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세포들의 대화를 엿들어 질병을 치료한다
류성호 교수팀은 최근 새로운 대사조절 신호물질을 발견하기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혈당이나 비만 조절 가능성이 높은 호르몬성 물질들을 발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포 사이의 대화를 매개하는 신호물질들은 극미량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순수 분리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생식샘 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을 발견하기 위해 수년간 10만개의 양 뇌가 사용됐다.

류 교수팀이 개발한 핵심 기술인 'LPI 기술'은 순순 분리 과정 없이 신호물질의 특성을 다면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한 신기술이다.

이 기술 개발로 적은 시료로 빠른 시간에 새로운 호르몬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류 교수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신호물질들을 발견했다.

특히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을 발견하는 데 주력했다.

혈당은 우리 몸에서 1차적 에너지원으로 가장 중요한 물질이며, 뇌의 주된 에너지원이 된다.

아주 낮은 혈당 상태에서는 어지럽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너무 높은 혈당이 계속되는 상태는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우리 몸은 췌장, 근육, 지방, 간, 내분비 조직 등에 존재하는 세포들 사이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혈당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들 대화는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추측되며 이에 중요한 신호물질(호르몬)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류 교수팀이 발견한 신호물질들은 △췌장 베타세포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 △근육, 지방세포에 작용해 인슐린처럼 혈당 흡수를 증가시켜서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지방세포에서 대사성 질환의 초기 현상인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키는 염증 세포 유입에 관련된 신호물질들이다.

류 교수팀은 또 이들이 작용하는 신호 전달 장치에 대한 분자 수준의 작동 원리도 밝혔다.

이와 같은 연구는 혈당 조절의 현상과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당뇨·비만의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새로운 개념의 질병 진단과 치료에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

◆도움말=류성호 포항공과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 교수