진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자고 나면 바뀌는 입시정책.

연이어 터져 나오는 교육에 관한 여러 '말'들 때문에 정작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수능을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결국 수능이 끝나고 나면 등급에 맞추어 대학을 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무엇'을 찾기보다는 경쟁률을 살펴 학과를 정하는 전통(?)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꿈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그 '무엇'을 위한 준비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은 이공계열 및 의학, 약학계열로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이과계열의 경우 화학과, 물리학과 등 다수의 학과로 나뉘어 있고 공대도 건축공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무수한 학과가 존재하기에 사전 정보가 없는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더욱이 공대의 각 학과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소개 행사는 일부 대학에서만 개최하는 '공대 설명회'나 학원들의 '대학 설명회' 등이 고작이다.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간단한 일조차 사교육에 맡겨야 하기 때문에 정보 격차는 더욱 커지게 되고 학생들의 혼란은 가중된다.

이처럼 학과·진로 문제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예비 공대생들을 위해 전국 공대생 모임인 YEHS(Young Engineers Honor Society,이공대 차세대 리더)가 직접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다.

YEHS가 기획한 '공과대학 설명회'가 바로 그것이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 이과 학생들의 진로를 돕고자 선배 공대생들이 각 학과의 장단점, 사회 진출 분야 및 배우는 과목 등 고등학생들이 궁금해 할 만한 것들을 보따리에 싸들고 학교로 찾아 나선 것이다.

첫 공과대학 설명회는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열렸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행사는 예비 고3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먼저 첫 시간 '소개' 순서에서 사회를 맡은 정세권씨(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가 '공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김성아씨(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가 여고생들을 위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학생들의 관심 분야에 따라 두 반으로 나눠 A반에선 1교시 기계공학부, 2교시 화공생명공학부, 3교시 산업공학부에 대해, B반에서는 1교시 신소재 및 재료공학부, 2교시 토목·환경·건축공학부, 3교시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에 대한 설명이 각각 이어졌다.

각 학과의 설명을 맡은 선배 대학생들은 고교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영화, 동영상, 광고 등을 동원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기계공학과 발표를 맡은 남아현씨(KAIST 기계공학과)는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학생들의 큰 관심을 끌었으며, 재료 및 신소재공학의 발표를 맡은 원호섭씨(고려대 재료공학부)는 문명의 발전단계 소개를 원시시대 생활을 담은 동영상을 이용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박철현씨(연세대 전자공학과)는 요즘 TV에 방영되는 광고를 이용해 전기회로 및 광파에 대해 설명했고, 화공과 소개를 맡은 김성아씨(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는 실제 태양전지 회사의 광고와 나노 소개를 위해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여의도여고 학생들은 눈과 귀가 즐거운 자료와 선배들의 설명에 '굉장히 신선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졸업식과 봄방학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일 텐데도 학생들은 휴식시간에까지 쉼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여의도여고 2학년 이태영양(19)은 "학과 이름만 알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지는 몰랐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이를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공학 연구원이라 공대 진학에 관심이 많다는 구문정양(19)도 "기계공학도를 꿈꾸면서 궁금한 게 정말 많았는데 대학을 다니는 언니 오빠들의 설명으로 쉽고 재밌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즐거워했다.

이 학교 전향수 선생님(2학년 부장)은 "대학생들이 직접 설명을 해줘서 그런지 아이들이 더 친근하게 받아들였고 반응이 너무 좋았다"며 YEHS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성옥 선생님도 "올 여름에 고등학교 2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번 더 해줄 수 없겠느냐. 필요하다면 학기 중에라도 시간을 내줄 수 있다"며 자주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인호 YEHS 회장(연세대 기계공학과)은 "우리 역시 고등학교 때 많은 혼란을 겪었고 학과 정보도 아는 선배를 통해 알음알음 얻었을 뿐, 뜬구름 잡듯이 진로를 선택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은 고3에 올라가는 만큼 좀 더 현실적인 고민들을 묻기도 했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며, 과목별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수능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고교생들의 스터디 매니저 경험이 있던 박철현씨는 자신만의 수능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또한 진로 선택 이외에 '학부'와 '석사'의 차이는 무엇인지, 공대를 나와 취업은 잘 되는지, 생명공학과 화공생명공학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 갖가지 궁금증에 대한 질문들도 쏟아졌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아직도 물어볼 게 많다며 선배 대학생들의 이메일 주소 및 전화번호를 묻기도 했다.

진로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진짜 필요한 정보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그런 정보를 제공할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느끼게 했다.

YEHS는 이런 현실 속에서 공대생으로서 후배 고교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까 고민하며 시작한 공과대학 설명회를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미 많은 고등학교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YEHS는 제2, 제3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리=원호섭(고려대 재료공학부) wawooseo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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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HS는 어떤 모임?

"글로벌 리더가 우리의 꿈"…전국 공대생 연합체

'Young Engineers Honor Society', 즉 이공대 차세대 리더를 뜻하는 YEHS는 2005년 설립된 한국공학한림원 산하의 전국 공대생 연합단체다.

전국 4년제 대학 공과대학 학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이 모여 만든 그룹으로서, 전국 공대생들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기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현재 KAIST 포항공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20여개 대학 200여명이 활동 중이며, 격월로 공학세미나를 여는 것을 비롯 CEO 간담회, 리더십 워크숍, 기업체 방문, 주니어 공학교실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www.youngengineer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